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명품숲 10선 *-

한국의명품숲10선

독일‘흑림’외래수종으로최대규모유일하게숲조성…까막딱따구리둥지도보여,

독일가문비나무는이름에서보듯외래수종이다.북반구에선대표적인침엽수로꼽히지만유럽에선널리퍼져있는수종이고우리나라에서는보기드물다.우리나라에서군락을이뤄숲을형성하고있는곳은딱한군데,무주덕유산자연휴양림지역안이다.우리나라최대규모로조성된유일의독일가문비나무숲이기도하다.

▲무주자연휴양림위에있는독일가문비나무숲에서숲해설사김강숙씨(왼쪽에서두번째)와현지숲해설사최해경씨(오른쪽두번째)가가문비나무에대해서대화를나누고있다.

유럽이원산지인독일가문비나무는1920년우리나라에도입되어시험재배되기시작했으며,무주덕유산자락엔1931년북해도제국대학의외래수종시험조림지로심었다.소나무과의상록수로,독일에서는전체산림면적의37%를차지할정도로흔하다.‘흑림’이라불리는슈바르츠발트지역의숲이바로가문비나무로이뤄져있다.

독일가문비나무는비가많고습한해양성기후에최고의생장을보인다.유럽에서우리나라와비슷한대륙성기후를가진헝가리,체코등지에서는미미한편이다.우리나라의기후와지형특성상독일가문비나무는봄에늦서리의피해와산사면중간이상에서는수분부족으로생장저해가발생하기쉽다.그러나수분공급이좋은사면중간이하의계곡부에서는비교적양호한생장을보인다.

그대표적인지형이무주덕유산자락이다.덕유산자락이독일가문비나무조림지로서최적의자연조건을갖춘셈이다.현재이곳에서자라고있는독일가문비나무는면적1.2㏊에수백여그루가우리나라평균나무부피보다5배이상될정도로크다.나무의키는평균23m,가슴높이의지름은평균36㎝,수령은70년이상됐다고한다.

전체적으로규모가큰편은아니지만우리나라최대규모의유일한독일가문비나무숲이라는가장큰특징을지니고있어,더욱사람들의관심을끄는숲이다.숲을가로질러탐방산책로도개설돼있고,숲한복판에는벤치도있어독일가문비나무숲의그윽한정취를느끼기에더할나위없이좋은곳이다.이곳을숲해설가김강숙씨와함께찾았고현지에서최해경숲해설가와동행,자세한설명을들었다.

▲숲해설사최해경씨가독일가문비나무의잎과열매,잣나무의잎과열매를들어보이며,차이점을비교하고있다.왼쪽이가문비나무의잎과열매.

덕유산자연휴양림은총774㏊에조성된울창한숲이큰자랑거리다.독일가문비나무뿐만아니라잣나무,낙엽송등각종침엽수림이마치키경쟁을하듯쭉쭉뻗어있다.하늘을향해솟아오른숲을멀리서보며천천히발길을옮겼다.

휴양림주변엔봄을가장먼저알리는나무중의하나인자생종생강나무가꽃을다피우고잎만파릇파릇자라고있다.그옆엔산수유도있다고과시한다.산수유와생강나무는구별이쉽지않지만전문가들은금방알아본다.숲속아래부분엔각종야생화가만발하지만고개를들어위를보면낙엽송과독일가문비나무,잣나무등침엽수가시원하게가지를늘어뜨리고있다.사철내내푸르른잎을자랑하는상록수들이다.옆으로는계곡물이흐른다.아직은물이차갑다.

바로옆엔느티나무로밀레니엄숲조성

층층나무도있다.바로그옆에는‘활엽수의이단아층층나무’란이정표도보인다.소나무와같은침엽수는줄기와가지가일년에한마디씩자라기때문에나무전체를보면층을이룬다.그래서그층수를세어수령을알수있다.반면활엽수는기후조건이허락하는한일년동안계속자라기때문에한해에어디까지얼마나자랐는지알기가쉽지않다.그러나활엽수가운데층층나무는소나무처럼한해에한마디씩자라,줄기나가지가분명한층을이루고있다.그래서이름도층층나무가되었다고한다.숲을알고걸으면이렇게나무를알아가는재미도쏠쏠하다.

▲독일가문비나무숲속에산책나온가족이가문비나무줄기를안아보고있다.

왼쪽엔느티나무숲이있다.지난2000년밀레니엄숲으로특별히조성했다고한다.이팝나무도눈에띈다.맞은편에는야생화원을예쁘게조성해놓았다.계절마다다양한색의향연을뽐내는곳이기도하다.각종야생화가독일가문비나무숲가는길을반긴다.

토양은검은색을띠며퍼석퍼석하다.힐끗쳐다봐도수분을많이함유한사실을알수있다.수분은또한이끼를부른다.짙푸른이끼들도나무에기생해서숲의한부분을차지하고있다.꽃이진벚나무와쪽동백나무도공생하고있는건강한숲이다.

임도를따라제법올라가면미끈하게잘빠진나무들이저멀리대형군락을이룬모습이보인다.거기에다다라숲에들어서자마자독일가문비나무가내뿜는상큼한냄새로기분이상쾌해진다.침엽수림특유의향취를느낄수있다.역시숲은언제와도좋다.

이좋은숲을영화감독들이그냥둘리가없다.배우장동건이외국배우와공동출연한‘마이웨이’촬영을지난겨울에했다.그흔적은나무중간에허연페인트로남아있다.다지우고간다고해놓고선그냥가버려눈에거슬린다.영화는올연말쯤개봉한다고한다.

▲까막딱따구리의새끼가둥지안에서어미의먹이를기다리고있다.

길을안내한덕유산자연휴양림이진수과장은“찾아오는시민들이독일가문비나무숲을즐길수있도록연차적으로나무데크를조성하고편의시설도구비할계획”이라고했다.지금도숲중간에쉬면서숲을즐길수있도록나무의자로쉼터를마련해놓고있다.

나뭇가지에가려하늘을볼순없지만나무사이로비집고들어오는햇살은더욱눈을부시게했다.숲속의햇살을상상만해도상쾌할텐데,직접보니이만저만한즐거움이아니다.

미끈하게잘빠진나무중간에딱따구리가부리로쪼아만든둥지까지있다.침엽수림을좋아하는딱따구리의둥지구멍이여러군데나있다.최해경해설사는“머리부분에검붉은색을띤까막딱따구리의둥지”라고설명했다.지금은기약도없이떠났지만몇해전어미가새끼에게먹이를나르던보기드문모습을촬영해뒀다고했다.까막딱따구리는개체수가급격히줄어일찌감치(1973년)천연기념물로지정해보호관리하고있는드문새다.

동행한최해경숲해설사가같은침엽수지만잣나무와독일가문비나무는조그만차이점이있다며솔잎파리와솔방울을들어보였다.잣나무와소나무는잎파리가삐죽삐죽뻗어있지만독일가문비나무는잎파리길이가4분의1정도밖에안되며전혀날카롭지않게생겼다.솔방울도독일가문비나무는부드러운듯두루뭉술하지만소나무나잣나무는조금은거친듯투박하게생긴차이점이확실히느껴졌다.

김강숙·최해경해설사는“독일가문비나무는독일에서입양되어온나무”라며“나무수피가물고기비늘같이일어난다고해서물고기나무라고도한다”고한다.그러고보니나무껍질이조금은비늘같이일어나는듯해보였다.이진수과장은“독일가문비나무숲을장애인도휄체어를타고즐길수있도록4월부터시설을조성하고있다”고밝혔다.

여름엔늦반딧불이생태체험과야간탐사도

숲은아름답다.관목으로노린재나무·국수나무·개옻나무·붉나무등이무성하게자라고있고,교목으로잣나무와독일가문비나무가하늘을덮고있다.노린재나무는태우면노린내가난다고해서그런이름이붙었고,국수나무는꺾어서속을보면국수같은가닥이나와서그렇게명명됐다고한다.붉나무는열매가장자리에간간한맛을내는액체를내며두부만들때열매를따서간수로사용하는나무다.단순하게보면독일가문비나무한가지뿐인듯이보이지만조목조목살펴보면무궁무진한비밀을간직한듯한숲이다.두사람의숲해설가로부터듣는숲이야기로모든게신기하게보였고,동심으로돌아간듯한느낌이었다.

숲중간에독일가문비나무에대한안내문도있다.‘덕유산자연휴양림내에위치하고있는독일가문비나무숲은80여년전에조림된국내최대규모의유일한독일가문비나무숲이다.2000년부터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지정관리되어오고있다.독일가문비나무의생태환경연구대상지로중요한가치를평가받고있는이숲은하늘을찌를듯높게뻗어있는가문비나무의중층의층층나무가어울려그모습이아름답다.그래서이곳을찾는시민들에게쾌적한휴식공간및자연학습장으로개방,활용하고있다.’

마침한가족이숲을산책하러왔다.아름드리넘는둥치를일가족이손에손잡고연결했다.숲이주는또다른즐거움이다.부부와함께어린자녀들도분명잊지못할추억이되리라.

독일가문비나무숲이끝나갈무렵에낙엽송이다시보인다.그옆으로는보라색붓꽃이활짝피어있다.야생화원이아니더라도형형색색의꽃들과잎들이보여주는모습은자연이인간에게주는무한한향연이다.새삼너무고마운느낌이든다.

계곡도다시나왔다.독일가문비나무가습지를좋아해,바로옆에는계곡물이흐르고있다.생강나무는꽃을접고이젠파릇파릇한잎파리만보여준다.최해경해설사는“덕유산계곡은청정계곡으로,여름이되면늦반딧불이가하늘을수놓는다”며“방문객들은늦반딧불이생태체험과야간탐사를즐길수있다”고설명했다.

▲왼쪽사진은독일가문비나무에둥지를튼까막딱따구리의흔적.오른쪽은독일가문비나무밑동에는이끼가자라고있어숲의건강성을보여준다.

계곡을사이에두고왼(서)쪽은독일가문비나무가숲을이루고있고,오른(동)쪽으로는잣나무숲과낙엽송이우점종을보이고있다.중간중간엔물박달나무와뽕나무,오가피나무등도숲의일원으로구성하고있다.

참나무과인굴참나무도있다.참나무과중에가장수피가두꺼운나무다.김강숙해설사는“수피가많이패여있고골짜기서많이자란다고골참나무라고도한다”고덧붙였다.

독일가문비나무숲이끝나는지점에서계곡맞은편으로하산산책로가있다.가문비숲을조금먼발치서바라보는길이다.그러나가문비나무숲을바라보기보다는그자체로도훌륭한관목과교목을이루고있다.산딸나무,당단풍나무에서조릿대까지보인다.잣나무숲사이로는야영데크가조성돼있다.여름에는이곳에서명상·요가강습까지한다고했다.잣나무의무한한피톤치드를맞으며요가를하면몸은완전한새로운세계로빠져들것만같다.

이독일가문비나무숲이2010년제11회아름다운숲전국대회천년의숲부문에서‘어울림상’을수상했다.족보도있으며,특징도있는숲이다.그숲이덕유산자락무주무풍면삼거리귀목령골짜기안에있다.

-글·박정원부장대우/사진·한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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