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복지 국가다. 특히 의료 서비스는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의 공공의료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불편은 진료대기 시간이다. 한국과 달리 전문의 검진을 받으려면 가정의(Family Doctor)를 꼭 통해 전문의에게 찾아가야 하는데, 예약 후 최소 수 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온타리오 주(이하 온주)는 약 수년 전부터 내시경 등 아주 간단한 검사를 받기 위해 예약을 한 경우에도 실제 검사 기간까지 약 2~3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는 격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이웃 국가인 미국이나 또 다른 나라로 의료관광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비용이나 고급 의료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빠른 진료와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캐나다의 의료 장비도 비교적 열악한 편이다. 캐나다 병원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수납 창구가 없다. 진료나 치료에 대해 병원이 환자에게 직접 진료비를 받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으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 빠듯한 예산에 비싼 비용을 들여 첨단 장비를 들여놓을 입장이 못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캐나다의 의료 장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연간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은 수십만 명에 달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의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를 옮겨놓을 병실조차 부족하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으나, 약 수년 전인 어느 날 새벽 1시경, 건강상 긴급상황이 발생해 앰블렌스에 실려 거주 지역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병실도 아닌 복도 간이침대에 몸을 뉘인 채 오후까지 넋을 놓고 의사를 기다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일을 회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라 다시는 응급실에 불려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지만 불과 사흘 전 음식을 잘 못 먹어 식중독 증세를 일으키면서 밤 11시경 또다시 앰블렌스 신세를 지고 말았다. 역시 집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또다시 차디찬 병원 복도 바닥과 대기실에서 최소 몇 시간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고통을 받아가며 마냥 당직 의사를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힐 이런 일, 필자뿐 아니다. 필자의 지인 한 명도 얼마 전 낙상 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X-Ray 딱 한 장 찍는데 대기시간만 장장 5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온주 보건국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절대적 인구 비례 대비 가정 의사 태부족 현상으로 초기 이민자들이 가정의를 배정받지 못해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종합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실제 긴급을 요하는 응급 환자들이 어부지리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스컴에 의하면 연방 정부 보건국에서 지난 10여 년간 의료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예산을 대폭 늘렸으며 주 정부 또한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 관계자들은 눈에 띌 정도의 정부 예산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의료 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국민 의료 복지 후생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지 않는 것이지만 누구랄 것없이 자신의 건강을 자기 마음먹은 데로 할 수 없는 노릇이니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