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언니와채미선언니가교대로선등을나서며등반의흐름을리드한다.빠른등반을위해언니들도선등을서며퀵을잡는다.나와화영언니도설치된장비로,때로는발슬링까지써가며인공등반으로오른다.우리가4인1조로등반하기엔무리다.크랙사이에는아직도남아있는우드하켄의흔적들이보인다.
보나티가말했던퇴보의가장전형적인모습으로모든모험자체를부정한채정상만을향하는내모습이한없이씁쓸하다.하강할수도없는상황이라정상에만집중한다.결국야간등반으로이어졌다.헤드랜턴이켜지자우리의등반을지켜보던설원위의작은위안과같던불빛두개가산장으로되돌아갔다.자정10분전에정상직전작은동굴의비박지를찾았다.수통에남은한모금의물을돌려가며말라붙은목젖을축인다.
동이터오기시작하며눈발이굵어진다.등반루트의뒷면을돌아하강포인트를향해등반을한다.금방손이곱아온다.하강포인트로돌아서자눈보라가친다.암벽에우박섞인빗줄기가세차게부딪혔다.오버행하강이이고초행이라하강포인트도찾아야한다.진퇴유곡의상황이다.이곳에서‘구조요청’이라는중요한결정을내렸다.다시백을하여적당한테라스를찾아7시간가량헬기를기다렸다.이런날씨엔헬기도접근이어려워오후4시가되어결국,하강이아닌탈출을시도한다.
“언니.발가락아무나쉽게안잘라요.걱정말아요.”
처음부터끝까지10회의오버행하강을하고밤9시가되어땅에내려선순간모두들신발을벗고우모복속에서발을보호했다.전날아침8시에암벽화를신고37시간만에다시신발을갈아신고땅에내려섰다.
남겨두고간물과간식으로요기한후밤의어둠과안개에가려진그랑카푸생을뒤도돌아보지않고자리를뜬다.화이트아웃으로한시간반거리의헬브르너케이블카스테이션을찾지못하고자정30분전에설동을팠다.처음엔대충설면을깎아체온에의지해배낭을깔고앉았다.그러나한시간만에살랑바람에소스라치게놀라잠이깨었다.차라리움직이는편이낫겠다.
나는블레이드도없는아이스바일을들고설동을파기시작했다.잠시후채미선언니가장갑이다젖어맨손으로헬멧을들고설동파는작업을도와줘세시간만에소형설동이만들어졌다.설동을파며갈증에눈을좀집어먹었더니몸이춥다.
날이밝아오자밖에있던명희언니가흥분된목소리로“사람이오고있다”고한다.설동밖으로나서니세명의남자가온다.화이트아웃에방향과거리감각을잃었지만우리는산장을향하고있었고텐트까지30분이채걸리지않았다.그들은추위에떠는우리를보더니물과비스킷을주며자신들은빙하트레킹을할거라여유가있다며우리의텐트가보이는곳까지데려다주었다.허술하게쳐두었던텐트가약10m정도이동했다.길옆에텐트를쳤더니누군가스틱을사용해텐트를고정해주었다.고마운일이다.
2일밤을비박하며한시간을자고‘집’으로돌아왔을때텐트가사라지고없었다면그허탈감이란…….
5종세트로지친몸을회복한후,마지막남은일정동안부담없이편안한등반을하기로했다.토리노산장에서산장밥도먹어보고주변풍광이좋다는당뒤제앙(DentduGeant·4,013m)을등반하러갔다.토리노산장에서에베레스트를여성최초로등정한다베이준코여사도만났다.
정상엔성모마리아상이이탈리아쿠르마이어를내려다보고있었다.바람이심하게부는가운데청명한대기속에펼쳐진정상의파노라마들이압권이다.
이번등반에서많은에너지를충전하고돌아가는기분이다.등반의어려움을떠나좋은기운들을가득담은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