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의 보물인 神들의 낙원 제주도 *-

배달겨레의보물인神들의낙원제주도


봄이제일먼저찾아오는곳,하늘땅바다산모든빛이곱디고운땅,제주도.야자수로단장한가로수,길양쪽으로펼쳐진귤밭에열린노란밀감들,용암보다뜨거운몸짓으로땅을물들인붉은동백꽃,나지막한돌담과주인의출타를알리는정낭,제주의상징으로대우받는돌하르방,바다에서물질에여념없는잠녀(해녀),그리고알아듣기어려운제주도사투리….

이렇듯제주는자연경관은물론문화풍습언어까지육지와는매우다른땅이다.그제주땅한가운데신화로솟은한라산(1,950m)은수만년전망망대해를뚫고불쑥솟아올라거센바닷바람거친파도로제몸을다듬고,태풍에맞서며뼈대가굵은산이다.이땅남녘지킴이의숙명을홀로감내한위풍당당한모습은남한최고봉이라는월계관을쓰는데부족함이없다.

우리나라최고봉인북녘의백두산(2,750m)과쌍벽을이루며’대한민국의보배’라는찬사를듣기에필요충분조건을지니고있는산이다.백두에서뻗어내린정기가백두대간호남정맥을거쳐바다로빠지는해남갈두봉.그래서땅끝이라는이름을얻은그곳에서돌맥(石脈)이바다를건너노화도보길도를부리고추자군도를징검다리삼은뒤남은정기를불어넣어지극정성으로빚은땅이제주한라산이라며육지와의인연을강조하지만,제주도는해저화산이폭발하면서홀로신화처럼탄생한화산섬이다.

제주도는다섯번의화산분출로형성되었는데,한라산의몸체는16만년쯤전에있었던네번째분출때생겼고,3만에서5만년전마지막다섯번째작은폭발때기생화산인’오름’들이탄생해지금과같은틀을갖추었다.이후에도간간이국지적인화산활동이있었지만제주의모습은지금과크게바뀌지않았다.이렇게탄생한제주는남북길이가31킬로미터,동서길이가73킬로미터인타원형으로면적은1825평방킬로미터로전국토면적의1.8퍼센트쯤을차지한다,제주도(濟州島)는가장큰섬이며마라도,우도,추자군도등을포함한유인도8개와무인도55개로구성되어있다.

영주산으로불리기도하는한라산은,봉래산으로불리는금강산(1638m),방장산으로불리는지리산(1915m)과더불어신선이사는삼신산(三神山)으로꼽혔다.이나라산악인들은갈수없는금강산대신설악을찾아바위와얼음을오르고,지리(智理)의그한없이포근한품에안기는즐거움으로사는데,이둘로도채우지못하는갈증을바로한라산이달래준다.알피니즘의필수조건인눈이남한땅에서가장많이내리기때문이다.

그래서산악인들은때로거기서목숨을잃기도하면서겨울이면그품에안겨눈길을헤치며마음을다잡곤한다.또파도와해풍이빚은기기묘묘한해벽과뜨거운용암이흘러내리며만든계곡의가파른벼랑의오름길은무궁무진하다.1977년에베레스트를한국초등한사나이고상돈이제주사람이라는사실은결코우연이아니다.

우리나라땅가장남쪽에있는화산지형으로남한에서가장높은한라산덕에난대·한대·온대,그리고고산식물등이다양하게분포하는데,특히제주조릿대섬새우란한라장구채한라송이풀같은특산종도73종이넘어자생관속식물이1,800종(설악산950종,지리산820종)이나된다하니섬전체가하나의커다란식물원인셈이다.지금도학자나생태사진가들에의해새로운종이계속보고되고있어곧2,000종이넘을것이라한다.

그러나다양한식물이나타나는이런조건은오히려동물에게는도움이되지않아포유류는마소돼지같은가축을제외하면종이극히제한되어있다.야생동물은노루가제일큰포유류인데,그도거의절멸의위기까지갔다가최근도민들의눈물겨운노력으로다시증가해현재2,000마리가넘는다고한다.그래서한라산산행중조금만주의를기울이면노루를발견하기는어렵지않다.

‘오름’이라부르는기생화산을빼놓고는제주를이해할수없다.현재단일화산으로가장많은기생화산을품고있는것으로알려진이탈리아시칠리섬의에트나화산이260개쯤되고,제주의오름은366개라하니무려100개쯤이더많은셈이다.

그래서제주는단일화산으론세계에서가장많은기생화산을간직한’오름왕국’인것이다.화구곧화산분출로생긴움푹한구멍을제주말로’굼부리’혹은’움부리’라고하는데여성에비유해암메(암메창)라부르기도한다.

산방산처럼굼부리가없는오름은’숫오름’이라고하고,이런오름들에딸린아주작은기생화산은’알오름’이라부른다.제주에있는대부분의기생화산은움푹한굼부리를지닌암메다.이런굼부리의형태는계곡을이루거나터지기도한것등다양하지만흔히알고있는백록담처럼물을품고있는굼부리는사라오름,물장오리,물찻오름등예닐곱개에불과하다.

늘구름에휩싸여있는한라산이접근하기두려운신들의세계였다면,오름은제주인에겐신앙의터전이면서항쟁의근거지였으며,농사를짓고마소를놓아먹이는삶의터전이면서종내는그자락에묻히게되는영원한안식처였다.제주인들은오름을산이라고부르지는않는다.오직신령스런여신이만들었고,신선의놀이터였던한라산만’산’으로대접할뿐이다.

물론산방산이니성판악이니하는데서보이듯일부봉우리들을’산’이나’악’으로부르고있지만,높이로도한라산과는비교가안되고,이는대부분나중에육지의’먹물’들이붙인이름일뿐이다.그러나이런자연적인천혜의조건들은오히려옛날에는고통과가난의빌미가되곤했다.바다라는단절성으로’죄명이특출한사람들’을귀양보낸곳이었고,마을어귀비석거리에즐비하게서있는’선정비’는역설적으로탐관오리의착취의흔적이며,’신선의과일’로불리던자생감귤도고려나조선시대에는오히려수탈의대상이라목숨걸고몰래고사시키기도했다.

그래도신화와전설이풍부한땅은존재만으로아름다운법.제주는한반도에서신화와전설이가장풍부한땅이다.한라산으로대표되는이땅에는신들과어우러져살아온제주인들이입에서입으로누천누만년전해온아름다운신화가있다.제주의신화시대는설문대할망이라는여신에의해열린다.

여신설문대할망은몸집이매우크고힘도셌다.여신은삽으로흙을떠서일곱번던져한라산을빚었고,치마폭에흙을담아가지고한줌씩집어던져오름들을만들었다.한라산을베개삼아누워바다에발을담가물장구를쳤고,성산일출봉과가파도끝에한발씩걸치고빨래를하기도했다.신선의하얀사슴이놀던신비스러운못인백록담도여신의작품이다.

여신이누워한라산을벴는데너무뾰족해불편하자봉우리를떼어내던졌는데,그자리에백록담이생겼고던진봉우리는모슬포부근에서산방산이되었기때문이다.이외에도범섬의발자국모양의굴은여신이누우려고발을펼때걸린자국이라는둥제주곳곳에는설문대할망에얽힌이야기가꽤많이전해온다.하지만제주를창조한그여신은자신이빚은오름중하나인’물장오리’의깊이를알수없다는굼부리인’창터진물’에빠져죽음으로써신화시대의막을내린다.

그땅을빚은여신의죽음,그건해피엔딩이아닌비극이었다.’인간이주인이되는제주’의서막을알리는개국신화는굴에서시작한다.삼성혈(三姓穴)에서태어난고을나(高乙那),양을나(梁乙那),부을나(夫乙那)세명의신인(神人)에의해인간의세상이열리는것이다.거친들녘에서수렵생활을하던이들은송아지와망아지오곡의씨앗을가지고바다를통해온벽랑국의세공주와혼인을함으로써자손이번성,전성시대를구가하며지낸다.삼신인이태어난곳이라해서제주사람들의탯줄이면서근원으로받들어지고있는삼성혈,세공주의표류지,혼례를올렸다는터,신방을차렸다는’궤(동굴)’,거주지를정하던삼사석(三射石)같은구체적인흔적이많이남아있어삼신인에의한제주도개국신화의신비로움을더한다.

개국신화가굴에서시작된사실이알수있듯,굴은제주역사그자체라고할수있다.세계최장의동굴인만장굴,구석기인이살았던흔적이발견돼제주의역사를알려주는빌레못동굴,세계3대불가사의동굴로꼽히는협재굴,김녕동굴등제주에는60여개에이르는용암동굴이있다.

또용암속의다량의가스가팽창하여표면으로폭발하면서생긴규모가작은동굴을‘궤’라하는데,산에있는궤는테우리(목동)들이나등산인들에게좋은피난처역할을했다.용진각대피소나평지궤대피소는바로궤를이용해지은것이고,마을근처에도큰넓궤굴,등터진궤,부툭굴궤,곰궤처럼많은굴이있다.이런굴은원시인들의생활의터전이되기도했고,삼신인의’신방’같은전설의무대가되었으며,고통받는사람들에겐어머니품처럼포근한피난처가되기도했다.

또탐라계곡부근의‘구린굴’처럼수직으로생기면한라산을찾는등산인들에겐두려움의대상이된다.서귀포해안이나남원읍의해안가,그리고마라도우도같은섬에는오랫동안파도와싸우며싸운흔적인해식동굴들이있다.이런해식동굴들은왜정때소형어뢰기지발진기지로쓰이기도했고,많은인공동굴은강제부역의현장이었다.제주시사라봉봉수대옆이나형제오름,삼양오름,성산일출봉,모슬포송악산같은곳에는2차대전당시일본군이파놓은굴이셀수없을정도로많다.

제주도민들은동굴을파면서강제노역에시달리며많은주민들이죽어갔고,4·3사건때는피의학살터가되기도했다.그래서동굴은용암동굴이든자연동굴이든제주민들의한이서려있다.이렇듯제주는’빼어난아름다움때문에상처를입은여인’과비유할수도있겠지만,어디고통없이피는꽃이있었던가?동방의작은땅덩어리에제주가있다는건분명축복받은일이다.

제주에남한최고봉인한라산이있고,오름이많아오름왕국으로불리고남국의자연풍광이이색적이기때문만은아니다.그건나라에서가장작은도(道)면서도풍부한전설과신화,옛흔적이많이남은언어,특이한문화와풍습,그리고수탈의봉건시대와비극의현대사등한반도사람들이살아온역사가고스란히압축된살아있는교과서기때문이다.하여그대여,빙하기가끝나고꽃물결일렁이는’미친’봄이오면제주로가자.가서보고느끼자.우리배달겨레가살아온영광과질곡의삶이서려있는곳이다.<글·민병준부장사진·서재철/사람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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