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인 삶속에 투영된 일곱가지 돌문화 *-

제주인삶속에투영된일곱가지돌문화

비행기안에서내려다보는제주도는올때마다이국적인인상을줍니다.가운데큼지

막하게솟은한라산과땅덩어리에무덤처럼들쑥날쑥솟은오름들은정말로제주가

아니면볼수없는희한한광경임에틀림없습니다.그오름들은수가무려삼백육십

여개로세계에서는가장기록적인숫자라고합니다.

이들기생화산들은신생대3기말에서4기초한반도가화산활동을일으킬때한라산과더불어만들어진것이라고하는군요.그러나3∼5만년이라는숫자를가늠하기란저로서는불가능합니다.한번상상을해보세요.사방에서하늘을향해불길이치솟아오르는광경을말입니다.지천으로널린저시커먼돌들이바로그때의폭발로분출한용암이굳어져버려생겨난물건이란걸생각해보니수만년전으로돌아가는느낌에갑자기아득해져옵니다.

저나선생님이나한점먼지로도존재하지않았을시간이아닙니까.이돌이제주사람들생활속에아주특이하게이용된걸이번에야알았습니다.‘밭담’이니‘산담’이니하는돌로만들어진각종경계선이그하나입니다.산담이란무덤울타리를말하는데이것은아마이승과저승의경계쯤되겠지요.콘크리트일색인육지와는달리가는곳마다만나는이들돌담은독특한풍색을자아냅니다.

돌탑을쌓고꼭대기에동자석을세워마을을지키게했던‘거욱대’와소금을만들던‘돌소금밭’,고기잡이나간남편을안전하게집으로인도하기위해세웠던‘도대(표준어로등대를뜻하는제주도말입니다)’등은보지는않았지만말만으로도향수를불러일으킵니다.물론돌하면대표적인것을빼놓을수없는것이‘돌하르방’입니다.돌이이용된건생활속에서뿐만이아닙니다.고려시대몽고때부터외침을받아온제주사람들은이흔한돌을이용해방위시설을만들었는데‘연대(煙臺)’니‘봉수대’니하는것이그것들입니다.

해안가고지대에세운연대는연안에적이나타나면연기를피워올려오름에세워놓은‘봉수대’로연락해제주도전체가적과맞서싸울태세에들어가도록했다는겁니다.봉수대의수는무려24개,연대는38개가제주도에있었다고합니다.

온평리해안선을따라길게이어진환해장성도방어유적의하나고요.콘크리트보도블록에어쩌다굴러다니는돌이화풀이의대상으로걷어차이기십상인도시와는달리이곳의돌은꽤나대접받고있다는생각입니다.이런저런것을듣고나니저구멍숭숭뚫리고무게도느껴지지않는현무암덩어리가새삼눈물겹도록정겹게느껴집니다.이번기회에생활속에깃든독특한돌문화의흔적들을찾아볼작정입니다.제주의돌문화를집약해놓은안내책자가아직출간된적이없는지라찾아다니는여정이쉽지않으리라걱정도되지만다행히봄볕부서지는제주들판은하냥헤매고다녀도좋을정도로유혹적이거든요.

과학적이고인간적인돌담미학

10만분의1제주도지도를펼쳐놓고가야할곳을표시해놓고보니대부분해안가까이분포해있는걸발견합니다.한라산자락에서땅속으로스며든물이해안가까이에서솟아나왔으니삶터도그곳이겠지요.저는한라산을중심으로제주땅을동서로나눴습니다.한라산이제주땅의중심인만큼제주에서는언제나한라산이기준입니다.서쪽을먼저둘러볼작정인저는제주시내에숙소를정하고있던지라남쪽에서북쪽으로거슬러오르기로계획을잡았지요.

서부산업도로를타고한라산산록을넘어한달음에도착한곳은추사적거지(秋史謫居地)가있는대정읍안성리였습니다.마을에들어서니긴성벽이눈에제일먼저들어왔습니다.대정읍성입니다.조선시대3주현(제주목,정의현,대정현)성의하나로제주서남쪽을관할하던중심지였음을알려주는흔적이지요.첫방문지치고안성리에는볼거리가참으로많습니다.추사적거지는물론이고군데군데남아있는성벽과골목어귀에서있는하르방만도모두12기나되니까요.

저는맨먼저제주말로‘올레’라부르는‘골목’이도대체어떤모양인지보고싶었습니다.적거지건물뒤쪽으로들어서면비뚤비뚤하게쌓아올린돌담이술취한사람마냥비틀거리듯S자로굽도는것을볼수있는데매우성의없이쌓은것처럼보입니다.허나천만의말씀입니다.이는대문이없는제주도가옥구조상사생활을보호해주도록구불구불한돌담이안채나뒷간같은은밀한부분을가리도록만든것이라합니다.현무암으로쌓아올린돌담은정확히맞물리지않아군데군데구멍이뻥뻥뚫려있는데다높이는작은키에속하는제게도가슴께까지올뿐입니다.

이역시이유가있더군요.낮은키는사시사철몰아치는바람에쓰러지지않고버텨낼수있는최대높이고구멍이생기도록쌓은것은바람의통로를내주어폭풍이불어도끄떡없이해준다는것입니다.또큰돌과작은돌이층층이엇갈려쌓여있는데이는큰돌이작은돌을눌러잘맞물리도록한것이랍니다.결국낮은높이로집안을가려주기위해비뚤거리게설계한것이아닌가요.과학적이고인간적인설계에놀랄따름입니다.올레를한바퀴돈후하르방구경을잠시미루고추사적거지로들어섰습니다.

김정희선생이9년간기거했다는목거리(별채)의서재는한평쯤이나될까요.그작은방에서고독과벗하며독자적인추사체를완성시켰던것입니다.담장아래에는수선화가노랗게피어있고요.김정희선생이무척좋아하셨다는꽃말입니다.비를뿌릴듯습한바람이불어와저는서둘러마을의돌하르방순례에나섰습니다.돌하르방을찾아다니다보니자연스레마을을한바퀴돌게됩니다.이곳의돌하르방들은하나같이장난기있는미소띤얼굴인지라바라보는저도어느새슬그머니웃고말았습니다.

조선시대제주목,정의현,대정현성문밖마다이돌하르방을세웠다는데그모양과특징도모두다릅니다.평균키가제주목의하르방이181센티미터,정의현것이141센티미터,대정현것이136센티미터이라하니저는제일작은하르방을본셈입니다.

얼굴표정은제주목의것은중앙에위치하고있어선지근엄한데기념품가게에서만나는돌하르방들이이를표본으로삼은것이라합니다.반면에정의현은덤덤하거나무뚝뚝한소박한표정이라하고이곳대정의것은아이처럼귀엽고살가운표정입니다.

현존하는돌하르방은대정현의것이12기그리고제주목21기와정의현의것이12등총45기가남아있다고합니다.돌하르방은본디몽고지배를받던13∼14세기경으로추정하는데이돌하르방이야말로제주의질곡의역사를두눈뜨고말없이지켜본산증인이아닌가싶습니다.

마을액운막는수호탑‘거욱대’

이곳안성리추사적거지에서는산방산이아주가깝습니다.최근나온신경숙씨소설「기차는7시에떠나네」에서읽은산방굴이인상깊었던지라가보고싶은마음굴뚝같았지만반나절을벌써써버렸지뭡니까.다음행선지인인성리의‘거욱대’로곧장갈수밖에요.돌을원통형으로쌓고그위에얼굴모양이조각된석상을세워놓은탑이‘거욱대’였습니다.거욱대는풍수지리상기가허해액운이들어올법한곳에세워마을의안녕을기원하기위한민간신앙의장치인데민속학자들은‘방사탑’으로도부릅니다.

인성리의거욱대는본래는4기였다는데지금은밭한가운데동서로2기만남아있습니다.이중하나는원형그대로고다른하나는새로쌓아반듯한데낡고초라한옛것에비하면아무래도자연스런맛은떨어집니다.그후로는이런탑을만날때마다그것이거욱대란걸알아맞힐수있게되었답니다.

점심을먹는사이비가한차례지나갑니다.하늘은여전히흐리고자구내포구에도착한것은오후중반쯤이었습니다.포구의전경은숨이막혀버릴정도로아름다웠습니다.억새로가득덮인차귀도가바다위에둥둥떠있고자구내북쪽의당산에서남쪽의수월봉까지해안절벽은켜켜이주름진단구지형으로이어져있었습니다.

이런자구내의전경은수월봉에올라보면훨씬좋다고들이곳사람들은말합니다.요즘자구내포구에는유명한낚시터인차귀도까지강태공을실어나를배로가득차있습니다.자구내경치를얘기하느라본연의목적을잊어버릴뻔했습니다.저는‘도대’를보러갔던것이지요.도대는등대입니다.고기잡이나가밤늦게돌아오는어부를위해포구의위치를알려주느라지어미가등불을꼭대기에올려놓던등대입니다.

마을사람들이함께사용한이도대는거욱대와마찬가지로공동체문화를대표하는돌문화의하나겠지요.그러나사실자구내의도대는시멘트로군데군데발라놓아제원형을갖고있진못했습니다.오히려자구내에서9킬로미터가량달려간두모리바닷가에서원형이제대로보존된도대를만날수있었답니다.사각면체의도대는꼭대기에등불을얹어놓을수있는등꽂이가튀어나와있고또꼭대기에키가닿을수있도록계단이서너칸달려있는두모리의도대야말로원형이라합니다.그도대앞에서니등불을내걸고지아비를기다리며밤바다를지켜보는여인의모습이자연상상이됩니다.

소금귀해바닷물에배추절이고

시간이늦어애월리연대는보는둥마는둥하고지나가야했습니다.다음날은제주동쪽을가기로돼있었기에구엄리돌소금밭만은꼭둘러보아야했기때문입니다.돌소금밭은애월읍에서해안도로를타고제주시쪽으로5분여를가다도로변에서‘구엄리염전’이라쓴안내표지석을쉽게발견할수있습니다.

제주도는사면이바다이긴하지만염전을할만한여건이되지않아예로부터‘소금독이가득하면부잣집’이라는말이있다니믿기지않으시지요?하지만사실입니다.소금을육지에서사와야했으니까요.겨울김장을하려면배추를바닷물에하룻밤을담가뒀다가이튿날건져내어등짐으로나르는일을연례행사처럼했다니까요.구엄리염전은1945년경자취를감췄는데이마을사람들은소금을만드는일을생업의하나로했다고합니다.이일대펼쳐진해안가의평평한바위위에밭처럼구획을나누고이곳에바다물을퍼다부어햇볕에졸여소금을만들어냈던것입니다.

다행히제주의여름햇빛은육지와는달리바늘이살갗을찌르는듯강렬하다는군요.하지만재현해놓은소금밭을보노라니이렇게해서소금을얼마나얻었을까하는생각이듭니다.우리삶은비슷한것같지만생소한것을발견할때마다아마여행의묘미는이런것인가생각해봅니다.

선생님!이제내일은실속있는돌문화답사의마무리를위해다음날저는동쪽으로떠나려합니다.이생진시인의‘그리운성산포’가기다리는성산읍으로요.성산일출봉을보고돌아오면서하도리바닷가에서잠시차를멈췄습니다.‘원’이라는‘돌그물’이바닷속에있었기때문입니다.해안에돌턱을둘러놓아밀물에밀려들어온물고기들이썰물때빠져나가지못해자연스레잡히도록만든말그대로돌그물입니다.어떤날은많고어떤날은적었겠지요.

또폭풍이라도오는날이면허탕이었겠지요.그래서건져올리는물고기이니어부의마음도죄책감이적었으리라짐작해봅니다.욕심내지않고자연을거스르지않는어부의소박한심성을생각하니제기분까지좋아집니다.그흐뭇한마음으로저의마지막답사지인‘김녕미륵당’으로향했습니다.구좌읍동김녕리와동복리사이해안가에있는김녕미륵당엔특이하게도어머니가아이를업은모양의바위가돌담속에모셔져있습니다.

윤동지라는어부가꿈속의계시로이돌을바다에서건져올려모셨다는미륵입니다.아마도윤동지란어부도돌그물을건져올리는어부의심성같은사람이었겠지요.자연에순응하는소박한지혜를이제주에서맘껏느껴봅니다.그런의미에서제주란얼마나아름다운곳인가요.이편지가도착할때쯤이면저도선생님을뵈올수있을것같군요.이만줄이겠습니다.

-글<이정숙기자>/사람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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