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음절의 미학으로 읽는, “나그네”

◆나그네박목월

강(江)나루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달가듯이

가는나그네

길은외줄기

남도(南道)삼백리(三百里)

술익는마을마다

타는저녁놀

구름에달가듯이

가는나그네


시(詩)는음(音)이나이미지를

최종적으로결정하는것은의미의요소이다.

소리가의미의메아리라면,

그이미지는‘의미의그림자’인것이다.


우리말(한글)이아름답게들리는말은

대개세음절로되어있다.

이세음절의미학을최대한으로살린것이

박목월의「나그네」이다.


그의시에서는’나그네’라는말이

‘강나루’.,’밀밭길’과같은낱말들과

세음절을기저로한리듬을타고

그말의아름다움이더욱증폭되어있다.


강나루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달가듯이

가는나그네.


한국말의종결의미는모두’다’로끝난다.

그러나박목월의「나그네」는

‘나그네’를최종적인울림으로종지부를찍는다.


「나그네」의시행은총10행이지만,

‘다’로끝나는행은단한개도없다.

‘나그네’,’삼백리’,’저녁놀’등모두가다

체언(세음절)으로끝나고있다.


강나루(강물)->밀밭길->술익는마을로

이어져가는공간의이미지는

남도삼백리의외줄기의길로

이음새없이연결된다.


‘타는저녁놀’에서는아침해가뜨서

지기까지온종일걸어가고있는

나그네의지속하고있는시간이

내일모래로순환하는시간으로이어져간다.


나그네의음운조직은곧바로

나그네의움직임을보여주는시각적

이미지(구름에달가듯이)와부합한다.


‘나그네’라는말은’나간이’,’나간사람’에서

온말이라고한다.나그네를뜻하는영어의

Traveller는고통이라는의미를담고있다.

나그네는’길고생’을함유하고있는말이다.


나그네의한걸음한걸음은고통이아니라

새로운풍경을펼쳐가는보행이다.

운명과도같은지평의둘레는

나그네의보행에의해서변화하고

물질의결핍은오히려가벼운봇짐이된다.


멈추지않는것,소유하지않는것,

모든방향으로열려진도주로(스키조라인)을

지니고살아가고있는사람이바로나그네다.


시인의영토에서는모든나그네들이

천천히아주천천히걷는다.

그리고그것은아주멀리보인다.

그것이구름에달가듯이가는나그네이며.

그걸음이멈춰지는곳이

져녁놀이타는술익는마을이다.


시가늘음악적상태를동경하고있으면서도

왜음악이되어서는안되는가?

시가항상이미지를추구하고있으면서도

왜그림이되어서는안되는가?

그리고또시는의미를창조하고있으면서도

어째서철학이되어서는안되는가?하는것을

보여주는살아있는본보기이기도하다.


‘나그네(인간)-저녁놀(시간)’-‘술익는마을(공간)’이

‘소리’와’이미지’와’의미’의세가지요소로융합한

연금술속에서한국말,한국마을,그리고

고통스러운나그네의모습은우리가한번도

만져보지못한신비한광석으로경정한다.


<언어로세운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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