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이야기 *-

[남산이야기]

남산은고유명사아닌남쪽에있는산,앞에있는산이란뜻이다.
서울,경주,강릉등전국각지에남산은즐비하다.

▲조선의도읍지였던서울의중심에는남산이있다.예부터중앙봉수대와국사당등주요시설이있었던서울남산은요즘에도시민의휴식터로사랑받고있다.

애국가중‘남산위에저소나무철갑을두른듯~’에나오는남산은어디일까?흔히서울의남산이라고생각하지만정답은‘그럴수도있고,아닐수도있다’이다.이말은곧우리나라에남산이란이름을가진산이서울에만있는것이아니라는말이다.

서울사람들이야제집드나들듯다니는명동의남산(262m)이가장친근할터이지만경주사람들은금오산(495m)과고위산(467.9m)사이의능선과계곡전체를아울러부르는남산이더친근할것이다.이밖에도전국에걸쳐‘남산’이란이름을가진산은한두곳이아니다.그렇다면남산은정말남쪽에있어서남산일까?

남산의‘남(南)’이란한자로남쪽이란의미를가지고있다.서울남산의본래이름은인경산또는목멱산이었고,옛말은남쪽에있는산이란의미로‘마뫼’였다.‘마’는남쪽(南)을뜻하는순우리말이다.흔히남쪽에서부는바람을마파람이라하고,남쪽을마녁이라부른다.이‘마’와산(山)을뜻하는순우리말‘뫼’를합쳐‘마뫼’라고불렀던것이다.

남쪽에있는산,앞쪽에있는산등다양한의미


반면남쪽이란뜻말고도‘앞쪽’이란뜻도있다.1527년(중종22)최세진(崔世珍)이어린이의한자학습을위해지은책인<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앞은南,뒤는北,좌를東,우를西’라서술했다.이는북방에서내려온민족이뒤를북쪽이라칭하고,앞을남쪽이라칭한것에서기원한다.또한풍수지리상주산을마주보는산을일컫기도한다.

▲서울남산은궁궐앞의산이었기에각지역의봉수가남산중앙봉수대에이르면비로소임금도소식을전해들을수있었다.

이렇게따져보면남산은‘남쪽에있는산’을말하기도하고,‘동네앞에있는산’을지칭하기도한다.또한남산은‘도읍이있는곳의앞산’을지칭하는보통명사이기도하다.조선의도읍지였던서울(한양)은물론이고,신라의도읍지였던경주(서라벌),백제의도읍지후보였던충주,고려의도읍지였던개성(개경)에는어김없이남산이있다.

이러한다중적인의미때문에남산이라불리는산은전국적으로셀수없을정도로많다.말하자면우리나라산중‘남산’은사람으로치면‘김아무개’정도랄까.그중에서도가장잘알려진곳은서울남산과경주남산이다.서울남산은도심한가운데에떡하니버티고서있으면서시민들이여가를즐기는랜드마크중하나이며,경주남산또한신라시대불교의중심지로서‘노천박물관’경주에서빼놓을수없는명산으로이름을날리고있다.

서울남산의옛이름은인경산(仁慶山)이었으나,조선태조이성계가개성에서서울로수도를옮긴후지금의남산팔각정자리에목멱신사를지어목멱산(木覓山)으로불렸다.목멱신사는나라에서행하는굿을베풀던,말하자면산천제의기능을맡아하던사당(국사당)이었다.1925년까지지금의팔각정이있는자리에있었는데,일제강점기때조선총독부가황국사관전파를위해남산에조선신궁(神宮)을지으면서지금의인왕산국사당자리로강제로옮겨졌다.목멱산은‘경복궁앞에있는산’이라하여남산이라불렸다.

남산정상에서는봉수대를볼수있다.봉수는나라에외세가쳐들어왔을때이를신속히알리려는일종의통신수단이다.낮에는봉수대에연기를피우고,밤에는불을피워신호를전달했다.

▲1남산정상의팔각정은여름이면시원한그늘을만들어주는시민의쉼터이다.2남산의명물서울애니메이션센터전경.

봉수대는지방5개처에서부터서울의남산사이를약수십리간격으로잇고있었다.서울남산의봉수대는전국각지에서올라온봉수신호가집결하는중앙봉수대였다.전국어느지역봉수대부터신호가시작되었건약12시간이면궁궐이있는남산봉수대까지도달할수있었다하니수도한양에서남산의역할이매우컸음을알수있다.

일제강점기통한의역사품은서울남산


남산은1910년대부터‘한양공원’이란이름의시민공원으로가꾸어졌다.푸른소나무도명물이지만봄에피는벚꽃이아름답기로소문난곳이기도하다.하지만남산벚꽃에는가슴아픈사연이있다.

임진왜란때일본군은남산을‘왜장터’라부르면서주둔지로삼았고,자신들의성역처럼여겨1897년무렵에는남산일부를‘왜성대공원’이라이름짓고산길을닦아일본벚꽃수백그루를심었다.이때문에원래남산을지키고있던소나무가반이상사라지기도했다.또한앞서언급했듯이조선총독부가서울성곽을비롯한기존건축물들을파괴하고남산자락에조선신궁을세웠다.

이렇듯한반도의중심에서역사의희로애락을모두몸으로받아들인남산이건만,지금은명실상부‘대한민국대표남산’으로불리며시민들의나들이장소로각광받고있다.

▲남산의랜드마크이자,서울의랜드마크인남산N타워의야경.

남산하면가장먼저떠오르는것이바로‘N서울타워’다.명실상부서울의랜드마크로자리한탑꼭대기에는전망대가있어서울의야경을만끽할수있으며,회현동순환로에서N서울타워밑까지운행하는케이블카는서울야경을내려다보며데이트를즐길수있는연인들의필수코스다.또한남산은높지않으며길이잘나있어7.5km의남산순환로를따라산책하기에안성맞춤이다.이외에도서울애니메이션센터,남산자동차극장,남산골한옥마을,장충단공원등들러볼만한곳이즐비하다.

경주남산은신라불교의성지로손꼽혀


서울남산과유명도를견주는또하나의남산은경주남산이다.경주남산은이름그대로‘경주(서라벌)의남쪽’에위치하기에부르는이름이며,일반적으로금오봉과고위봉(수리봉)을합쳐서남산이라부른다.남북8km,동서4km로남북으로길게뻗어내린타원형이면서남쪽으로약간치우쳐정상을이룬직삼각형모양을이루고있다.

경주남산은서울남산처럼시민들이여가를즐기거나휴식을취할수있는장소는많지않다.하지만경주남산은신라시대불국토를이룬곳으로역사적의미가있는장소다.

신라시조박혁거세의탄생설화가있는곳으로신라개국이래줄곧신라인과호흡을같이하며신성시되었으며,불교가신라에전파되면서부터는사찰이나암자등이집중적으로지어졌다.현재알려진것만147군데의절터와118기의불상,96기의탑,그리고고분37기에이르러‘노천불교박물관’으로불린다.2000년에는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의역사유적지구로지정되었다.

경주남산은크게동남산과서남산으로나뉜다.동남산은완만한편이고,서남산은골이깊고가파르다.동남산엔권력이나부가없으면세우기어려웠을법한세련된작품이많아귀족들이많이드나들던곳으로보고있다.반면에서남산엔소박하고투박한작품들이많아귀족과백성들이불공을드리던장소가나뉘어있었음을짐작케한다.

▲용장사삼층석탑에서본경주남산.

경주남산이역사적의의를갖는이유는또있다.신라의시작과끝이모두남산에서이루어졌다는것이다.서남산의나정(蘿井)은신라시조박혁거세의탄생신화가깃든곳이지만,불과남쪽으로1km남짓거리에있는포석정은신라말기의경애왕이후백제의견훤에게죽임을당한곳이다.

경애왕이죽고견훤은경순왕을56번째왕으로앉혔으나경순왕이고려왕건에게신라를넘김으로써박혁거세이후992년간이어진찬란한신라의역사는끝을맺게되었다.1,000년에육박하는신라역사의시작과끝이모두남산과관련되어있다는사실이참으로아이러니하다.

이렇게곳곳에서신라와불교의유적들을볼수있는경주남산은봄이면서울남산못지않은벚꽃천지로변한다.진달래와함께피는벚꽃덕분에상춘객들이몰리는데,특히불상과마애석불을볼수있는삼릉골주변의벚꽃터널은전국에서소문난벚꽃명소이다.

경주남산엔수많은등산로가있다.답사코스만70가닥에이른다는말이결코과장이아니다.거미줄처럼이어져있는등산로지만산길의정점은언제나고위봉과금오봉이다.

▲경주남산서쪽삼릉계곡의마애석가여래좌상.신라에불교가전파되면서숭산신앙,암석신앙과연관된문화가남산에집중되었다.

그중에서도추천할만한코스는유물이가장많은삼릉골에서시작하여금오봉을거쳐절터가가장많은용장골로내려오는코스다.이코스를지나며나정과포석정,배리삼존불,삼릉,마애관음보살상,상선암의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등의주요유적지들을모두볼수있다.대략6.3km거리로,3시간30분정도면완주할수있다.

삼릉~삼릉계곡~상선암~금오봉~사자봉~금오정~늠비봉5층석탑~부엉골~포석정~배리삼존불~삼릉회귀코스도추천할만하다.넉넉하게4시간정도걸린다.특히능선에서경주야경을바라본다면이것이야말로‘신라의달밤’이라는생각이들정도로환상적인경치를뽐낸다.

각지역마다‘터줏대감’남산있어


이밖에도전국각지에남산명함을가진곳은많다.강원도강릉의남산은노암동남대천냇가에솟은봉으로조선시대강릉부사가집무를보던동헌(칠사당)에서보면남쪽에있다고하여남산이라고불렀다.시민공원이조성되어있으며서울,경주의남산과마찬가지로봄마다벚꽃축제가열린다.

정선의남산은아리랑의발상지인아우라지와가깝다.남산이라는이름보다는흔히조양산(620m)으로많이불리는데,정선읍에서지척이어서주민들이운동삼아오르내리는산이다.정상에오르면정선읍내의모습을비롯해비봉산과가리왕산도눈에들어온다.조양산은특히가을단풍이아름답기로소문나단풍산행지로서도각광받는다.

▲경주남산서쪽삼릉계곡의마애석가여래좌상.

충주에도남산이있다.일명금봉산(636m)이라부르는이산에는신라시대원효대사가창건했다는창룡사가있다.또한정상부근에는남북을잇는능선상에충주산성이있다.대몽항전지로유명한이산성은삼한시대마고선녀가축성했다는전설을간직하고있어마고성이라고도알려져있다.

창룡사우측계곡길을통해능선에오르면정상까지군데군데휴게소가있는깨끗한산책로다.정상에서면충주호뱃길이한눈에들어오고멀리월악산의모습도볼수있다.

울산남산은도심을내려다볼수있는전망좋은장소다.정상의전망대에서바라보면태화강과십리대밭,보리밭등이계절마다색다른풍경을자아낸다.산책로곳곳에쉴수있는정자나쉼터가많아아이들과함께오르기에좋다.능선을따라만든산책길인솔마루길을이용하면쉽게남산을둘러볼수있다.

합천가야산자락의명봉인남산제일봉(1,010m)의‘남산’이란말또한‘가야산남쪽에있는산’이란뜻이다.석화성(불꽃모양의바위)이이어져등산객에게사랑받고있다.

충남서천읍남산리와마서면봉남리에걸쳐있는산도남산이라고불린다.고도는140m로아주낮은산이지만정상부에는길이468m에이르는서천남산성이있다.이성곽에선삼국시대의토기와기와조각등유물이발견되었다.특히서천남산에는백제시대부터유래된남산놀이가전하는데,출가한딸들이1년에한번씩이산에서어머니와만나노래를부르며즉흥적으로놀았다고한다.

이밖에도상주,청도,강화도,순창,장수등에도남산이라불리는산이자리하고있으니서울사람들은남산이서울만의산이라는착각에서벗어날일이다.

글·손수원기자/사진·조선일보DB,윤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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