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양도성 걷기 [1] *-

서울한양도성걷기①]순성(巡城)놀이의즐거움

18.6km서울한양도성따라걷기의즐거움

서울한양도성걷기길이한바퀴완전히연결되었다.서울한양도성은조선의도읍지였던한양을에워싸고있는성곽으로내사산(內四山)이라고부르는인왕산338m,북악산(백악산)342m,낙산125m,남산262m의능선을따라축성됐고,그길이는장장18.6km에이른다.이서울한양도성은조선왕조때꾸준하게정비되고보수돼왔지만일제강점기때도시계획이라는구실로여러곳의성벽이헐렸다.또전차노선이생기면서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주변도훼손됐다.

광복후한국전쟁과무분별한도시화의여파로성곽훼손이계속됐다.그러다가1975년부터1982년까지서울한양도성복원사업이대규모로이루어졌고이후에도혜화문과광희문의복원을비롯해부분적으로보수공사가계속됐다.2000년이후서울한양도성의역사·문화적가치가재조명되면서유네스코세계유산등재를목표로서울한양도성복원사업을추진하고있다.한양도성길을다음과같이6회에걸쳐소개한다.

1순성놀이의즐거움
21구간(숭례문~정동거리~인왕산~창의문)
32구간(창의문~북악산~숙정문~혜화문)
43구간(혜화문~낙산~흥인지문~광희문)
54구간(광희문~남산~숭례문)
6서울성곽주변의걷기명소들(부암동과성북동)

▲서울성곽에서600년도성의발자취를더듬는다(북악산구간).

서울성곽은600년그자리를지키고솟아멀고모호했던조선과근현대사의시간을손에잡힐듯눈앞에끌어다준다.이성계의위화도회군으로시작된조선의개국역사와한양을수도로낙점하며서로의의견이갈려고심했던정도전과무학대사의활기넘치는이야기가그안에오롯하다.임진왜란,인조반정,중종반정,병자호란등수많은역사적사실과비사가그공간안에서일어난것이다.풍수지리와유교교리에맞춰설계되고지어진서울성곽은조선을통째로에워싼화수분같은이야기샘이나다름없다.

파면팔수록더진귀하고신기한역사이야기들이성곽돌덩이사이와사대문,사소문사이로쏟아져나왔고,알면알수록내밀한역사가솟구쳐걷는이의마음속으로흘렀다.도무지얼마나많은역사,비사,야사가그안에숨어있는지가늠이되지않는다.조선을알게되니일제강점기의역사를찾게되고,고려와삼국에대해서도알고싶어진다.결국순성하는이들은핍박과설움의시대를거쳐희망과극복의역사를써내려간내나라조국을사랑하는데까지이르고만다.

필자가가끔걷기동호회회원들과함께서울성곽을걸으며그곳에담긴이야기를하면,같이걷던중년의회원들은어느새할아버지무릎에앉은천진난만한어린아이가되어구슬같은눈망울을반짝거리며이야기에집중한다.시간만다를뿐같은공간에서벌어진일들을들으니그때의현장이상상속에서그대로살아나는것이다.그렇게서울성곽을걷는일은옛것을비추어새것을알게하는힘으로걷는이들을기쁘게한다.각구간의성돌이품은그시간의흔적들과공간감은오늘날에도수백년간지속된순성놀이로그대로살아나고있다.

▲서울성곽길개념도

순성놀이는수백년간내려온전통걷기문화


순성놀이란서울성곽을따라도성안팎을걷는놀이를말한다.실학자유본예(1777~1842)의‘한경지략’과유득공(1748~1807)의‘경도잡지’를통해순성놀이가오래된한양의풍습이었음을알수있다.이기록에따르면순성놀이를‘봄과여름철에성안사람들이짝을지어성둘레를따라한바퀴돌면서성안팎의경치를구경하는멋진놀이’로설명한다.

산악지형을따라자연스럽게축성된서울성곽을걷다보면각산의정상부근에서눈부신조망을만난다.또한조선시대도성의5대명승지로알려진삼청,인왕,백운,청학,쌍계등을거쳐가게되므로진정한산천유람의의미를주고도남았을것이다.

한양을사방에서둘러싼내사산(인왕산~북악산~낙산~남산)의자연적인지형을따라축조된한양도성은세계적으로도찾아보기어려운수도방어형산성이다.이러한희귀성과역사성을앞세워서울시에서는서울한양도성을세계문화유산으로등재하기위한준비를하고있다.이를위해현재서울시청내여러부서로나누어진서울성곽관리기능을새로운전문팀으로합쳐좀더체계화된관리를하려한다.

사적10호로지정된서울한양도성은길이가총연장18.6km에달한다.이중약5km구간이완전멸실되었고,13km구간이온전히남아있거나복원중이어서실감나는성곽걷기를돕는다.끊임없는난개발의소용돌이로점철된서울의근현대사를비추어보자면성곽의7할이상이남았다는것도얼마나다행스런일인지모르겠다.

▲서울도심을에워싼성곽에서조선의이야기가흘러나온다(인왕산구간).

구간별책임자를성돌에새긴공사책임제실시


태조5년(1396)에축성을시작한서울한양도성은49일만에공사를마무리했다.당시평지는흙으로쌓은토성이었으며산악구간만돌로쌓았다.하지만워낙공사기간이짧았던탓에몇개월후다시2차공사를했으며,이때사대문과사소문도함께완공됐다.

성곽을지을때는전체를97구간으로나누어북악산정상부터동쪽으로돌아가며천자문의하늘천(天)부터조상할조(弔)까지를각각의구간이름을붙여각군현별로공사책임을맡겼다.이때공사를담당했던고을의이름,공사일자,책임자의이름등을성돌에새겨넣었는데,지금도곳곳에서그러한각자성석을살펴볼수있다.이후로세종(1422)때흙으로쌓은구간을모두돌로고쳐쌓았으며,숭례문을완전히해체하여새롭게지었다.또한숙종30년(1704)에도약5년간에걸쳐대대적으로고쳐쌓았다.지금도성곽을걷다보면태조,세종,숙종당시의축성기법이혼합되어있는성벽을쉽게볼수있다.

이외의왕조때에도치세가편안할때는성벽을고쳐쌓거나문을보수하고고쳐짓는일이다반사였다.비교적근대에고쳐진것으로는흥인지문(동대문)으로고종5년에완전히새롭게보수했다.이때문에흥인지문은조선후기의대표적인목조건축물로꼽힌다.

서울한양도성에는풍수지리에입각해각방향으로네개의대문과그사이에소문을두었다.각방위별대문의이름은남대문(숭례문·崇禮門),서대문(돈의문·敦義門),북대문(숙정문·肅淸門),동대문(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유교에서사람이지켜야할다섯가지덕목으로꼽는오륜의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따서이름을지었으나북대문인숙정문만이를지키지않았다.그대신숙종때축성된한양도성과북한산성을잇는탕춘대성의홍지문(洪智門)에‘지’자가들어갔고,도성의중심인보신각(普信閣)에‘신’자를넣어이를완성했다.

▲1삼삼오오성곽을따라걷는인구가빠르게늘고있다(인왕산구간).2야간경관조명을해놓아서밤에걷기에도좋지만남산신당동구간은조명설치가잘못되어불빛이오히려걷는이들의눈을찌른다.

조선시대전통을따르려면시계방향으로순성


50리에가까운성곽을한바퀴순성하는데걸리는시간은구한말과지금이많은차이가있다.1916년에있었던순성놀이기록에는7시간밖에걸리지않았으나지금은11시간정도걸린다.성곽이끊어져돌아가게되고,건널목을건너는등의도심구간통과시간이추가된이유도있을것이고,걷기가주요이동방식이었던당시에비해문화적,인류학적으로크게달라졌기때문일것으로추측된다.

서울성곽순성을할때는도성의정문인숭례문을출발점으로삼는경우가많다.어느방향으로순성할것이냐에대해서는딱히정론이없지만조선시대전통을따르면시계방향으로걷는것이맞고,반대방향은오르막경사가조금낮지만내리막경사가급하다.하루에전구간을걷는것이불가능한것은아니지만각구간의성벽과성문이갖는역사적인의미를짚어가며걷는것이좋음을감안하면보통네구간으로끊어걷는다.

첫번째구간은숭례문~소의문~돈의문~인왕산~창의문을거치며5.3km를걷는다.서울한양도성의정문인숭례문에서출발하면곧걷게되는정동길에는대한제국말기와일제강점기의잔재가곳곳에남아있다.월암근린공원을지나홍난파가옥~권율장군집터를지나면인왕산성곽구간을만나고이곳을지나면인조반정당시반란군이난입한창의문이나온다.

▲1성곽여장의총안으로바라본성북동(와룡공원구간).2건물축대로사용된성돌도있어안타까움을자아내기도한다(장충동멸실구간).

두번째구간은창의문~북악산~숙정문~혜화문을지나며4.7km에이른다.창의문에서북악산정산인백악마루까지는꽤급한경사를그리며성곽이놓여순성구간중가장힘이든다.다만정상백악마루에서바라보는서울의아름다움은많은사람들의찬탄을끌어낸다.일부구간인창의문안내소에서말바위안내소사이는신분증이있어야통행이가능하다.

세번째구간은혜화문~낙산~흥인지문~광희문을거치는3.2km이다.네개로나누어진순성놀이구간중가장편안하게걸을수있는곳으로조명이설치되어있어성곽을따라걷는야간걷기의명소라고추천할수있다.또한동대문운동장을철거하면서발견된성곽과이간수문을복원해색다른정취를전한다.

네번째구간은광희문~남산~숭례문으로5.4km에달한다.장충동구간은최근신라호텔에서점유하던구간의일부를성곽탐방로로내놓음으로써걷기가한결편하고자연스러워졌다.반면국립극장부근부터시작되는남산구간은계단이많아무릎이편치않은순성꾼에게는스틱지참을권장한다.

▲야간걷기에가장용이한구간은낙산이다.경사도완만하고경관도아름다워처음걷는이들은경탄을금치못한다.

순성놀이의난이도를보자면내사산의경우등산초급수준이며,걷기로는일부구간을제외하면대체로초중급에해당한다.운동화만신어도별무리없이길을걸을수있지만인왕산과북악산구간은비교적경사가있는편이어서옷차림이나신발,식수에신경을써야한다.

다음편에는첫번째구간에대한설명과더불어서울성곽각부분명칭과축조기법에대해알아보도록하겠다.

(사)한국의길과문화홈페이지자료실에서‘서울한양도성걷기’소책자PDF를국,영,일문으로다운로드받을수있다.또한발견이의도보여행www.MyWalking.co.kr에서서울성곽탐방로및전국의걷기여행코스상세지도를볼수있다.

글·윤문기(사)한국의길과문화사무처장·발견이의도보여행운영자-

————————-<월간산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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