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어면 입 답물고 조용히 해야하는 이유 *-

늙어면입답물고조용히해야하는이유

지난달중순프랑스최고의부자릴리안베탕쿠르가
딸과벌인재산분쟁에서패해금치산선고를받았다.
올해88세의베탕쿠르는재산이160억유로,
우리돈으로26조원에달하는세계15위의부자다.
아버지에게세계적인화장품회사로레알그룹을물려받은덕이다.

‘재산이탐나어머니를치매환자로몰아소송을벌이다니,
천하에불효막심한…’이라고딸을비난하는사람도있을것이다.
하지만딸의입장에서어머니가10여년간친한사진작가에게
10억유로,약1조6000억원에달하는돈을증여해왔다는사실을알게된다면
누구라도’나이든우리엄마가정상적으로이런판단을내렸을까’란
의심을갖게되지않을까.

학계의연구결과도베탕쿠르보다는딸의입장을지지한다.
마켓워치의칼럼니스트로버트파웰은
‘금융에대한판단력은60세가지나면급속히떨어진다’는제목의기사에서
텍사스테크놀로지대학의마이클핀케교수가진행한연구결과를소개했다.

이에따르면투자와보험,신용,돈의기초등에대한지식을측정한결과
60세가넘어가면매년금융지식점수가2%가량씩떨어지는것으로나타났다.
테스트결과60대때정답률조차합격선이라고는하기어려운
59%에불과했는데80대가되면30%로대폭낮아졌다.

더나쁜것은나이가들수록재정판단력은떨어지는데
자기능력에대한확신은오히려점점더강해진다는것이다.
객관적은의사결정능력은떨어지지만
스스로는’나는정말현명해’라고착각한다는얘기다.

그렇다면우리는언제돈문제와관련해가장똑똑해질까.
핀케교수의연구결과에따르면40대후반,즉45세에서49세사이였다.
핀케교수는금융지식을묻는질문가운데
일반인들이가장대답하기어려워하는10개질문을뽑아측정한결과
40대후반이평균6.4문항을맞춰점수가가장높았다고밝혔다.
80대초반은40대후반과비교해절반밖에안되는3.3문제를맞추는데그쳤다.

두뇌가40대까지꾸준히발전하다40대때정점을치고
꺾이기시작한다는사실은다른연구결과에서도반복해서확인되는사실이다.
하버드대학의데이비드레입슨(Laibson)교수는
노인들이40대에비해자신이보유한집의가치를잘못평가하고
대출을받을때더비싼이자를지불하는경향이있다는
조사결과를2009년에발표했다.

핀케교수는이런현실을감안할때40대때
노후대비를시작하면서다음3가지를명심하라고조언했다.
첫째,재정판단능력이60세가넘어가면떨어진다는사실을인정하라.
‘나는예외’라는착각을버려야한다.

문제는자신의재정판단능력이떨어지고있다는사실을
자신은느끼지못한다는점이다.
핀케교수는"나이가70세가돼도,80세가돼도
자신의판단력이떨어지고있다는사실은깨닫지못한다"며
"이게가장위험한점"이라고밝혔다.

둘째,60세가넘어가면복잡한의사결정을내려야하는일을
피하도록40대때부터대비해야한다.

셋째,40대부터평생동안일정액씩소득이나오는
연금상품과자동적으로투자비중이재조정되는
소극적이고안정적인금융상품으로갈아타는것이좋다.

‘나는금융지식이많으니다르다’고생각하는사람도있을것이다.
하지만핀케교수는"재정의사결정을내릴수있는능력이
다른사람보다뛰어난지,뒤떨어지는지상관없다"며
"가장좋은일은나이가들수록소극적이고
자동적으로자산이관리되도록하는것"이라고말했다.

핀케교수의연구결과는현실에서도입증된다.
미국에서60세이상인구는12%인데
전체사기사건의희생자가운데35%가60세이상이다.

하버드대학에1930년대말에입학한학생268명의삶을추적해
평생에걸친행복의조건을연구한하버드대학조지베일런트의과대학교수도
저서’행복의조건’에서"노년에이른사람이30세를갓넘긴이들보다
더현명하다고주장할만한근거를찾아내기란쉽지않다"고밝혔다.

세상에서가장현명한사람으로추앙받는성경속의솔로몬왕도
젊었을때지혜로웠지늙어서는오히려어리석어졌다.
솔로몬왕이아기의진짜엄마가누군지찾아주는
유명한판결을내린것은왕위에오른지얼마되지않았던젊은시절이었다.
이외에도성경에소개된솔로몬왕의업적은
거의모두가젊은시절에행한것이다.
노년에이르렀을때는후궁들에게둘러싸여
환락에빠진어리석은왕이되어버렸다.

‘행복의조건’에따르면독일막스플랑크연구소의폴발테스도
"전문적식견이나지혜의영역에서나이많은성인대다수는
젊은이들보다뛰어나지않다"는결론을내렸다.
이책에소개된다른연구에서도중간관리자들이
사회적관계를풀어나가는능력을조사한결과
28세부터35세사이나45세에서55세사이나별차이가없었다.
그러나65세가넘어가면관리자로서업무수행능력이현저하게떨어졌다.

베일런트교수는우리가나이가들수록지혜로워진다고느낀다면
그것은경험의폭이넓어져좀더폭넓은관점에서
삶을조망하는것이가능해지기때문이라고밝혔다.
즉,나이들수록넓게보고넓은마음을가지고
포용할수있을때에만우리는지혜로워졌다,
성숙해졌다고말할수있다는뜻이다.

지금보다더젊었을때는’침묵은금’이란격언을가장싫어했다.
불의를보고침묵한다면역사는어떻게발전한단말인가.
하지만조금더나이가든지금은’침묵은금’이란말이진리라는생각이든다.
‘불의’라고보이는어떤상황도더넓은관점에서,
다른시각에서바라보면또다른삶의진실을품고있을수있다는사실을,
이제는어렴풋이알게됐기때문이다.

젊었을때는목소리높여외치고혈기왕성하게활동해야한다.
계절로치면여름이기때문이다.
하지만늙을수록지혜로워지려면
겨울엔모든것이움츠리게되듯
속으로들어가말을줄이고귀는열어야한다.
늙어서지혜롭다는것은말을많이하고
의사결정권을많이갖는데있는것이아니라
무대중앙에서내려가입을다물고바라보는것,
내시대가지나갔음을인정하는것에있다.

"그는흥하여야하겠고나는쇠하여야하리라"는
성경속세례요한이예수그리스도를보고하는말은
나이든모든사람이젊은이들에게할수있는말이되어야한다.
세상을떠난애플의창업자스티브잡스도
그유명한스탠포드대학졸업식연설에서이렇게말했다.
"지금당장새로운것은여러분입니다.
하지만어느순간,지금부터머지않은시간에
여러분도서서히낡은것이되어갈것이고사라져갈것입니다.
이것이진실입니다."

공자는연령별로달라지는지혜가무엇인지명료하게정리했다.
30세에는배움에서성과를이루고(而立/이랍)
40세에는판단을흐리는일이없게되고(不惑/불혹)
50세에는하늘의명을알고(知天命/지천명)
60세에는어떤말을들어도화내지않고(耳順/이순)
70세에는마음가는대로행동해도문제를일으키지않는다(從心/종심).

공자는이미2500여년전에판단력이40대에절정에이르고
50대에는자신이인생에서해야할사명을이해하고
마무리해야한다는사실을알았다.
그리고60대부터70대를넘어서는후년에는
무슨말이든넓은마음으로듣는데집중하고
행동으로문제를일으키지않는데초점을맞추는것,
이것이지혜라는사실을이해했다.

[머니투데이권성희기자]


[쉐그린/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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