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nacle Mountain in Pennsylvania, 가을의 모습)
(詩) 기억과 추억
– 이상봉 박사 / 在美 철학자, 시인
기억은 기록(記錄)과 같은 것이기에 필요한 것이고,
추억은 인연(因緣)과 같은 것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기억은 쌓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추억은 간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기억은 머릿 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고,
추억은 가슴 속에서 헤짚고 다니는 것이다.
기억은 지나간 신문(新聞)과 같은 것이고,
추억은 앨범 속에 들어있는 빛바랜 사진(寫眞)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기억은 언제라도 공개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추억은 자기 혼자서만 펼쳐볼수 있는 사연(事緣)이다.
기억은 차곡 차곡 기록된 노트와 같은 것이고,
추억은 그리움으로 그린 그림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기억은 지우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점점 흐릿해지지만,
추억은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또렷해진다.
기억은 이미 유통기간이 지난 것들이지만,
추억은 만료기간이 없는 진행형의 되새김(反芻)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떠오를 때 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추억은 떠오를 때 마다 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억은 내가 지나온 길을 지도(地圖)로 보는 것과 같은 것이고,
추억은 내가 그 누군가와 함께 머물렀던 장소를 찾아가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 속에 들어 있는 것에는 약간의 웃음과 즐거움이 곁들어 있을 수 있으나,
추억 속에 들어 있는 것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깃들어 있다.
그렇다!
기억은 숲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이고,
추억은 그 숲속에 있는 샘물의 물맛과 같은 것이다.
[*2015년 12월 15일, 52년만에 만나본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나눈 이야기 中에서]
Sang Bong Lee, Ph. D,
Dr. Lee’s Closing Arguments,
Dr. Lee’s Lessons: Discovering Your Nature.
(Pinnacle Mountain in Pennsylvania, 가을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