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 팔경[1] *-

동해안팔경

꿈과낭만이흐르는동해안팔경‘낭만가도’의명풍경들

3면이바다인우리나라는아름다운해안도로가참많다.특히관동팔경등빼어난명소가즐비한동해안을끼고이어지는7번국도는최고의드라이브여행지로꼽힌다.최근강원도청은북쪽의고성에서부터남쪽의삼척에이르는240km해안도로에꿈과낭만이흐르는‘낭만가도(浪漫街道·RomanticRoadofKorea)’를조성할예정이라고발표했다.또낭만가도에서가장대표적인경치여덟개를뽑아‘동해안팔경’이란이름도붙였다.

▲영랑호전경.잔잔한호수너머로동해바다의파란물결이넘실거린다.

북쪽부터꼽아보자면"1.고성의화진포,2.속초의영랑호,3.양양의낙산사,4.강릉청학동소금강5.강릉경포대,6.동해의무릉계곡,7.삼척의죽서루8.삼척의환선굴과대금굴"이그것이다.동해안여행일정을세운다면비교적여유롭게여덟군데의명소를모두둘러볼수있을것이다.2박3일일정으로아침일찍떠났을경우,첫날은화진포·영랑호를둘러보고낙산사근처에서하룻밤묵는다.이튿날은낙산의상대일출을감상하고소금강의계곡미를즐긴뒤경포대를한바퀴돌면서예향강릉을만끽한다음무릉계곡에서탁족하며더위를식힐수있다.마지막날에는비록동해안팔경에는속하지않지만빼놓으면서운한,추암일출을구경한다음죽서루와환선·대금굴에들렀다가귀갓길에오르면된다.

제1경고성화진포

서울·경기등중부지방에서강원도동해안으로빠지는고갯길은많다.북쪽에서부터진부령,미시령,한계령,구룡령,대관령…….그래서동해안으로가려면어느고개를넘어야할지고민하게마련인데,‘낭만가도’의대표절경인강원도팔경을하나의코스로엮어둘러보려면44번국도와46번국도를이용해북쪽의진부령을넘은뒤고성화진포를먼저들르는게가장경제적인동선이라할수있다.

▲푸른물결이인상적인화진포.앞바다에떠있는섬은금구도인데,최근광개토대왕의능이라는주장이제기되고있다.

화진포는동해안팔경중가장북쪽에자리한명소다.미시령을넘어화진포로가는길은늘가슴이아릿하다.아마가장먼곳이라는지리적인이유때문만은아닐것이다.그건바로화진포가남북분단의현실을극명하게보여주는호수이기때문이다.

동해안팔경중가장북쪽에위치한화진포는20세기중반에남북한최고통치자들이휴양지로삼았던곳이다.북한의김일성은1948년부터한국전쟁이전까지매년여름마다처김정숙,아들김정일,딸김경희등가족과함께화진포를찾았고,전쟁이끝난뒤화진포가남한영토에편입되자이번에는이승만대통령과이기붕부통령이여기에별장을짓고여름휴가를보냈다.

▲김일성별장에서내려다본화진포.세개의별장중에서조망이가장빼어나다.

화진포호수는동해안에즐비한10여개의석호(모래가만의입구를막으면서생긴호수)중에서규모가가장크다.뿐만아니라호수주변에오염원이거의없는까닭에비교적양호한자연생태계를잘유지하고있다.예로부터시인묵객들의발길도잦았다고하는데,같은석호로서금강산을끼고있는삼일포나설악산을품고있는영랑호·청초호등에비해인기는좀떨어지는편이었다.그렇지만20세기에들어서는남북분단이라는특수한상황으로인해세인의관심을끌다가드라마‘가을동화’의촬영지로알려지면서갑자기유명세를탔고,결국이번에강원도동해안팔경의자리에등극하게된것이다.

안보역사전시관으로꾸며진이승만별장과김일성별장등남북한최고통치자의휴양시설을둘러본다음에는반드시화진포백사장을거닐어보자.길이1.7km,폭70m의백사장은모래빛깔이하얗기로유명하고밟는감촉도매우부드럽다.백사장에피는붉은해당화는‘평사해당(平沙海棠)’이라하여‘화진포팔경’에꼽힌다.

백사장을거닐며파도를희롱하다눈을들면바다건너에거북섬이라고도불리는금구도(金龜島)가눈망울에맺힌다.신라시대에는저섬에수군기지가있었다고한다.현재섬북쪽에석축흔적이남아있고중심부에서는와편과주춧돌등이발견되기도했다.그런데몇년전부터저금구도가고구려광개토대왕의능이라는이야기가고성을중심으로빠르게퍼지고있다.한연구가가발견했다는고서적을근거로그리주장하는것이다.그래서금구도가보이는화진포해양박물관앞해변에는‘금구도가광개토대왕의능’임을설명하는안내팻말이설치돼있다.

▲화진포호수안쪽에자리한이승만별장.유족이기증한유품들이전시돼있다.

화진포의백사장산책은좋지만호수둘레는그리걷기좋은편이아니다.빼어난경관임에도군사지역이라는이유때문인지아쉽게도산책코스가마땅치않다.2002년화진포호숫가에설치된2.9km의자전거도로도이용하는사람이거의없는실정.강릉의경포호나속초의영랑호처럼화진포호수주변에도산책코스나자전거전용도로를만들어주민과관광객이이용할수있도록하면얼마나좋을까.

그래서관광객들은보통남북한최고통치자들의별장을둘러본뒤모래고운백사장을거닐며파도를희롱하다승용차로호수주변을돌아보게된다.화진포주변에는화진포해양박물관,금강산자연사박물관등볼거리가있는데,각각1시간씩만잡아도최소2시간이필요하다.거기에금강산이보이는통일안보공원까지다녀오려면역시1~2시간을더잡아야한다.즉화진포주변을제대로둘러보려면적어도5시간정도가필요하다.

▲이기붕부통령의별장.이승만별장과김일성별장사이의호숫가에자리하고있다.

제2경속초영랑호

고성에서화진포를감상한뒤7번국도를따라남진하며송지호전설을듣고왕곡마을을거닐며양통집을둘러본뒤길을재촉하면설악산그림자가가까워질무렵자그마한정자하나가발길을잡는다.바로청간정.동해와만나는작은언덕위에세워져있는이정자는동해는물론멀리울산바위와권금성조망이빼어나관동팔경에속했던명소이건만아쉽게도동해안팔경에들진못했다.

청간정을나와울산바위를올려다보면이내속초영랑호다.우리민족의영산인백두산에서뻗어내려온백두대간이최고의미모를뽐내는금강산을빚고,그여세를몰아남한땅에정성을다해세운설악산을자신의수면에담고있는영랑호.호수너머로울산바위가펼쳐진설악산이손에잡힐듯제미모를드러낼땐마치설악의품속에안겨있는느낌이다.

▲영랑호에세워져있는안축의시비.‘영랑호에배띄우고’라는시가새겨져있다.

아주오래전이풍광에반한인물이있으니바로신라시대유명한화랑이었던영랑(永郞)이다.그는동료인술랑(述郞)·남랑(南郞)·안상(安祥)과더불어사선(四仙)으로꼽혔는데,그들과함께금강산에서무예를연마한뒤무술대회에나가기위해경주로가던중이호수의풍취에매료되어무술대회에나가는일조차잊었다고한다.그래서호수이름도영랑호가됐다.

영랑호를즐기는법?그건바로영랑처럼걷는것이다.물론자전거여행도괜찮다.맑을때뿐만이아니라비오면비오는대로,바람불면바람부는대로운치가넘치는호수길이다.특히영랑호남서쪽호숫가에잠겨있는큰바윗덩이인범바위는영랑호를찾는사람이라면꼭올라봐야할곳.범바위에세워져있는월랑정은바위와나무에가려전망이좋지않으므로정자뒤편으로돌아범바위정상까지올라가보자.바다,산과어우러진호수의풍광이한눈에들어온다.

조선의지리학자이중환은<택리지>에서영랑호의아름다움을“구슬을감춘것같다”고표현했는데,그구슬이란아마도영랑호에비친설악의풍광일것이다.영랑호북쪽의카누장근처에는자전거타기운동연합속초지부에서운영하는자전거여행안내소가있다.영랑호를한바퀴도는데는이것저것구경을한다해도자전거는1시간30분,걷는데는2~3시간정도면충분하다.

▲영랑호잔잔한물결너머로설악산의아름다운모습이병풍처럼펼쳐져있다.

영랑호와청초호는설악산이거느린남매다.항구로이용되면서늘고깃배들이드나드는청초호가활동적인오빠라면백사장에가로막혀조용하고제법호수다운풍치를간직하고있는영랑호는어여쁜누이동생이다.이번에동해안팔경선정과정에서남매중에서누이동생이뽑힌까닭은,시내와바싹붙어있어현대식건물이즐비한오라비보다자연스런모습이더잘남아있기때문일것이다.

[‘민삿갓’의팔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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