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또오르면못오를리없건마는
사람이제아니오르고뫼만높다하더라
양사언의시조한수가중국의태산을생각하게한다.
양사언이중국의태산을보면서읊은시조인지,
아니면높은산을보면서읊은시조인지는알수없다.
그러나우리는이시조를읽으며옛날을본다.
지금양사언이태산을다시본다면어떤시를읊을것인지,
조금은궁금하고그분의문학성이기다려진다.
양사언(揚士彦)은조선시대중기문인이며,서예가이다.
양사언의호는봉래(蓬萊)다.봉래는금강산의이름중의하나이다.
금강산을봄에는금강산(金剛山),여름에는봉래산(蓬萊山)이라하고,
가을에는풍악산(風岳山),겨울에는개골산(皆骨山)이라불렀다.
태산은중국산동성의동부,제남시,대안등3개현에걸쳐자리하고있으며,중턱(중천문)까지는버스가다니고,그기서케이블카를타면10분이면정상에오른다.태산은타이산산맥의주봉으로높이는1545m로산세가험하다.도교(道敎)의발상지인성지로서도가(道家)의설에따라제왕이된사람은태산꼭대기와산기슭에서봉선의식(封禪儀式)을행하였다.
훌륭한학자나문인의가슴에는언제나현명한어머니가살아있다.
한석봉의어머니,맹자의어머니,양사언의어머니가그렇다.
양사언의아버지는’양민’이다.그가전라도영광의사또로부임해내려가는꽃피는삼월어느날어느촌고을을지날때,바쁜농사철이라사람들이없었다.이집저집들러보는중에어느한집에서한소녀가공손하게나와식사대접을하겠노라고아뢰었다.그소녀는신관사또가거리에서식사를할수있겠냐고하며안으로모시고부지런히진지를지어올린다.그소녀의태도나말솜씨가어찌나어른스러우며예의바른지사또는너무나기특하게바라보았다.
조반을잘얻어먹은젊은신관사또’양민’은고마움에보답을하게되는데,신관사또가소매에서부채청선(靑扇)과홍선(紅扇)두자루를꺼내소녀에게준다.그냥전달하기는멋쩍어농담을섞어’이는고마움으로내가너에게채단대신주는것이니어서받으라’
채단이란말에깜짝놀란소녀는안방으로뛰어들어가장롱을뒤져급히홍보를가져와서바닥에깔고청선,홍선을내려놓으라고한다.어리둥절한사또는왜그러냐고묻는다.’폐백에바치는채단을어찌맨손으로받을수있겠습니까’라고말한다.두자루의부채는홍보위에놓여졌고,소녀는잘싸서안방으로가지고들어갔다.그렇게헤어진후세월이많이흘렀다.사또’양민’이이런저런업무로바쁜나날을보내고있던어느날한노인이사또를봅자고찾아왔다.
‘몇년전부임할때어느시골집에들려아침식사를하고,그소녀에게청선과홍선두자루를주고간적이있느냐’묻는다.사또는조금생각하다가’그런일이있었다.그리고생생하게기억한다’고말하며아직도고맙게생각하고있다고말하였다.노인은이제서야의문이풀렸다는듯고개를끄떡이며다시말한다.’그러셨군요.그여식이과년한제딸년인데그이후로시집을보내려해도어느곳으로도시집을안가겠다고해서영문을몰라이렇게찾아뵙게되었습니다.’
이말을들은사또는고개를끄덕이고는그정성이지극하거늘내어찌모른척할수있겠소,식사한끼얻어먹고대가로부채두자루선물했으면밥값으로충분할텐데,졸지에아내로까지맞이하게되었으니이것도운명이아닌가한다.사또는정실부인이있었다.이부인과의사이에’양사준’이라는아들도있었다.그리고그소녀와결혼하였으니후처즉소실인이소녀와의사이에사언과사기두아들이탄생하였다.
사준,사언,사기이삼형제는자라며매우총명하고재주가뛰어났으며,풍채도좋아주변으로부터칭송이끊이질않았다고하며형제애가깊어중국의’소순,소식,소철’삼형제와비교되기도했다고한다.정실부인이죽고모든살림살이를후처인사언의어머니가도맡아하게되고아들들을훌륭하게키웠다.그러나아들들이아무리훌륭하면뭣하나서자들인데,이소실부인의서러움과한탄은적자가아닌서자를낳았다는것이다.그리고이소실부인의꿈은자기아들들의머리에서서자의딱지를떼내는일이었다.
남편’양민’이죽고장례날에가족들이모두모인자리에서눈물을흘리며사언의어머니는’양씨가문에들어와아들을낳았으며,아들들이재주있고총명하며풍채도있거늘첩이낳았다하여나라풍습은그들에게서서자의너울을벗겨주지않는다.’그러면서장손인적자양사준에게울면서부탁한다.’첩이또한이다음에서모의누를가지고죽은후라도우리큰아드님께서는석달복밖에입지않으실터이니,이리되면그때가서내가낳은두아들은서자소리를면하기어려울것입니다.
그러니내가지금영감님성복날스스로목숨을끊으면복제가혼돈하여사람이모르게될것입니다.내이미마음을다진몸,무엇을주저하오리까만은내가죽은뒤사언,사기두형제한테서자란말로부르지않겠다고약속하면죽어서도기꺼이영감님곁에누을수있겠습니다.그렇게말을한후바로양사언의어머니는가슴에품고있던단검을꺼내자결을하였다.아들들이그녀를부등켜안았을땐이미이세상사람이아니었다.
자기아들을서자의멍에를풀어주고떳떳하게세상을살아가게하고싶었던여인이다.죽음으로써부조리한인간차별화를타파하고싶었던선구자격인신여성어머니의죽음은양서언이더욱훌륭한문인이되는데자양분이되었으리라.양사언은후에장원급제하여높은관직에오르게된다.어머니의끝없는사랑은어디에서나오는것일까.양서언은만호한석봉과추사김정희와더불어조선3대명서예가이자문인이다.
사언의호가봉래인데,사언이관직에올라지금의철원사또로부임하게되고자연히지척에있는금강산을자주찾아금강산의매력에흠뻑젖어살게되었다.여름금강산을봉래산이라함은모두알고있을것이다.그래서양사언은호를봉래하하였다.금강산을노래하고금강산을그린사람이어디한둘이겠는가만은얼마나금강산을사랑했으면자기의호를봉래라하였겠는가.그의시조태산뫼를다시인용해본다.
登登不己有何難/오르고또오르면못오를리없건마는,
世人不肯勞身力/사람이제아니오르고,
只道山高不可攀/뫼만높다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