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친구였어! 그냥 友情이었어!
~ 이상봉 / 철학박사, 문인
남자와 남자 끼리, 여자와 여자 끼리는 친구 또는 우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 자란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그러한 친구 • 그러한 友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우정은 존재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하긴, 나 자신 부터도
그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또한 부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 그 옛날을 되돌이켜 볼 때에
나에게는 그러한 친구가 있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도 내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그 女子는
여전히 그냥 친구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여자도 나를 ‘그냥 친구’로 생각하고 있을지? 어떨지?는
내가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내가 짐작하기에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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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찬바람 몰아치는 2월의 끝자락에,
나는, 서울 市內에 있는 어느 학교에 발령을 받고서 부임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선생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나의 앞자리- 나와 마주 보는 앞자리-에 두분의 女선생님이 있었다.
(교무실에서의 좌석 배치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한 분은 역사 담당이었고, 또 다른 한 분은 영어 담당이었다.
그 학교의 교직원수는 100여명 정도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 학교에는 젊은 男女 교사들이 적지않게 있기는 하였지만…
결국은 우리 3사람이 가장 젊었다.
좌석도 마주 보고 있고, 나이도 비슷하다 보니,
자연히 서로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는데…
(그 때, 내 나이 25살 이었는데,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군대를 다녀왔지만…
그 여선생들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부임한 사람들이었으니까…
내가 그들 보다는 나이가 2살 정도 많았을 것이다.)
바로, 앞 좌석의 역사 선생님은 나와 같은 대학교를 나와서 그런지…
아니면, 그 女선생의 조카(언니의 아이)가 그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집에 가서 식구들 앞에서
내 수업 中에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하게 떠들다 보니,
그만 그 집 식구들 까지 나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랬는지…
아무튼, 그 역사 선생님과 좀 더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이래 저래 함께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학생의 집에도 가 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그 역사 선생과 나는 서로 가까운 사이처럼 지내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우리들은 서로 가까운 사이로 비춰졌으리라!
하지만…
‘우리의 사이’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가까운 사이로 비춰지든 말든…
그리고,
우리가 비교적 가까운 사이처럼 지내든 말든…
실제에 있어서는 전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소위 그 ‘男女의 사이’로 친다면, 먼 사이였을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女子에게서 이성적(異性的)인 매력이나
성적매력(性的魅力)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 女子를 껴안아 보고 싶다! 든가…
그 女子와 性的인 접촉을 하고 싶다!든가…
밤을 함께 지내고 싶다!든가…
아니면 결혼을 하고 싶다! 든가… 하는 식의 생각이나 충동이,
별로, 생기지를 않고 있었다.
그러니… 그 무슨 가까운 ‘男女의 사이’ 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여자에게는 그러한 성적매력(性的魅力) 대신에
또다른 面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 나이의 여자들에게서는 찾아 보기 힘든
‘느린듯하게 보이는 신중함과 모나지 않은 원숙함’ 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 평생 동안 그 화장(化粧)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타입(Type)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그 여자는 化粧도 전혀 하지 않았고, 옷차림도 너무나 수수하여서,
그 당시에 대학을 나온 ‘직업 여성’이 가지고 있어야 될
그러한 차림새 • 그러한 세련됨 • 그러한 발랄함은
전혀 보이지를 않았지만…
그 반면에,
그 여자에게는 근엄함 • 그 어떤 권위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짖궂은 학생들 조차도
그 여선생님에게는 함부로 대하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와 나는 그렇게
같은 직장의 친구 또는 동료(同僚)로 어울리면서 지내게 되었고…
우리를 바라보는 좀 더 나이든 사람들의 눈에도,
우리 둘은,
서로 잘 어울리는 그런 사이로 보여지게 되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 학교에 부임한지 딱 1년이 되는 날,
나는,
다른 학교로 전보발령(轉補發令)를 받고서 그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그후 두 달이 지나간 어느 날,
우리는 시간을 내어서 명동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이제는 서로 얼굴 보게 되는 일 조차도 드물겠군요.” 하였더니…
그 여자가 “제가 대학원에 등록을 하였어요!
혹시 영어 번역 할 것이 있으면
이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야 될 것 같군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요? 그건 그렇고…
그 학교에서는, 왜? 일년만에, 저를 다른 학교로 전보발령 시켰을까요?
4년 마다 전보를 시키는 것이 원칙이면서…”
“李 선생님이 그들의 눈에는, 아마도, 의심스럽게 보였나 봅니다! ㅎ ㅎ”
“…???”
[그러고 보니…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나를 다른 학교로 보낸 그 이유가, 바로,
‘우리의 사이가 가까운 男女의 사이’ 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춰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즉, 교장이나 교감의 눈에
‘우리의 사이가 가까운 男女 사이’로 비춰져서,
소위, 그 남여간의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하긴, 실제로
그 학교에서는 그 해에 ‘男女의 문제’가 일어났으니…
결혼한 40대의 男교사와 미혼인 20대의 女교사가 불륜을 맺게 되어서,
男교사의 부인이 학교에 까지 찾아와서 난리를 피는 바람에,
그 남교사와 여교사가 둘이서 함께 도피행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학생들은 거의 두달 정도를 수업도 제대로 못받게 된 일이 있었는데…
혹시, 우리 두 사람도,
그런 類의 사고를 저지르게나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교장과 교감이 나를 다른 학교로 보내 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아주 좋게 받아 들여서…
미혼 사이인 젊은 사람 둘이서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두 사람이 한 학교에 근무하면서 결혼을 할 수는 없으니까…
다른 학교로 가서 ‘결혼을 하라!’는 배려라고 볼 수도 있기는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제, 서로, 다른 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된 우리는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해서 이따금 만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상스럽게도 前에 보다,
더욱 더 ‘친한 친구’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 둘의 사이는, 여전히, 맨송 맨송하기만 하였으니…
사실상, 단 한번도, 그 악수라는 것 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긴, 친구끼리 만나면서 그 누가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겠는가?
그냥, 서로 얼굴만 보아도,
그 얼굴 보는 것 자체로,
이미 친구로서의 인사가 다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男女가 만나서 껴안고 뽀뽀하고 하는 것은
‘男女 間의 가까운 사이’ • ‘男女 間의 관계’ 이고…
우리 처럼, 악수조차도 하지 않는 사이는,
‘친구의 사이’ • ‘우정의 사이’ 이리라!
하지만…
이러한 친구의 사이 • 우정의 사이로,
어느덧 세월이 2 년이나 지나가게 되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자에게는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저 여자에게도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있고
또한 저 여자의 속마음은
남자인 나의 마음과 전혀 다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데…
나는 저 女子에게 아무런 메세지나 언급도 준 적이 없이…
그냥 언제까지나 ‘친구’로만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는 것 하고…
저 여자가 결혼에 대한 그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하고는
전혀 다를 수도 있는데…
내가, 언제까지나 저 여자를 ‘친구’로만 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게 되어서…
나는,
그 여자와의 “친구 사이 • 우정의 관계”를
나 스스로 버리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그 여자를 만나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 나서,
그 友情을 본의 아니게 버려야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단 한번도 그 여자를 다시 만나 본 적이 없는데…
그 여자는 나보다 결혼도 먼저 하였고, 또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교직에 있는 그 여자의 다른 친구들로 부터 몇 차례 들어 본 적이 있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친구에 대한 전부일 뿐이다.
그것도 벌써 4십 수년 前- 48년 前- 의 일이 되어 버렸네.)
내가, 버려야 했던 그 友情을,
그 여자 쪽에서는 배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 여자로서는 당연히 배반이라고 여겨야만 정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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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나…
정확하게 48년이 지나간 오늘에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우리는 그냥 친구였어! 그냥 友情이었어!”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사이가 그냥 순수한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아직도, 내가 그 사람을 친구로 그리워 할 수 있는 것이지…
만약에…
우리의 관계가, 소위, 그 ‘男女의 관계’ 였다면?
또는 ‘몸을 섞은’ 그런 사이였다면?
헤어지고 난 후의 우리는
영원한 원수의 사이로 되어 있을 것이리라!
男女의 관계라는 것은, 원래의 속성(屬性)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
내 말이 틀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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蛇足:
끝으로 한마디를 덧 붙여야만 될 것이 있으니…
혹자(或者)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써놓은 이 글의 내용- 그러한 사실-을
나의 아내가 알고 있느냐?” 고.
나의 아내는, 이 글의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글은1996년에 공책에다 써놓은 것인데…
(그 때에는, 한글 작품은 원고지에다 써놓아야만 되는 그런 시절이었는데…)
1997년에, 어느 신문사에서 원고를 부탁하여 온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가, 원고지에다 이 글을 옮겨 쓸 시간이 없었기에,
나를 대신하여,
내 아내가 이 글을 원고지에다 옮겨 써서 보내야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때의 글과 지금의 이 글에,
다른 점이 있다면…
금년을 기준으로 해서,
세월이 23년이나 더 지나가 버렸으니,
글 속에 들어 있는 햇수가
그 때의 글에는 25년前으로 되어 있었으나,
이 글에는 48년前으로 되어진 것 뿐이다.)
~ Sang Bong Lee, Ph. D,
Dr. Lee’s Closing Arguments (sblee707@hotmail.com)
Dr. Lee’s Lessons: Discovering Your Nature,
Dr. Lee’s Iconocl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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