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다대포에서 생긴 일 [하]

<단편소설>다대포에서생긴일[하]

AsianGames에서꽃핀남남북녀의사랑이야기

남쪽에서는북한사람들이모두“합네다”“합세다”식으로말하는줄알지만,사실은그렇지않다.고등교육을받은북한사람들특히평양사람들은억양만평안도식이지말자체는남쪽의표준말과다름없이“합니다”“합시다”식으로말한다.한송이의말도그러했다.

“북쪽에도노래방같은게있다고하던데사실인가요?”
“네,평양의호텔에외국손님들을위해만들어놓은가라오케가있다고들었습니다.”
“그럼송이씨도노래방출입이오늘처음인가요.”
“네.”
“그럼오늘싫도록노래를불러요.‘휘파람’그노래좋던데한번불러봐요.그노래가남쪽에서도한때인기였어요.그래서노래방기계에서반주가나옵니다.자.내가반주가나오게해줄테니이마이크를잡고송이씬노래만부르면돼요.”
“내목소리가썩좋지는않지만해보겠습니다.”한송이는내숭떨지않고마이크를받아반주에맞춰‘휘파람’을불었다.노래점수는95점이나왔다. “대단한실력이네요,송이씨.자,그럼북쪽대표한송이에도전하는남쪽대표박진호가노래를부르겠습니다!”그는‘사랑을위하여’를불렀다.노래를잘불렀는데도점수는75점이나왔다.“이기계고장이로군!”박진호가웃으며말하자한송이도따라웃으며“노랫말이참좋아요”라고말했다.두사람은간간이와인을마셔가며계속노래를불렀다.“봄의교향악”“찔레꽃”“아침이슬”“반달”“고향의봄”“성불사의밤”등남과북에서공통으로부르는노래들은거의다불렀다.더같이부를노래가생각나지않게되자그들은자리를옮겼다. 박진호는이번엔한송이를데리고아시아경기선수촌안에있는디스코텍으로갔다.아시안게임참가국선수들이매일밤스트레스를풀며즐기는곳이다.홀에는번쩍번쩍조명등이어지럽게돌아가고고막을찢을듯한음악이스피커에서흘러나온다.누렇고,검고,거무틱틱한남녀얼굴들이신들린것처럼몸을흔든다. “선수촌안에이런게있는지몰랐어요.”한송이의말에박진호는“이번아시안게임참가44개국중유독북한선수들만이디스코텍에서볼수없어요”라고대꾸했다.두사람은금방각국젊은이들틈에끼어춤을추기시작한다.한송이는빠른템포의디스코춤이처음엔좀서툴렀으나곧따라했다. 그때북쪽보안요원인듯한두명의남자가디스코텍안을유심히살핀다.그러나명멸하는조명등때문에사람들의얼굴이제대로보일리가없다.디스코곡이끝난후조용한블루스곡이나온다.두사람은자연스레손과허리를맞잡고춤을추기시작한다.한송이가춤을잘추는것에놀라며박진호는“송이씨,춤잘추는데요?”했다.그러자그녀는“대학에서단체로하는사교춤정도는가르쳐줘요”라고말했다. 춤추는사람들이서서히움직이고조명등도느리게움직이자수상한두사나이는기회다싶은지춤추는여자들의얼굴을더자세히살핀다,이를눈치챈박진호는한송이에게“좀수상한자가있으니얼굴을내가슴에묻어요”라고속삭인다.그녀는시키는대로한다.두사람은이제두팔로완전히서로의허리를껴안고아주느리게음악에맞춰춤을춘다.북쪽의보안요원들은서로얼굴을마주보더니그곳에서나간다. 얼마후박진호와한송이도디스코텍을나와코란도에다시탔다.그때아까그두사나이가어디선가다시나타나마침그곳에서손님을기다리고있던택시를잡아탄다.미행임을직감한박진호는악셀을힘차게밟는다.곧경부고속도로진입로가나타난다. 택시를탄두명중하나가기사에게무심결에“운전수동무….”하려다가가까스로“무”자는겨우들리지않게얼버무리고다시“운전수양반,저앞차를날래따라갑시다!”라고말했다.기사는“예,손님”이라고대답하고리어뷰미러로뒤를힐끗살핀다.얼굴이거무스럼하게탄건장한두사나이가초조한표정으로앞차를응시하고있는게보인다. 운전기사란호칭대신운전수양반이라고부른것과“날래(빨리)따라갑시다”라고한말,그리고TV드라마에서들어본이북식억양을쓴것으로미루어보아아마도이들은아시아경기에참가하러온북한선수들인가보다생각하고택시기사는“북한에서온선수들맞지예?”하고말을건다.그러나그들은그말에는대꾸도하지않고“저차를놓치면안되오!차비는두배로낼터이니까니저차를놓치지마시라요!”라고다급하게말했다.따블요금을주겠다는말에신이난기사는“알았심더!”하고대답을했지만어쩐지이상한생각이든다.혹시남쪽으로귀순하려고선수촌을탈출한북한선수들이자기들을안내하는차량을따라가는것은아닐까…. 앞서달리는박진호는뒤따라오는택시가틀림없이자기들을추격하는북한요원들이라고단정하고악셀을더세게밟는다.자정이넘은시각의고속도로는텅텅비다시피했다.그러나얼마못가어디서나타났는지교통경찰차한대가싸이렌을요란하게울리며두대의차량을추격한다.혼자서는역부족이라고생각했는지교통경찰차는무전으로지원차량을부른다. “과속차량2대적발,지원요망.오우버!” 곧제2의경찰차가나타나자제1경찰차는우선가까운위치의택시를추월하면서마이크로정지를명령한다.택시가오른쪽갓길로들어서서서행하다가멈춘다.제1경찰차가그택시를처리하는동안제2경찰차는박진호의코란도를계속추격한다.제1경찰차에서내린경찰관이택시기사에게“속도위반입니다.음주량측정도해봐야겠심더!!”라고부산사투리로,그러나단호하게말했다.그러나택시기사는“나술안마셨심더.이북한선수들이급하다꼬빨리가자캐서…”라고볼멘소리를한다. “뭐.북한선수들?”경찰관은택시안의승객을유심히바라본다.그리고“북한선수들맞심니꺼?”하고묻는다. “네,기렇습니다.”두사나이중키가큰사나이가투박한평안도사투리로대답한다.“우릴선수촌으로좀데려다주시갔습니까?”그들은한송이추격을포기한듯했다.남쪽경찰이이사실을알게될까봐겁이난모양이었다. “선수촌으로요?알겠심더.기사양반,교통법규위반은눈깜아줄낀께이북한선수들을선수촌까지좀데불다주소.알겠십니꺼?”교통경찰관이말하자기사는“예,고맙심더”하고절을꾸뻑하고시동을건다.경찰이딱지를떼지않은것이황송할뿐이다. 한편박진호의코란도는고속도로를벗어나복잡한상가로들어가경찰차를따돌리는데성공한다.그는한송이를데리고어느24시간편의점으로들어갔다.그녀는점포안에가득찬물건의풍요함과다양함에크게놀라는눈치다. “송이씨,우리아이스크림이나하나씩먹을까?경찰차따돌리느라고신경좀썼더니목이마르군.” “아이스크림요?어름보숭이말입니까?”그녀가말하자그는“맞아,어름보숭이”하고웃는다.아이스크림을먹고편의점을나온그들은다시고속도로위로올라가북쪽으로방향을잡았다.경찰차는보이지않았다. “송이,이게경부고속도로이고우린지금북쪽으로달리고있어.우리이대로서울까지달릴까?”박진호는한송이의얼굴을바라보며웃으며말한다.“송이씨”가어느새“송이”가되어있었고말투도친근한반말투로바뀌었다. “그러자구요!”한송이도웃으면서말한다.노래방에서조금씩홀짝홀짝마신와인이그녀를적당히기분좋게만들었다. “아니,서울까지만갈게아니라평양까지가서송이네집에데려다주고올까?“ “그랬으면얼마나좋겠어요.” “이속도로달리면서울까지4시간반,서울서평양까지2시간반,7시간이면평양까지갈수있어.이렇게작은나라가둘로갈라져있다니,이런비극이어디있어!” “맞아요,이건비극이에요!” “자,우리노래나부르자!”이렇게말하고박진호가‘우리의소원은통일’을선창하자한송이도따라부른다.그리고다음은봉선화,고향의봄….. 하늘에반달이떠있어어둡지않은경부고속도로를상쾌하게질주하는코란도는경주인터체인지근처에서U턴해서다시남쪽으로향한다. 북한응원단150여명이8일오후부산벡스코앞에서시민들을향해취주악공연을벌이고있다./조선DB

박진호는부산광안리해수욕장에서차를세웠다.그리고한송이의손을잡고백사장을걸었다.바다위에새로건설되어부산의골든게이트브릿지(금문교)가된광안대교는휘황찬란한조명등으로장식되어더욱아름다웠다.해수욕장백사장에서는마침아시아경기부산개최를축하하는심야락칸서트가진행되고있었다.불야성의바닷가,넘실거리는청춘의물결….혹은손을잡고,혹은허리를껴안고,혹은가볍게입을맞추며쌍쌍이걸어가는젊은남녀들….남쪽의젊은이들은정말자유분방하게살고있구나,한송이는그들이부러웠다. 백사장을한동안걷고나서박진호는한송이를데리고어느포장마차안으로들어갔다.한테이블에대학생들로보이는남녀젊은이세쌍이앉아서소주잔을나누며이야기꽃을피우고있었다.박진호와한송이는그들옆테이블에앉았다. “남쪽에서개최되는국제스포츠경기대회에처음으로북한선수단이참가했을뿐만아니라응원단까지내려오고,경의선과동해안철도,그리고도로연결공사가진행중이고….이러다가곧통일되는거아니야?”빨간색티셔츠를입은남학생이말한다.그의티셔츠에는‘우리는하나’라는구호가쓰여있었다. “야,통일이그렇게빨리될수있니?통일을반대하는세력이얼마나많은데”하고다른남학생이대꾸한다.그는ProudToBeaKOREAN이라쓰인티셔츠를입고있다.지난여름서울월드컵때한국응원단이많이입었던티셔츠의BetheREDS!라는구호가“공산주의자가되라!”는뜻으로외국인들이오해할소지가있다고해서그대안으로나온티셔츠구호가“한국인임이자랑스럽다”이다. “통일을반대하는세력이많다고?누가통일을반대하는데?”안경을낀세번째남학생이이의를제기한다.그는I’mMADEINKOREA라는좀특이한구호가적힌티셔츠를입고있다.구호를직역하면“나는한국제다”이니까한국에서태어났다는말을재미있게표현한구호인것같다. “우리나라의통일을반대하는세력은우선중국과일본이지.자기네와국경을맞대고있는한반도에통일된민주주의국가가등장하는것을중국이좋아할리가없고,일본역시통일된한반도보다는분단된한반도를더좋아하겠지.특히일본은한반도가강력한경제적라이벌이되는걸원치않을테니까말이야.”두번째학생이말했다. “물론일본과중국이우리의통일을달가워하지는않겠지.그러나우리민족자체의통일의지가강렬하면주변국가들의방해는극복할수있다고생각해.”안경낀학생이말했다.그는이어“나는우리나라사람으로서근본적으로통일을원치않는사람은한사람도없다고생각해.문제는,남쪽사람들은자유민주주의체제로남북이통일되기를원하지만,북쪽에서는공산주의체제로한반도가통일되기를바라고있다는사실이야”라고덧붙인다.그러자바로그옆에앉은여학생이,“북쪽사람들모두가공산주의체제로통일되기를바라는건아니잖아?적화통일을바라는건김정일정권이지북한동포들은아니라고나는생각해”라고아주야무지게말했다. “맞아,아주좋은지적이야.그런의미에서김정일정권이가장큰통일의장애물이지.”안경낀남학생이그의여자친구인듯한여학생의말에동조했다.“김일성정권의대를이은김정일정권은절대로남한과같은민주주의체제를택하지않을거야.민주주의하면자신들이몰락할테니까말이야.김정일과그추종세력이50년이상누려온그좋은절대독재권력을남한식선거를통해포기할것같애?어림도없지.김정일정권이자유민주주의와시장경제로변신하지않는한한반도의통일은아직멀었어.”그는단호하게말했다. “나도동감이야.”여학생이또맞장구를쳤다.예쁘장하게생긴그녀는아주똑똑해보였다.그녀는계속해서“과거우리의선배들은군사독재타도를위해목숨을걸고투쟁했는데오늘날우리는왜김일성-김정일세습독재에는그토록관대한거지?왜우리는북한의민주화에는관심이없느냔말이야.우리는김정일독재정권과북한동포를확실히구별해야해. 우리가싫어하는것은김정일독재정권이지,2천3백만북한동포가아니잖아!핵무기문제만해도그래.핵무기는김정일독재정권을유지하기위해서필요한것이지북한동포들의생존과안녕에는오히려해가될뿐이야.그러므로김정일이진정으로북한동포들을위한다면,제2의고르바쵸프가되어야한다고나는생각해. 고르바쵸프가소련의공산주의를스스로붕괴시켰듯이김정일도북한식공산주의를포기하고자유민주주의정치형태와시장경제를과감하게받아들여야해.자유민주주의와시장경제를추구하는남쪽사회가북쪽사회보다모든면에서반드시우월한것은아닐지몰라.남쪽에도나쁜점,부족한점이아직많아.그래도나는남쪽이북쪽보다는훨씬더나은곳이라고생각해.남쪽에선최소한국민들이자유선거를통해정권을교체할수있지만북한에서는그게안되잖아. 국민들이지도자를선택할수없는사회는발전이없고희망이없어.다시한번강조하지만,김정일은제2의고르바쵸프가되어야해.그것만이북한이사는길이며,김정일자신이사는길이고,우리민족의통일을앞당기는길이야!”라고열변을토했다.그녀는초,중,고교때웅변대회라도나간경험이있는학생같이말을아주잘했다. “옳소!”하고좌중이일제히박수를쳤다. “자,그런의미에서내술한잔받아요!”‘우리는하나’티셔츠를입은남학생이열변을토한여학생에게소주잔을내민다.그의옆자리에앉은염색한금발머리여학생이조금은질투어린표정으로바라본다. 옆테이블에서이들의토론을지켜본박진호도그여학생에게술한잔권하고싶었으나참았다.그는한송이의표정을살폈다.그리고“송이,저학생들말들었지?어떻게생각해?”하고나즉히물었다. “난정치는잘몰라요.그저우리민족이빨리통일이되었으면좋겠다는생각뿐이야요.”그녀가대답했다. 포장마차를나온두사람은정답게손을잡고광안리해변가거리를한동안걸었다.끝없이늘어선횟집들의현란한네온간판들이부산을밤이없는도시로만들고있었다.그들은행복했다.정치나통일문제같은것은잠시잊어버리자.지금이순간우리들에게젊다는것과사랑한다는것보다더행복한것이어디있으랴…..박진호는한팔로한송이의허리를껴안았고그녀는다소곳이기대왔다. 새벽네시경,두사람은다대포항선착장근처에주차한코란도뒷좌석에나란히앉아있다.한송이는아직덜마른원래자기옷으로갈아입고그위에박진호의점퍼를걸치고있다.박진호는한송이의어깨를한손으로껴안고한동안말이없다가마침내입을연다. “송이,지금내가무슨생각을했는지알아?” “글쎄요.무슨생각을했어요?”그녀가그의옆모습을바라보며묻는다. “먼훗날우리나라가통일이되었을때,내가우리가족을데리고평양관광을하러가서대동강변을거닐다가저앞에서가족들과함께걸어오는송이를만난다면우리는금방서로를알아볼수있을까하고생각했어.” “그래요?만일그런일이생긴다면,나는금방진호씨를알아볼수있을것같아요.”그녀는그의얼굴을자세히바라보며말했다. “나도그럴것같아.”그도그녀의청순한얼굴을유심히바라본다.그들은서로의얼굴모습을그들뇌리의필름위에영원히새겨놓으려는듯이서로를뚫어지게바라본다.달빛과가로등의간접조명덕분에두사람은서로의얼굴을똑똑히볼수있었다. “지금나의솔직한심정은이래.송이를붙잡고북으로돌려보내지않는거야.그러나자신의행복을위해부모형제를희생시킬수없다는송이의말을이해하지않으면안되는현실이너무나저주스러워울고싶어.”그의목소리는떨리고있었다. “이해해줘서고마워요,진호씨.짧은시간이었지만정말행복했어요.영원히잊지못할거에요.”한송이의목소리도떨리고있었다. “나도송이를영원히잊지못할거야!” 격렬하게포옹하는두사람.처음으로입술이부딪친다.오랜키스가끝난후이윽고그녀가결심한듯일어난다.박진호가차문을열고먼저나가고한송이가뒤따라나와바로만경봉호쪽으로걸어가기시작한다.뒤돌아보기라도하면마음이변해도로박진호의품으로돌아가게될것만같아곧장앞만보고걷는다.박진호는“송이,돌아와!”하고소리치고싶은것을간신히참는다.이윽고한송이의모습은그의시야에서사라진다.그는한동안넋잃은사람마냥차앞에그대로서있었다. 다음날박진호는한송이와지난밤을뜬눈으로지샌뒤라하루종일집에서낮잠을자고해질무렵아시아경기메인스타디움으로갔다.아시아경기폐막식이있었기때문이다.그곳에나온북한응원단에한송이는끼어있지않았다.이튿날그는마지막으로다대포로취재하러나갔다.차를몰고가는도중접촉사고가난차량들때문에길이막혀시간이지체되는바람에그가다대포선착장에도착했을때는북한응원단환송식이막끝나고울굿불굿한복을입은북쪽아가씨들이만경봉호에승선하고있었다.그는허겁지겁한송이를찾았으나이미배안으로들어갔는지,아니면아예나오지를않았는지보이지않았다.혹시벌을받고있는것은아닐까,그는걱정이되었다. 2002년10월15일북한으로떠나는만경봉92호에서북한여성들이손을흔들며아쉬워하고있다./조선DB

승선한응원단은배의3개층갑판에나란히도열하고손에든한반도기를흔들었다.그리고배웅나온부산시민1천여명과함께구호를외쳤다.역시한반도기를든부산시민들이“우리는…”하고외치면갑판위의아가씨들은“하나!”하고큰소리로화답한다.또선상에서“조국…”하면,선착장에선“통일!”하고화답한다.부두에있는사람들도,갑판위의아가씨들도눈시울을적신다.서로“통일된조국에서다시만납시다!“라고외친다. 오후한시정각,뱃고동이울리고만경봉호가서서히움직이기시작했다.박진호는카메라망원렌즈를통해한송이를열심히찾았다.이윽고낯익은그녀의모습이여객실지붕갑판위에서포착되었다.오랜지색한복을입은그녀는손은흔들지않고누군가를찾는시선으로선착장쪽을내려다보고있었다.박진호는최대한으로가깝게망원렌즈를당겨보았다.그러자한송이의얼굴이클로즈업되고그녀의두눈에서눈물이흘러내리는게보였다.그는카메라를내리고두손으로메가폰을만들어입에대고“한송이!사랑해!”하고외쳤다.그녀가그의외치는소리를들었는지못들었는지알수가없었다.박진호의눈도젖기시작한다. 부우우우웅……. 만경봉호가다시한번뱃고동을울려마지막작별인사를한다.사람들이선착장을다떠난뒤에도박진호는수평선너머로작은점이되어사라져가는만경봉호를하염없이바라보며떠날줄을모른다. 이튿날오전6시,박진호기자의숙소전화벨이요란하게울렸다.박진호는이른아침에웬전화냐는짜증스런얼굴로잠이깨어수화기를든다. “박진호씨!"화가난듯한남자목소리가느닷없이그의이름을부른다. “네,누구십니까?"그가잠이덜깬목소리로말하자상대방은 “나,본사사회부장이요"한다. “아,네,부장님.이른아침에웬일이십니까?" “우리경쟁지조간봤어요?" “아직못봤습니다만…" “우리경쟁지부산특파원이쓴기사를보면어제새벽2시께부산에서‘북한선수두명이선수촌밖으로나와택시를타고고속도로위로올라갔다가택시가과속질주하는바람에교통경찰에걸려선수촌으로돌아갔다.본인들은길을잃어택시를탔을뿐이라고하지만그들의말을액면그대로믿기에는좀수상한구석이있다.그들이탔던택시기사는그들이탈출,귀순을시도하다가실패한것같다고말했다’고하는데,우리신문부산특파원은무엇하고있었소?"사회부장은빈정대는투로말했다. “죄송합니다.저는전혀모르고있었습니다."박진호는풀이죽어대답했다. “그래요?그럼박기자는우리신문이우리경쟁지와얼마나피나는경쟁을벌이고있는지그것은알고있소?" “네,알고있습니다." “알고있는사람이이렇게중요한기사를빠뜨려도되는거요?" “죄송합니다,부장님." 한시간후오전7시,평양의조선중앙텔레비젼은아침첫뉴스방영을시작했다. “남조선부산에서개최된제14회아시아경기대회참가공화국선수들을응원하기위하여파견되었던우리응원단은오늘새벽만경봉92호를타고원산항으로무사히돌아왔습니다."남한아나운서들보다항상한옥타브높은북한아나운서의보도에이어응원단장의얼굴이화면에뜬다.그는“위대하신장군님께서염려해주신덕분에우리공화국응원단전원은조그마한사고하나없이무사히임무를마치고돌아왔습니다"라고힘주어말했다. <끝> CopyrightⓒW.Y.Joh2003,2014 이단편소설은한국비평문학회가“2003년을대표하는문제소설”의하나로선정했습니다. 이소설을작가가직접영어로다시쓴eBook은amazon.com에들어가“Dadaepo"를검색하면바로나옵니다.작가조화유의이메일:JohBooks@yahoo.com <평론가임영천의작품평> 이소설은…매우박진감있게끌고나가는작품으로서,이색적인소재에다가약간은코믹한데가없지않은이유로시종일관독자들을사로잡는힘이강한소설이라고하겠다.통속적인이야기같으면서도꼭그렇게볼수만은없는어느정도의격조도유지하고있는작품이라할수있다…통일문제와관련된남북의정치권력체제에대해적나라한비판적발언을담고있다는면에서이소설을단순한흥미위주의작품으로만보기에는무엇한,어느정도의격조를유지한작품으로볼만하다고하겠다. 김원일의중편소설“도요새에관한명상”이삼부자의통일논의를담고있는격조높은작품임에는틀림없지만,그작품속에서의통일논의가이“다대포에서생긴일”처럼통일에방해가되는독재권력체제에대한비판으로까지는나아가지못했다는점에서보면,이소설은보다선구적인발언을하는등장인물들을내세우고있다는면에서높이살만하다고하겠다.

-글|조화유재미작가,영어교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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