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낭파라 라운드 트레킹 (3) *-                    [네팔 트레킹]

[네팔트레킹]

설산고봉의중앙에풍덩내던져진느낌

다음날아침도날씨가좋다.앞으로계속배낭속우산을꺼내지않기를바랐다.아침7시출발해냇물을건너려는순간관목숲에서단페(Danphe)가먹이를쪼고있다.암컷은연한갈색을띠고수컷은화려한무지개색을띠어무지개꿩혹은비단꿩으로도알려진단페는조류지만뇌조처럼날지못한다.야생인데가까이접근해도경계하는눈치가없다.단페는네팔국조(國鳥)다.

한시간가량완만한초원지대를올라서자라바르마(Lhabarma·4,330m)앞쪽으로시야가탁트인다.초오유(ChoOyu·8,201m)와고줌바캉(NgojumbaKang-Ⅰ·7,743m),갸충캉(GyachungKang·7,952m)이대장벽을이루었고,등뒤의남쪽으로는말안장모양의캉테가(Kangtega·6,779m)와뾰족한탐세르쿠(Thamserku·6,623m)가가로막아설산고봉의중앙에풍덩내던져진느낌이다.다리에힘이솟구친다.

▲초오유와정상부가평평한바위봉우리는갸충캉(7,952m)이다.그사이에고줌바캉(7,762m)의세개의도드라진봉우리들,맨우측은훙치(7,036m)봉이다.고쿄리에서북쪽으로의전망.
걷기에좋은트레일을따라루자(Luza·4,360m)를거쳐오전10시경시냇가넓은초원지대의마체르모(Machhermo·4,470m)에도착했다.고소적응에따른수순으로보자면이곳에서하루의운행을접고내일고쿄로가는것이좋으나우리는컨디션도최상이었고남은시간도충분해고쿄로밀어붙였다.

옅은구름이차올라서쪽계곡원두로보여야할카조리(KyajoRi·6,186m)의모습을보지못한것이못내아쉬웠다.캬조리북동벽은여러차례의시도에도루트가완성되지않은난벽이다.한국에서는2003년성균관대산악회카조리원정대(대장원종태)가시도했으나5,500m지점에서무너진낙석사고로대원한명이사망했고,2011년가을카조리원정대(대장유학재)는북동벽을2피치등반하고기상악화로철수한기록이있다.

팡가(Phangga·4,480m)에서삶은감자로끼니를때우고고줌바캉빙하의말단의바위통로를빠져나가첫번째호수롱가풍가초(LongapungaTso·4,710m)를지나면서우모복을덧입는다.두번째호수타우중초(TaujungTso·4,728m)를거쳐물안개가피어오르는세번째호수고쿄(GokyoTso·4,734m)에도착했다.호숫가언덕에양철지붕을얹은로지가다닥다닥붙었고호수남쪽으로파릴랍차(Pharilapcha·6,017m)북벽이나타났다.

▲셰르파족은쿰부의네산에신이살며존재하는만물은모두신성하다고믿는다.

▲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중앙의멀리마칼루(8,485m)우측의촐라체(6,440m)와타워체(6,501m).고쿄리에서는8,000m급4개의봉우리와5,000m~7,000m급50여봉우리를조망할수있는쿰부히말에서가장으뜸가는곳으로꼽힌다.
네팔정부는2002년유엔이정한‘산의해’를기념하고2003년에베레스트등정50주년을맞아등반이금지돼있던131개봉우리를새롭게개방해네팔내에는총326개봉을등반할수있게되었다.또기존의18개트레킹피크(TrekkingPeak)에2002년가을15개봉의등반허가권을네팔산악협회(NMA)에위임해네팔의트레킹피크는총33개봉이됐다.이로써개방된봉우리에각국의초등정경쟁에열을올렸다.아직도미지의봉우리들이다수남아있다.

쿰부히말서쪽과롤왈링산군에대한연구가부족했던국내산악계는조용했다.그후에낮지만난이도높은등반을추구하는한국원정대가2010년겨울에찾아들었다.한국산악회파릴랍차북벽원정대의유학재대장과황기룡·신동석은2008년에열린‘인디펜던스데이(IndependenceDay)’루트바로왼쪽에4일동안새로운루트를올랐다.그러나안타깝게도하산하던다음날아침황기룡대원은갑작스런복통으로사망하고말았다.

27일이른아침쿰부히말에서단연으뜸으로꼽히는전망대고쿄리(GokyoRi·5,357m)에올랐다.찬바람속에서2시간가량의발걸음후디디도정상에섰다.걸음걸음힘겨움을일순간날려버릴장엄한파노라마가우리를맞이했다.8,000m급4개봉을포함해50여설봉이360도로펼쳐졌다.

▲멀리산사면과고줌바캉빙하의말단사이의바위통로를빠져나가면고쿄에이르기까지세개의호수가이어진다.

광기어린욕망의족쇄에서풀려나는길은죽음

6·25전쟁후먹고살기팍팍한시절에도한국산악인들은히말라야를꿈꾸었다.그러나그당시8,000m봉우리는시샤팡마를빼고는모두등정되었다.한국원정대가히말라야로첫도전한산은다울리기리Ⅱ봉(7,751m)정찰대로1962년이었다.아무도오르지못한히말라야의정상에태극기를꽂으려는한국인의꿈은20년이흐른1982년대전쟈일클럽의김영한등반대장과2명의셰르파가고줌바캉(7,806m)정상을등정함으로써이뤄졌다.

초오유동쪽에고줌바캉이바라보인다.어려운시절히말라야에온열정을불태웠던선배들.이후한국등반대는지금까지7,000m급이상의봉우리초등정은총8개봉우리를기록했다.윌리엄블레이크(WilliamBlake·1757~1827)는인간과산이만날때위대한일들이일어난다고했다.위대한일에는많은희생도따랐다.히말라야를오르다생을마감한선후배들은한둘이아니었다.또내가만났던세계적등반가들토마스휴마르(TomasHumar)는랑탕리룽에서,세르게이사모일로프(SergeiSamoilov)는로체에서,오사무다나베(OsamuTanabe)는다울라기리1봉에서죽었다.

산악인들이끊임없이한계상황을추구하고픈광기어린욕망의족쇄에서풀려나는길은죽음뿐이라고누군가말했던기억이난다.루클라에서만났던오영훈대장은이번에베레스트에서의조난사고를목도하고는“경험이많고실력이뛰어난등반가라할지라도,또자신의팀이무사히정상등정을하고죽음의지대를벗어나베이스캠프로되돌아오기까지는자신이모르는그무엇이있음을느꼈다”고말했다.

고줌바빙하를타고밀려온구름이산을숨겨버렸고,곧우리가선곳도화이트아웃이되어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저쪽고줌바캉과캬충캉의상부빙하에서세락이무너져우르릉소리가들려왔다.산은산자신의생각,산자신의의지가있는것이다.이제하산할시간이다.

-글|사진김창호몽벨자문위원·월간산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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