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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의마지막구간인21코스의정점인지미봉에서바라본제주시구좌읍종달리와하도리의풍경.바다와어우러진마을풍경이마치동화속세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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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제주올레21개코스를어디풍경의우열만으로가릴일인가.해안길은해안길대로,중산간길은또그길대로,돌담의마을길은또그나름으로저마다의매력을품고있으니말이다.올레길이놓이기시작한지이제5년.‘제주사람들의삶의길’이었던올레길이이제는그길을걷는이들의발자국과이야기가차곡차곡포개지며잘삭아가고있는중이다.애초에이길이사람들을불러모았던게빼어난풍경때문이었다면이제다놓은올레길위에켜켜이쌓여가는이야기들이또다시사람들을불러모으리라.모름지기길은걷는이들이만들어가는법.그렇게몇곳의올레길코스를밟으며그길을걸었던이들의이야기를주워모았다.
올레3코스는다른올레길에비해걷는이들이적은편이다.온평포구에서시작해서중산간을지나통오름과독자봉을넘고김영갑갤러리를거쳐표선에까지이른다.거리가20.7㎞나되는데다이중14㎞구간이중산간지역을통과하니다른코스보다힘이배로든다.그러니이코스를택하는이는그리많지않다.
하지만호적한길을혼자걸으며자기만의시간을갖고싶거나,깊은생각거리를들고오는이들은부러이길을찾는다.이길을50대중년의여자가찾아왔단다.여자는비가추적추적내리는날,3코스를걷고는일정을앞당겨서둘러서울로올라갔다.그이유인즉이랬다.비가오는인적없는중산간을지쳐서걷던그는추위로모진고생을했다.묘지옆을지날때는머리카락이쭈뼛설정도로무서웠다.그러다앞서걷는이를발견하곤반가운마음에달려가‘함께걷자’고했단다.돌아온대답은차가웠다.‘혼자걷고싶으니그냥가시라’는것.그때처럼사람이그리웠던적이없더란다.시댁식구들과의불화로제주행을택했던그는“맘이통하든아니든,말이라도나눌사람들이있다는게이리귀한줄몰랐다”며그길끝에서시어머니도,얄미운시누이마저도보고싶더란다.
3코스를찾은이들중에는‘이별여행’을온젊은커플도있었다.둘은인적없는중산간을걷는내내말없이걸었다.우연히남녀와동행하게된서명숙제주올레이사장은길을걸으며남자와긴이야기를나눴단다.3코스종점표선해수욕장에서전화번호를나누고이틀뒤여자로부터문자메시지가날아들었다.‘서로다시노력하기로했다’는반가운소식이었다.
누구든제발자국소리만데리고고요하게걷겠다면올레3코스를찾아가볼일이다.일상에서두고온것들의생각이깊어지고,가진것들이나가까이두고도몰랐던존재의소중함을확인하게될것이니….
#올레7코스…사랑을만드는길
올레길에는로맨스도있다.아름다운제주의길위에로맨스가없다면그게더이상한일이겠다.제주올레직원이길을잃은여성도보여행자를구조하러갔다가결혼에골인했다는소설같은로맨스도있고,올레길을앞서거니뒷서거니걷다가만나서부부의연을맺은이들도적잖다.
올레길의로맨스중에서최고라면올레길을걷다가만난60대남성과50대여성의로맨스가아닐까싶다.이들이만난것은외돌개에서법환,강정포구를거쳐월평마을에이르는7코스였다.바다를끼고가는올레길구간중가장아름다운코스로꼽히는곳이다.해질무렵의이쪽길은낙조와어우러져환상적인풍경을빚어낸다.
도회지에서제주로날아와홀로올레길을걷다가우연히만난두사람은맘이통해황혼의나이에결혼을결심하곤제2의인생을제주에서시작하기로하고7코스를걸으면서봐뒀던법환포구의집을사들여정착했다.얼굴은물론이고이름도드러내길원치않으니,이들의신상을밝힐수는없는일.하지만등산복차림이아니라제주갈옷을정갈하게차려입은나이지긋한부부가황혼무렵에함께손을꼭잡고올레길을걷고있다면이들이라고믿어도좋겠다.
한중년의남자가열일곱살의아들과일주일일정으로제주에내려와올레길을걸었다.그마지막구간이7코스였다.고교1년생인아들은학교에서말썽을부려부모속을어지간히썩이던말썽꾸러기였단다.올레길을걷자고했을때아들은온통불만투성이였다.간식을살만한마트도없고,제때끼니를때울식당도찾기어려웠고길을놓치고헤맬때마다짜증을냈다.그렇게부자는티격태격하며며칠을걸었는데,어느순간아들이달라졌다.자신보다걸음이늦어자주뒤처지는아버지를보고연민을느껴서였을까.자주걸음을멈추고아버지를가디려주던아들이‘아빠,배낭제가대신매드려요?”라고묻는데,아버지는눈물이왈칵쏟아질뻔했단다.
길위에서제주올레직원을만난아버지는“일주일동안아들과주고받은이야기가17년동안한집에살면서나눈이야기보다더많았다”며“이런길을만들어줘서고맙다”고90도로고개를숙여인사하더란다.
#올레길모든코스…삶의의미를되새기다
‘제주이민’.이즈음제주로의이주를이렇게들말한다.제주로거처를옮기는것을이사가아닌‘이민’으로말하는데는다이유가있다.도회지에서일궈온삶을다내려놓고제주로가는것은그저거주지를옮기는것이아니라‘삶의지향이나태도,방식을송두리째바꾸는일’에다름아니기때문이다.
제주이민은올레길이기폭제가됐다.사실제주가지닌빼어난아름다움이야올레길이놓이지않았을때도그랬다.굳이걷지않고도능히알수있는일이었다.누구나풍광좋은곳을앞에두면‘여기서살고싶다’는생각을하게되지만,그건늘말로만그칠뿐이다.그도그럴것이풍경의아름다움만으로거처를옮길수있는이들이얼마나되겠는가.
올레길의미덕은제주풍경의아름다움뿐만아니라도회지에서관성처럼살아온속도위주의삶을되돌아보게만든다는것이었다.번잡한일상과욕심을다내려놓고속도를늦추고바다를끼고이어지는제주의푸릇푸릇한길을걷다보면행복을느끼게되고,그행복이라는게양손에가득든쇼핑봉투만으로얻어지는것이아니란깨달음을얻게된다.질주하는도시의속도를따라잡으려허덕허덕지탱해온삶의의미에문득마음이가닿게된다.
이런과정을거쳐서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으로일하던송영필(47)씨는2008년올레길을걷고난뒤직장에사표를내고연고하나없는제주시애월읍으로내려와해안산책로가내려다보이는언덕에자그마한커피숍‘키친애월’을냈다.억대연봉을받던IT기업의이사였던박상국(45)씨도미련없이회사를그만두고바리스타교육을받고서귀포시안덕면사계리에커피전문점‘스테이위드커피’를차렸다.어디이들뿐일까.올레길을따라걷다보면제주이민자들을곳곳에서만난다.
그렇게거처를옮긴다고삶이늘행복할리는없겠지만,그래도‘스스로선택한삶의방식’을실현하고있는그들의표정은밝다.
제주의섬을도는올레길은어떤이들에게는‘지금까지와는전혀다른삶’을선사했고,다른이들에게는주위사람을소중하게바라보는따스한마음을선물했다.그길에서잠깐의동행을만난이들도있고,황혼의나이에평생의반려자를만난이들도있다.올레길.그길이우리에게준것이이리도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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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되도록하루에한코스만걷는다
올레길에는돌길,자갈길,너덜길등이곳곳에있다.앞만보고속도를내다가는자칫다치기쉽다.또두코스이상걸으면몸에도무리가오고꼭보거나느껴야할것들을놓치게된다.
2.안해본일,하고싶었던일을해보자
올레길을걸으면서할수있는일은무궁무진하다.시집을챙겨들고바닷가에서읽을수도있겠고,파도소리에맞춰하모니카를불거나들꽃이핀오름에서그림을그릴수도있다.
3.지역민들이내미는손을기꺼이맞잡자
아름다운경치못지않게사람들과의소통은여행의큰즐거움.제주사람들은겉으로퉁명스럽고무뚝뚝하지만그들에게손을내밀면여행이훨씬풍성해지고다채로워진다.
4.걷기전에제주말몇마디쯤배워두자
해외여행을갈때는현지어몇마디쯤은배워가려애쓴다.억양이서툴더라도제주방언을하면재래시장에서덤도더받고해녀할망들과빨리친해질수있다.
5.어느코스가좋으냐고묻지마라
변화무쌍한날씨가코스의느낌을날마다다르게변주한다.취향도제각기다르고,같은장소라도맑은날과흐린날의분위기도전혀다르다.너무많은정보는때로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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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해변‘신라호텔제주’
호텔과펜션,리조트가즐비하게들어선제주에서예나지금이나최고의숙소는‘신라호텔제주’다.훌륭한입지나시설로만그렇다는얘기가아니다.여행지로서의제주가올레길로진화했다면,신라호텔제주는숙소의역할뿐만아니라리조트호텔이스스로목적지가되는진화를해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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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증거가호텔아래중문해변에있다.신라호텔은중문해변에다통창을낸목조건물을지었다.그리고눕거나앉아서바다를볼수있는자리를만들었다.투숙객들에게는와인과차를제공한다.낮에는푹신한소파에몸을누이고비치된책을꺼내읽어도좋고,밤이면파도소리를들으며정취를즐기는것도좋다.‘선셋바&카페’란이름처럼해질녘의낙조를감상한다면더할나위없다.
고급캠핑을뜻하는‘글램핑’의바비큐공간은신라호텔제주가시작한이래전국의호텔과리조트들이앞다퉈모방프로그램을만들었을정도로인기가높다.따스한물을담은야외수영장과옥외스파(사진)는한겨울에도자정까지문을연다.풀사이드에서는오는25일까지아르헨티나무용수들의탱고공연도펼쳐진다.게다가최근에는여행객들을위한원스톱서비스를제공하는‘라운지S’란공간을따로뒀다.여기서는투숙객들에게간식과음료를제공하며숙련된호텔직원이상주해여행정보를제공해준다.라운지이용요금을따로받지만공항에서호텔,호텔에서공항까지짐을연결해주고,중형렌터카를6시간까지무료로대여해준다.1588-1142
제주=글·사진박경일문화일보기자/게재일자:2012년11월7일수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