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파는 사람 -[14]

생각의연금술사유영만한양대교수

생각을파는사람-스물한번째인물

셀러(seller)유영만한양대교수
셀러유형생각의연금술사
대표상품생각지도못한생각지도
최신상품체인지(體仁知)
생각연금술사의셀링포인트
1)생각을바꾸려면체험부터바꿔라.
2)삼행시로생각을가지고놀아라.
3)글쓰기는생각을완성하는가장좋은훈련법이다.

▲생각의연금술사유영만한양대교수/photo이경호영상미디어차장

참,징글징글하게도썼다.3월에나오는책이벌써68권째다.그의나이가쉰하나이니까평생1년에한권이상씩쓴셈이다.요새그는1년에만네다섯권의책을거뜬히써낸다.한양대에있는그의연구실에들어가보면책장하나가온통그가쓴책들로가득차있다.최근몇년간낸책만살펴봐도‘지식생태학’(2006년·삼성경제연구소),‘기린과코끼리에게배우는공생의기술’(2007년·김영사),‘내려가는연습’(2008년·위즈덤하우스),‘다르게생각하면답이보인다’(2010년·교보문고)‘생각지도못한생각지도’(2011년·위너스북)‘체인지’(2012년·위너스북)등다양하다.

한마디로기가막히고코가막힌다.책을써본사람들은안다.책한권을쓸때마다벌이는무시무시한‘생각마라톤’의고통을.한참을달렸다고생각했는데돌아보면반의반도안왔다.숨이깔딱깔딱넘어갈지경인데도무지얼마나더달려야할지알수가없다.그렇게짧게는몇달,길면1년동안사투를벌이면그야말로수명이단축되는느낌이다.그런데유영만교수는저많은책을도대체어떻게썼다는말인가.

심지어그는한일간지에주5회씩연재를하는괴력을발휘하고있다.매일100m달리기를하는셈이다.동시에페이스북에는매일서너개씩장문의글이올라온다.SNS라하여몇자끄적이는수준이라고생각하면오산이다.주제가날카롭게벼려진글들이라소화시키는데만도꽤시간이걸리는‘작품’들이다.

게다가이렇게모아진콘텐츠들은그의입을통해서도사방팔방으로퍼져나간다.유영만교수는기업에서가장선호하는‘교수님강사’중의하나다.창의력·혁신·상상력과관련된강의콘텐츠가워낙무궁무진하기때문이다.그는10여년전,수백만부가팔린전설의책‘피시(FISH)’를번역했는데,동시에1박2일짜리교육프로그램을만들었다.당시이프로그램은대기업은물론전국의중소기업까지죄다접수했다.기업교육강사라면누구나듣는필수코스이기도했다.나역시그과정을수강했는데솔직히속으로꽤나배가아팠다.이얇은책으로16시간짜리콘텐츠를만들어내는그의크리에이티브가너무대단해보였기때문이다.당시에는그저유학잘갔다온부잣집도련님이겠거니했다.

그런데여기에반전이숨어있다.그는스스로를‘세계3대용접공(?)’중의한명으로소개한다.세계적동기부여전문가인브라이언트레이시와미래학자앨빈토플러,그리고한국의유영만.이세사람의공통점은가난한용접공출신이라는것이다.대학은언감생심꿈도못꾸던가난한공고생출신이었던그는일찌감치생각이가진어마어마한힘에주목했다.그는자신에게돈도,배경도없지만생각이라는무형의자산이있음을잘알고있었다.그리고평생이재료하나로최상의고부가가치를만들어왔다.그야말로생각의연금술사다.그는공고졸업후1년간직장생활을하던중‘다시태어난다해도이길을’이라는책에서자신과같은공고출신의고시체험기를읽다가‘나도공부를할수있겠다’는희망을품게됐다고한다.이후한양대사범대에들어가교육공학을공부했고미국으로유학가플로리다대학에서교육공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모교에서자신의전공을가르치면서교수학습개발센터장을맡고있다.


사하라사막에서얻은극한의깨달음
내가슴울린생각만이타인도울릴수있어


“저는생각이가장가치있는상품이라는걸체험적으로잘알죠.그러니까글쓰기가별로고통스럽지않아요.좋은생각이떠오르면그즉시씁니다.제글을보면서즐거워하고영감을받을독자들의모습이그려지거든요.”

아무래도이번기회에그의특급비법을전수받아야겠다.양질의엄청난아웃풋을유지하면서도지치지않는유영만교수만의생각연금술을.

그는작년에사하라사막에다녀왔다.나이오십에사하라를건너는것은역시만만치않았다.사막에서쥐약은모래언덕이다.발이푹푹빠지기때문에바로바로발을옮기지않으면뒤로미끄러진다.죽을힘을다해야언덕배기에오를수있다.낮에는40도까지올라가는그끝없는모래사장에서여러차례탈진위기를맞았던그는“이렇게하면죽을수도있겠구나”를절절히체험했다.자기한계의끝을본것이다.처음에10㎏에달했던배낭의짐도버거워걷는도중주변사람들에게대부분지어달라고했다.당시사막에서썼던메모장에는그때의깨달음이한문장으로정리돼있다.

‘짊어지고가면짐이요,나눠주고베풀면줌이다.욕심의짐을줄이면감사의줌이늘어난다.짐을늘리고줌을늘리는것.그것이삶의지혜니라.’

“사람들이왜사막에가냐고물어요.저는그때마다말해요.안가본데를가봐야안해본생각을할수있다고.생각의재료는여러가지일수있지만그중에서도가장좋은재료는체험에서나온생각이죠.생각을바꾸려면체험을바꿔야해요.”

체험에서나온생각이가장고가인이유는그것이가슴을통과했기때문이다.내가슴을울린생각이어야누군가의가슴도울릴수있다.우리는보통그런생각들을‘깨달음’이라고부른다.깨달은말은개인적인체험을통해서나오는말이기때문에표현역시가장독창적이고참신할수밖에없지만동시에가장보편적인공감을얻는다.

말도똑같다.나는늘말에는3단계가있다고얘기한다.1단계는어디선가‘들은말’이다.유영만교수에게사막에대한이야기를생생하게들었다고치자.들을때는참실감나고감동적이었는데그얘기를누군가에게전하려면맛이뚝떨어진다.내가직접경험한일이아니기때문에전달력에문제가생긴다.2단계는‘읽은말’이다.유영만교수가사막에대해서쓴글을읽고말을하는것이다.이역시충분히내안에서무르익은말이아니기때문에설익어서푸석거린다.

3단계는‘깨달은말’이다.내가직접경험해서가슴으로스스로를일깨운말이다.내가강의때마다가족이나직원들의에피소드를끌어오는이유역시그것이가장강력하고비싼콘텐츠이기때문이다.모든생각은3단계에이르러야고가로팔린다.청중과독자들은이것이깨달은생각인지아닌지를귀신같이알아본다.때문에유영만교수는‘생각쟁이’가되려면낯선경험에끊임없이자신을노출해야한다고충고한다.

또하나,여러가지체험중에서도자연을온전히느끼고경험하는것이중요하다.충북음성출신으로알고보니‘동네오빠’였던그는중학교때까지시골에서자라면서수렵,어로,채취,농경생활을했다.겨울에는깊은산으로들어가땔감을모으고,비가오면마당앞에흐르는도랑에서미꾸라지를잡았다.꽃피는봄이오면산과들로나가나물을뜯었고여름이면뙤약볕아래에서논과밭을맸다.그는자연속에서쌓은아련한추억과애틋한사연이야말로생태학적상상력을발휘할수있는원천이라고말한다.또한자연은감수성을키우는데있어서도최고의교육장이다.실제그는학생들에게한학기프로젝트로‘나무와대화하기’라는과제를내주기도한다.

“감수성의핵심은타인의아픔을나의아픔처럼느끼는것이죠.세상의수많은변화와혁신은감수성으로부터시작돼요.반창고를처음만든사람도부인이칼질을하다가손을베는것을보고어떻게쉽게치료할까라는생각에서시작됐죠.점자도시각장애인의아픔을자신의아픔으로느낀사람이만든작품이고요.그런창조적감수성을키우려면아이들에게자연과함께뛰어놀수있는기회를많이줘야합니다.”

결국생각연금술의가장중요한기초는양질의생각재료를많이모으는것이다.유교수말마따나브레인스토밍도브레인에뭐가많이들어있어야가능하지없으면머리에서김만난다.


삼행시지으려면어휘력과기획력필수
생각은지루한노동이아니라만만한놀이


두번째,그의생각연금술은삼행시짓기다.그는자타가공인하는언어유희,혹은말장난(?)의대가다.이를테면이런식이다.

‘방황을해봐야방향을잡을수있고,역경을뒤집으면경력이된다.’

‘파격과충격을통해세상사람들이감격하기시작하면한사람의새로운인격이탄생하고그사람의품격이거듭나게된다.’

물론,그가만든것들이늘이렇게상태가좋은것만은아니다.어떨때는손발이오글거리기도한다.그래도그는꿋꿋하다.유교수가즐겨짓는삼행시는언어유희의끝판왕이라고보면된다.그가유난히삼행시를강조하는데는나름의이유가있다.삼행시야말로생각의힘을길러주는최고의도구라는것이다.

“삼행시를지으려면기본적으로어휘가있어야해요.그래서저도삼행시를지을때는국어사전을펴놓고조합하기시작합니다.결국상상력의문제는곧어휘력의문제예요.아무리위대한생각과상상이있더라도표현할도구가없으면창조는불가능하죠.”

말이나온김에그는아예내이름으로삼행시를지어준다.

김,김포공항의활주로에서오늘도비상하는꿈을꾸는‘드림워커’.
미,미네르바의부엉이처럼삶의지혜를전수하는‘국민강사’.
경,경이로운기적도지금이순간에서시작한다는‘라이프코치’.

거의이정도면삼행시도예술아닌가!옛날선비들이운을띄우면즉석에서시한수읊는것도따지고보면삼행시짓기였다.삼행시의묘미는글자가한정돼있다는것이다.특히‘김’같은말은삼행시짓기가썩쉽지않다.때문에더많은어휘를떠올리고상상력의크기자체를넓혀야한다.각행이따로놀아서도안된다.병렬적이든점층적이든일정한구조와주제가있어야한다는얘기다.그러니삼행시는매우단순하지만다각적인생각훈련이가능한도구인셈이다.스스로를‘삼행시전문시인’으로칭하는유영만교수는내친김에전국에삼행시짓기운동본부를만들고조만간‘삼행시백일장’도개최할생각이다.심사위원장으로는이외수선생님을모시기로쌍방간에의기투합할생각이니이제삼행시가문학장르로대접받을날도머지않았다.

그런데그의유별난삼행시사랑이조금다른각도로보인다.유영만교수는공장으로치면용광로같은사람이다.용광로는단1분이라도불이꺼지면공장자체가회생이불가능해진다.그래서삼교대가필수적이다.매일엄청난콘텐츠를쏟아내야하는그의생각시스템역시삼교대로돌아가고있다.아무리생각하는게즐겁다고해도그정도면과부하가걸릴법하다.나역시아무리생각으로먹고사는사람이지만한계에달하면뭔가딴짓을하거나아예도망가버린다.그런데그는완전히쉬는대신삼행시라는놀이를개발했다.가장만만하고단순하고어쩌면유치해보일수도있는.그리고그는그런놀이조차고부가가치의콘텐츠로만들고있다.생각을지루한노동이아니라만만한놀이로만들면서끊임없이생각삼교대를돌리는유영만교수.이남자,겉으로는허허실실해보여도알고보면‘무서운’사람이다.


글쓰기는자기발견의과정
글쓰면서스스로배우고스스로깨닫는다


마지막유영만식생각연금술은‘글쓰기’다.그는얼마전페이스북에‘쓴다는것’의의미를이렇게적었다.

‘글을쓴다는것은그리움에사무친대상을상상하면서쓰는것이며,몸으로체험한노하우를정리해서쓰는것이다.그렇게쓰다보면어느덧내가무엇을갈망하고있으며,어디로향해서내가달려가고있는지가보인다.그래서글을쓰는과정은자기발견의과정이기도하다.책을쓰는과정은이제까지읽었던책의내용을다양한방식으로조합해보고편집하면서내생각이정리되는배움의과정이다.모래알처럼퍼져있는관념의파편을일정한논리체계와구조로핵심메시지를정리한다음여기에다양한사례와에피소드를붙여뼈와살이조화될수있도록작품을완성해나가는과정이다.’

생각을쓴다는것은단순히내머릿속에있는것들을꺼내정리하는것이아니다.그것은완전한하나의창조다.머릿속의다양한정보,논리,철학,감성이씨줄과날줄처럼얽히면서가장나다운무엇이탄생한다.머릿속에서는이런글을쓰겠노라고시작했는데마침표를찍고나면전혀다른글이되는것도그때문이다.

주로생각을말로내보내는나도가끔이렇게글을쓰고있으면머릿속이전혀다른회로로움직이기시작한다.말은가슴에꽂히는핵심적인문장과머릿속에서저절로시뮬레이션되는강력한에피소드만있으면해결이되지만글은다르다.글로써누군가를설득하려면말보다5배는더정교한논리와깊이있는사색이들어가야한다.덕분에나는글쓰기과정에서스스로배우고,스스로많이깨달았다.내가어떤인간인지도스스로에게끈질기게묻게됐다.그래서생각의달인들은하나같이글쓰기의위대함과중요성을설파해왔다.유영만교수는생각이떠오르는즉시쓴다.책을읽다가도한구절에꽂히면즉시쓴다.인풋(input)과아웃풋(output)이거의동시에이뤄지는것이다.물론이는워낙머릿속생각창고에재료가가득쌓여있는달인에게나가능한일이다.초보들은일단쓰고보는게중요하다.컴퓨터의흰바탕에쫄지말고뭐라도써보는것이다.그러면앞문장이뒷문장을어떻게쓰라고일러주게돼있다.글쓰기야말로생각을단련하는최고의방법인셈이다.

오늘그에게전수받은이세가지연금술을공짜로얻어가려니조금미안스럽다.답례로나도삼행시한수를지어바친다.

유,유능하다는말로는부족하다.그는유연하다.
영,영리하다는말역시부족하다.그는영감을준다.
만,만족이라는말도그에게어울리지않는다.만물이그의스승인것을.

-글/김미경아트스피치원장-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