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산은우리에게무엇인가?

산에대해서두가지물음이있을수있다.

‘산이란무엇인가?’,그리고‘산은우리에게무엇인가?‘이두가지다.

첫물음은산은자연의일부라고하면되겠는데두번째는그렇게간단하지않다.

산에대한생각,산을보는눈은동서양이다른것같다.

우리는산을자연의대표격으로보며자연을산천초목이라고즐겨부른다.

또한천연자연이라는사자성어를줄여서쓴다.이러한산천초목이니천연자연같은개념과발상은적어도영어’nature’나독어’Natur’에는없다.

그런데서양에서는우리처럼자연을인간세계저편에두지않고생활속에끌어넣고있다.즉그들은자연을뜻하는낱말을동시에’성격’,또는’성질’또는’종류’등선천적의미로쓰는가하면,자연을어머니로보는’MotherNature’,’MutterNatur’라는개념도만들어냈다.

이렇게볼때’산은무엇인가?’는동양적물음이고’산은우리에게무엇인가?’는서구적문제설정이라고할수있으며동양의자연관이정적인데비해서양은동적인것같다.

사람이정적인자연관을가질때거기서행위가나오지않으며,산과사람의만남은좀처럼이루어지지않는다.등산이동양의산물이아니고서양의사고와행동양식인것은이러한동,서양간의자연관차이에서비롯됐다고본다.

1760년제네바의대학교수인베네딕트드소쉬르가알프스의최고봉인몽블랑을보고그정상에오른자에게는상금을주겠다고했다.몽블랑은사철만년설에덮여있고때때로눈사태를일으켜산록주민들은산마루에귀신이산다고믿었으며두려워했다.이러한몽블랑이등정된것은그로부터4반세기가지난1786년의일이며이때부터알프스등산시대가열리고’알피니즘’이라는사고와행동양식이생겼다.

유럽의근대화는과학기술의성립과등산으로비롯했다.

제임스왓의증기기관의완성과카트라잇의역직기발명은알프스최고봉몽블랑초등정과동시였는데,이것은과학기술도등산도인간의데모니슈한활동의양극을대표하고있다.위는외국의한자연과학자가쓴<산의사상사>서두에나오는글인데기실등산은과학기술문명과더불어전진하여오늘에이르렀다.

오스트리아태생으로영국에서활동하며일생을보낸저명한등산가게오르게잉겔휜치‘등산은스포츠가아니라삶의방법’이라고했는데,의식주의이동인등산이인간사회가고도로산업화하면서놀라운개발과변천을맞게된것이사실이다.그리하여오늘날산악인들의입버릇처럼더이상오를데가없어졌다.지구상에공백지대가사라진것이다.이것이진정한인류문화의발전으로인간의행복을뜻하는것인지의심스럽다.

몽블랑을둘러싸고산에대한도전이가,불가론이한창이던무렵,괴테가튀링엔발트에있는키켈한(861m)정상에올라그곳의수렵인산장벽에’산마루마다쉼있고나뭇가지스치는바람한점없네.’로시작하는’나그네의밤노래’라는시를남긴것으로유명한데,그는이에앞서연간300일안개가끼며브로켄현상을일으키는하르츠(Harz)고산지대를겨울철에혼자올랐다.

괴테는등산가로알려지지않았으나후년스위스를편력한그의산행은시대적으로크게앞서있다.그리하여괴테가산을통해서얻은영감은<젊은베르테르의슬픔>과<파우스트>등그의작품속에잘나타나있다.이러한괴테는남들이아는시인이기에앞서철두철미자연아(Naturkind)였다.

산이라는자연과인간의관계는역사적으로깊고다양하다.

성서의첫머리창세기에노아의홍수이야기가나온다.

노아의방주(方舟)가홍수때아라랏트산에걸렸다는이야기지만이아라랏트(Ararat,5165m)는실제로터키영내에있으며구소련및이란과접경하고있다.

또한인류의조상아브라함의아들이삭을하나님께제물로바치려던곳이모리아산이고,그뒤모세는시내산에서유명한10계명을받았다고성서는기록하고있다.

히말라야에는산을신성시해서입산을금지하는데가여기저기있다.

세계의지붕히말라야의눈덮인8000미터고봉들을눈앞에볼수있는포카라(Pokhara)의명봉마챠푸챠레(Machapuchare,6993m)가그좋은예이다.그모습이알프스마터호른과같다고해서’네팔의마터호른’이라는별명이붙은이산은20세기중반영국등반대가시등했을때정상을밟지못했다.

이처럼산을신앙의대상으로삼는데대해서구인들은산을적극적으로생활속에끌어넣어자연과친화관계를맺고있다.독일남쪽지방에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라는광대한삼림지대가있다.전나무가빽빽이들어서서검게보인다고’검은숲’으로불리는여기서도나우강이시작하는것을아는사람은별로없다.

대학촌으로이름난프라이브르그(Feiburg)는이검은숲의중심지인데,인구10만남짓한고도(古都)한가운데맑은물이흐른다.지방사투리로’베힐레’라는이도랑은다름아닌슈바르츠발트에서흘러내리는물을도심으로끌어서고도프라이브르그를더욱미화하고있다.

‘자연보호’라는구호가우리귀에익은지도오래인데독일의자연보호는언제나환경보호와붙어다니는것이돋보인다.독일어권에속하는스위스발리스알프스의명봉인마타호른산록에체르맛(Zermatt)이라는아름다운산촌이있는데여기는차량진입이금지되어있다.자연과환경을보호하려는적극적이고구체적인대책의하나겠지만,그들은체르맛에서7킬로미터밑에있는테슈에대형주차장을만들고그사이를등산열차로연결하고있다.

그들의자연은아름답고풍부해서언제나선망의대상이되지만그세계는자연미와인공미가공존하는것이특색인데,그자연성이그대로유지되는까닭은그들의꾸준하고줄기찬노력에있다.물론서구사회에도고민이적지않으며멸종위기에있는산양같은포유동물이나엔치안이라는고산화초등의보호문제가역시심각한것이현실이다.

산과인간의관계는시대에따라변천해왔다.

신앙과공포의대상에서개발단계를거쳐지금은현대인의도피처로옮겨가고있다.

태초에원죄로에덴동산에서쫓겨난인간은슈테환츠바이크(StefanZweig,1881~1942)의’제3의비둘기’신세가되어이세상에서살아오다끝내지친나머지문명사회에서탈출을시도하고있다.그리하여그들은이제대자연으로도망치려한다.

20세기중반히말라야8000미터급14개봉가운데하나인마칼루(Makalu,8481m)를초등정한프랑스등반대장쟝프랑코가‘등산은스포츠요탈출이며정열이고일종의종교’라고했는데산과인생을밀착시키는조건은등산이다.이러한등산은20세기후반에보편화되고급기야는세속화하면서에베레스트초등50주년이되던해,어느하루그정상에50명이넘는사상최다수의등정자를기록했다.

그러나이와는달리현대사회의병적징후가1996년5월10일에일어났다.

이른바상업등반대(CommercialExpedition)운영으로1인당7천만원의거액을받고세계최고봉등정희망자를모집한등반대가8천미터고소능선에서8명의희생자를내는대참사를빚었다.

산과사람의만남은미지에세계에대한도전과한계상황에서의자기극복이목표요동기가된다.이러한본래의의미즉,고전적의미가시대의추이에따라다소퇴색하고는있으나완전히사라진것은아니다.

히말라야최고봉급14봉을혼자모두올라세계최강의등산가로인정된라인홀트메스너(ReinholdMessner,1944~)는많은산서(山書)를저술한것으로도으뜸가지만그가운데유난히돋보이는책이있다.

<산을옮긴다ㅡ한계도전자의신조>(BergeVersetzenㅡDasCredoeinesGrenzgangers)가그것인데그의표제는물론’겨자씨의믿음이있으면산도옮길수있다’는성서에나오는글을인용한것으로한계도전자로서의등산가의신조로생각하고있다.

20세기산악계의거인메스너의등산관내지는등산정신이이표제에그대로압축되어있다.

메스너가1978년에베레스트를무산소로오르고같은계절에낭가파르바트를혼자오르내려20세기산악계숙제를한꺼번에해결한데는그의남다른신조가있었기때문이리라.

산은천연자연이며그산격(山格)이웅대,장엄그리고정일함을지닐때명산(名山)으로불린다.그러나이명산으로서의자기현시(顯示)는인간의개입을전제로한다.

지구의오지에서고고(孤高)한들그존재를누가알랴?

사람마다운명이있듯이산에도운명이있다.

그리고등산가와산이만날때그들운명이결정된다.

위대한등산가와세계의명산은이렇게해서탄생하고빛을발휘했는데,

250년의세계등산의역사에서에드워드윔퍼와마터호른,모리스에르족과안나푸르나그리고헤르만불과낭가파르바트등이그좋은예다.

그들이산을세상에알리고그산으로인해그들이유명해졌다.

세계산악문학의고전으로오늘날까지남아있는<알프스등반기>와<인류최초의8000미터안나푸르나>그리고<8000미터위와아래>등은

윔퍼와에르족과불의불멸의알피니스트로서의아이덴티티이며’산은우리에게무엇인가?’라는물음에대한답변일것이다.

-하인홀드메스너(ReinholdMessner,1944~)-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