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노래하는 마음’의 시론

‘별을노래하는마음’의시론


◆서시윤동주


죽는날까지하늘을우러러

한점부끄러움이없기를,

잎새에이는바람에도

나는괴로워했다.

별을노래하는마음으로

모든죽어가는것을사랑해야지

그리고나한테주어진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별이바람에스치운다.


「서시」가"죽는날까지하늘을우러러

한점부끄럼이없기를"의

인유(引喩)로부터시작하고있는것만해도그렇다.

한국인이라면누구나무엇을다짐하거나

자신의결백성을주장할때곧잘쓰는말이다.


"잎새에이는바람에도나는괴로워했다"

하늘땅,’우러러’보다는’굽어보다’로

그공간을교체하면,

잎새에이는바람이출현하게된다.


그래서하늘을우러를때의그무구한마음이

땅을향할때에는그잎새에이는바람을보고

괴로워하는마음으로변한다.


다시땅에서하늘로공간을바꾸면

그잎새는별이되고그괴로움역시

별을노래하는마음으로변전된다.


하늘과땅으로교체되는윤동주의시선과마음은

마치정교한대위법(對位法)으로구성된음악처럼

‘하늘의별’과’땅의잎새’를완벽하게연주해낸다.


‘하늘’은’별’로.응축되고’잎새’는죽어가는

모든것들로대치되면서"별을노래하는마음으로

모든죽어가는것들을사랑해야지"라는

새로운하늘-땅의관계가나타난다.

그러면서놀랍게도’괴로워했다’가

‘사랑해야지’로바뀐다.


공간성으로볼때는땅(잎새)에서

하늘(별)로오르는언덕같은것이될것이며,

시간성으로볼때는과거(괴로움)에서

미래(사랑해야지)로향하는

그도상(途上)의현재가될것이다.


「서시」는

"오늘밤에도별이바람에스치운다."로끝맺고있다.

단독연(聯)을이루고있는이시행은본문으로부터

외롭게떨어져나가앉은섬처럼보인다.

앞의시들이과거나미래형으로되어있는데비해서

이마지막연만이’스치운다’로현재형이다.


땅의잎새와하늘의별은너무멀리떨어져있어서

서로접촉할수가없지만,그단절을매워주는것이바람이다.

풀잎에이는바람은저무한한높이의별들을스치는

바람이기도한것이다.’일다’와’스치다’라는한국말이

이렇게절묘하게어울린예를우리는일찍이보지못했다.

밤을통해서별을만나듯바람을통해서풀잎은별과만난다.

하늘과땅사이를매개하고있는바람은’길’과같은기능을하고있다.


「서시」는정치론이나종교론이아니라

고통에서사랑을그리고어둠에서빛을탄생시키는

시의마술처럼’별을노래하는마음’의시론(詩論)이되는것이다.



◆파초김동명


조국을언제떠났노.

파초의꿈은가련하다.


남국을향한불타는향수

너의넋은수녀(修女)보다도더욱외롭구나.


소낙비를그리는너는정열의여인

나는샘물을길어네발등에붓는다.


이제밤이차다.

나는또너를내머리맡에있게하마.


나는즐겨너를위해종이되리니.

너의그드리운치맛자락으로우리의

겨울을가리우자.


"이제밤이차다"의’이제’는무엇인가.

앞으로겨울을예고하는말이다.

그때까지일제식민지상황은봄이며,

여름처럼따뜻했다는뜻인가.아니다.

「파초」가일제식민지상황을반영하고있으나,

그한가지의미로만읽으려고할때는

「파초」가표현하려고한의미를관가하게된다.


이시에서’파초(사물)’와나(시인)의의관계가

어떻게나타나고있는가.에조금만총체적으로읽으면

파초가전하는그재미와자극도이해하게될것이다.

나와그대상(파초)의관계를두고

"조국을언제떠났노,파초의꿈은가련하다."의첫연과

"나는즐겨너를위해종이되리니"의끝연을읽어보면,

첫연은너가아니라파초라고되었는데,

종연에와서는그것이너라고2인칭을묘사되어있다.

같은대상을놓고그호칭이달라진다는것은

나와파초와의관계의거리가달라지고있다는것이다.

그부르는형식적인호칭의변화가차츰가까워지고있다.


"조국을언제따났노.

파초의꿈은가련하다."


나와파초와의거리는내가살고있는장소와

남국만큼떨어져있다.파초의이미지는나와무관하다.


"남국을향한불타는향수

너의넋은수녀보다도더욱외롭구나."


이제파초는한결나와가까워져서

파초라는객관적인호칭은’너’라는2인칭으로

불리어지면서하나의여성으로의인화된다.

그이미지는"수녀보다도더욱외롭구나"로

여전히자기와는접근불가능의거리를유지한다.


"소낙비를그리는너는정렬의여인

나는샘물을길어네발등에붓는다"


여기에이르러’나’라는말이등장하게된다.

그리고네쪽에서능동적으로파초에다가간다.

파초의관찰자로서의화자가하나의행위자로

바뀌면서’나와너’의관계가시작된다.

파초의이미지는속세와단절된고절(孤節)의

수녀에서정열의여인으로변한다.

거리공간은신체적인공간으로좁혀져서

‘네발등’으로까지다가간다.


"이제밤이차다.

나는또너를내머리맡에있게하마."


계절은가을밤(서리)의계절로옮겨지고,

나와너의거리는더욱더가까워진다.

바깥공간은보다은밀한실내간으로옮겨간다.

‘네발등’은’내머리밭’으로교체된다.

파초와나의관계는밖에서안으로,

아래(발등)에서위(이마)로이동하면서

내면화하여정신적인일체감을이룬다.


"나는즐겨너를위해종이되리니,

너와그드리운치맛자락으로우리의

겨울을가리우자,"


나와너는주인과종처럼완전히종속관계로합쳐진다.

여기서종이라는것은계층적용어가아니라.

사랑하는사람끼리흔히쓰는’당신과노예’와같은

일체화를나타내는애칭이다.

‘우리의겨울’이라한것은나-너의관계가하나라는것이다.


파초의텍스트전체를정밀하게읽으면그호칭이

‘파초’에서’너’로’너’가다시’우리’로변해간다.

이방의먼땅에있었던대상이그거리가축소되어

실내의머리맡까지이르고,너의발등,나의머리맡은

하나의치마로가려진따뜻한하나의공간으로합쳐진다.

너와나의거리를변화시키는공간의의미는

계절의의미와밀착되어있다는것을놓쳐서는안된다.


서정시(抒情詩)란무엇인가?

‘너속의나’,’나속의너’를추구하는

최고의경지속에서서정시의세계가열린다.

서정시의극치를이루는것이사랑의시라는것이다.


김동명의’파초’는여인으로그려져있다.

우리의겨울을치맛자락으로가리운다는

상상속에는강렬한에로티시즘까지내포되어있다.

<언어로세운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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