-* 숲(自然)과 문화(文化) *-

숲(自然)과문화(文化)

‘숲없이문화없고,문화없이숲없다’
‘숲은인류정신문명의원형이자삶의흔적이다.’

천문학자들의말을빌리면우주는대폭발(bigbangmodel)과함께탄생과정이설명되고있다.100~200억년전,빅뱅으로부터흩어진고온고밀도의물질들은영겁의세월이지나는동안서서히우주적질서의틀속에서균형을잡아가게되었다.고온의가스덩어리로뭉쳐불타기시작한태양이태어나고얼마되지않아행성지구가차츰정체를드러내고있었다.45억년전의일이다.

지구가현재와같은지각의모습을갖추게된것은끊임없이계속된조산운동,화성활동,습곡작용의결과다.육지는오랜세월동안풍화,침식,퇴적작용을연속적으로받아왔다.생물은물이있는바다로부터탄생하였고원시식물들이서서히육지로상륙하기시작하였다.지구가탄생한지41억년쯤지난후의일이고,지금으로부터4억4천만년전쯤의일이다.육지에상륙하기시작한최초의육상식물은물가로부터번성하고점차내륙으로퍼져지구를뒤덮게되었다.신생대제3기,그러니까지금으로부터약2,400만년전쯤되면알프스조산운동이끝나게되는데,당시의생물계가전체적으로현재의동식물계와대단히유사하다고보고있다.

숲이태어나고변화를거듭하는과정에서인간은어느시점에서출현하였을까?원인(猿人)라마피테쿠스는600~1400만년전에,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비로소500만년전에나타나는데,이들은모두숲에나왔다.숲이생긴지4억년이지난다음에야비로소인간이숲과만나게된것이다.숲이인간을낳았다고표현하는것이옳을것이다.시기적으로3만5천년경이되면각대륙마다원주민들이점령하고저마다독특한생활환경을개척해나아가기시작한다.문화의시대를열어가게된것이다.

▲갓태어난새생명들(왼쪽부터독일가문비나무,상수리나무,소나무).인류의문화와미래는이들로부터시작된다.


숲과문화의연관성


숲은인간에게생명을주고삶을가능하게하였다.인간의삶은의식주를해결하기위한육체적활동과정신적활동을말한다그런데의식주에필요한모든것들은원래숲으로부터얻었다.열매를따고사냥을하여먹을것과입을것을얻고,나무를베어집을짓고,숲을개간하여경작하였다.

정신적활동,예를든다면철학,과학,예술,문학등에필요한것도자연(숲)으로부터터득했거나모방한것에불과하다.인간이지구상에태어났을때그앞에전개된것은공포와경외의대상으로서大自然(=숲)이있었다.정복할수없는대상이었기때문에인간스스로몸과마음을다스려서자연(숲)이격분하지않도록숭배하여왔다.인류정신문명의원형이라고할수있는원시종교는그렇게하여태동한것이다.

울창하고아름다운산림은철학가들의사색의장소로안성맞춤이었고대문호와작곡가,예술가들의창작을위한구상의장소로,종교와각민족신앙의태동지로서역할을해왔다.뿐만아니라나무와숲을원시신앙으로섬기던시대의주술문들이구비문학으로서문학의토대를이뤄왔다.모든학문은자연으로부터출발하며학문이라는것은결국자연(숲)속에깃든신의섭리와의도를규명해낸것일뿐이다.

이러한것들이인류의삶의흔적이라면그것들하나하나와그총체를문화라고한다.문화는이처럼출발부터숲에서시작한것이며숲과문화가연결된고리는원시시대나지금이나변함없이이어져있다.한편,산림이문화의형성과불가분의관계가있다는내용을반영이라도하듯산림학에관련된용어들은어원상으로부터아주자연스럽게미학이라든가예술혹은문화라는말과연결되어있음을발견한다.

즉,숲에서인간의활동을뜻하는용어를쓸때에그용어들은곧잘숲(Silva)과문화(Culture)라는단어로결합되어있다.예를든다면조림학(造林學·나무를심어숲을만드는것에관한학문)을뜻하는라틴어는Silvicultura,영어는Silviculture,프랑스어는Sylviculture,이태리어는Selvicoltura로되어있다.

예술적냄새가더욱물씬풍기는용어는산림학으로서라틴어에서는arsSilvatica,독일어로는Waldkunst,즉산림예술로서표현되고있다.이러한예로볼때,산림을아름답게가꾸는일은단순한임업적차원의일이아니었으며미적인것이라든가,문화,예술등뚜렷한목적지향적이었을것으로생각한다.

▲‘숲없이문화없고문화없이숲없다’고외친오스트리아의임업학교교장웨슬리.


정보화시대에도늘어만가는종이소비


숲은인류사회의중요한전환기마다긴요한역할을하였다.농경시대부터현재까지인류의역사시대를크게4구분한다면농업사회,청동/철기시대,산업혁명,전자시대로나눌수있겠는데,각시대를형성하고유지하는데있어서숲은결정적으로기여하여왔다.

농업사회는인류가정착하면서크게발전하였는데늘어나는인구로인하여식량과주거문제해결이중요한과제였다.더많은식량을생산하기위해넓은농토를개간하여야했고,증가하는인구의정착을위해건축과연료확보가필요했다.이러한문제를해결하는데숲은가장안성맞춤이었다.

청동과철기시대가가능하였던것은두말할것없이광석으로부터청동과철을선광해낼수있었기때문이다.여기에광석을녹이는데엄청난양의목재연료가필요로했던것은주지의사실이다.아직석탄을채굴하여연료로쓰던시대가아니어서목재는광석을녹이는데핵심연료였다.기록에의하면원시형태의용광로로청동1kg를얻는데목재약1톤정도를필요로한다고한다.

산업혁명시대를대표하는단어는대량생산이다.이것은또한대량생산에필요한새로운기계의탄생도함께의미하고있다.기계를제작하는데에는설계도면이필요하여종이수요가발생하고,기계를돌리는데필요한연료로서목재와석탄의수요가급증하였다.또한폭발적으로증가하는지식과정보로인쇄술이발달하게됨으로써종이와그에따른목재수요가폭증하게되었다.이렇듯산업혁명도겉으로보기에는대량생산이라는이름으로대변되고있지만,그이면에는엄청난양의숲의희생이뒤따르고있었다.

전자시대는거의모든일상이전자기기에의존하고있는것이특징이다.그중에서도컴퓨터는전자시대의대명사다.과거에종이에의존하던업무를거의모두PC로처리한다.하지만,그렇다고해서종이나목재의수요가감소하고,숲의가치가무의미해지고있는것이아니다.PC로멋지게디자인하고편집한것을질좋은종이로인쇄한다든가,늘어나는정보의처리,친환경적삶,웰빙,건강등의관심으로오히려종이와목재의수요가증가하고숲에대한가치가재조명되고있다.

다양한분야통합적접근필요한산림학


숲은마법의상자이다.인류가삶을시작한이후로숲으로부터얻은혜택은다양하다.숲의세계로부터얻은지혜는새로운지혜를낳아서또다른세계를개척할수있게한다.마치펼쳐진손부채처럼숲은다양하고폭넓게인간의삶의영역을넓혀주고있다.
숲과문화적측면에서새롭게등장하거나흐름이형성되고있는움직임들이많이있다.나무와숲과관련한사회적관심과요구가(사)숲과문화연구회가활동을개시하던1992년경과비교할수없을정도로증가하였다.

미술,음악,문학등숲과관련한순수문화예술적창작활동의증가하든가,일반인을대상으로한문화관련행사들이빠른속도로늘고있는추세다.산림을대상으로한각종개발계획에서산림문화적요소를발굴하여계획의개념으로삼는다든가,계획요소에포함시키는일이라든가,상품화하여지역의특산으로개발하는것도과거에는볼수없었던일들이다.이것은단순히공간적으로물리적으로필요해서라기보다는그것에대해서일반인들의욕구가있고사회적수요가형성되어있기때문에필연적으로생긴결과다.

산림학을문화예술적,사회적접근방식으로교육하는것은예전에는생각지도못했던것이었다.일반인을대상으로진행하는숲에대한교육은어느누가제공해도수많은사람들이몰려온다.기후변화와같은환경문제도한몫을하고있겠지만,이와같은흐름이형성됨으로써산림분야의학문은그어느때보다도사회적관심속에서있게되었다.

바야흐로산림학은각계각층의공동의관심대상으로다뤄지고있으며,학제간의교류가활발해지고있고,각분야에서나름대로연구들이진행되고있다.어쩌면종합학문으로서정립될날이머지않아보인다.바람직한일이아닐수없다.숲이문화를이어오게한것이기때문에가능한일이고,문화적인것이기때문에다양한분야의통합적인접근은반드시필요한일이다.산림학은지금그린르네상스를맞이하고있는듯한느낌이다.

▲2006년4월5일경기도여주군금사면주록리마을야산에서학생들과시민들이함께소나무를심고있다.나무심는일은숲을조성하는것이자인류문화를창조하고미래를보장하는일이다.<사진=조선DB>


숲은인류의꿈이자미래보장


지름이수십억광년인대우주공간에서먼지크기만도못한지구에만숲이존재하고있다.우주는숲을위해존재한다.숲은얼마나숭고하고신비로운존재인가!

숲을이루는나무는이산화탄소와물과태양에너지를이용하여숨쉬고자신의몸을키우면서다른생명체들의삶을유지시켜준다.그덕분에인간도숨쉴수있게되어삶을가능하게하며,그덕분에문화를창조해나갈수있게되었다.숲이없었으면인류의삶은불가능했다.그래서숲은생명이다.숲으로부터인간의삶이시작되었고,숲으로부터인간의문명이태동하였다.숲은문화와역사의산실이다.모든것이숲으로부터받는유형무형의혜택덕분이다.

그러한의미에서인류문명의역사는숲과의간단없는투쟁의역사이며,웨슬리의말처럼숲없이문화가있을수없고문화없이숲이있을수없다.우리가현재누리는문화는우리선인들의과거이며,우리들이만들고있는현재이며,장래우리후손들이누리게될미래다.따라서문화는선조들과그리고우리들의꿈이다.

그런데이러한문화와꿈은보잘것없는씨로부터시작해서이윽고거대하게자란나무와울창한숲으로부터탄생하고발전해오지않았던가?그래서숲은곧인류의꿈이다.인류의삶,즉,문화를창조하고유지하며먼미래를보장해준다.우주는숲을품고숲은인간을품으며인간은문화를창조한다.나무만보고숲을보지못하는시대는지났다.이제는숲만보고문화를보지못하는우를범하지말아야한다.

-글/김기원국민대교수·숲과문화연구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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