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어렸을때에자기방이있는아이들이많았을까?
한방에서온식구가부대끼며사는것이보통이었을것이다.
나도동생두명과한방을썼는데,지금생각하면그좁은방에서어떻게지냈나..하는생각이
들지만그때는으례그려려니하고살았던것같다.
밤에변소(화장실이아니고)에가려다동생들몽실몽실한몸뚱이를밟기도하고
발에걸려넘어지기도했었다.
우리방에는책상이쪼르륵3개있었는데
내책상은의자있는책상이었고동생들은조그마한앉은뱅이책상이었다.
내책상에는사연이있다.
성적올리면의자있는책상사주겠다고아버지께서약속하셨는데
성적표가나오고보니오르긴올랐는데정말눈꼽만큼올랐다.
약속때문에책상을사주시기는했는데좀억울한표정이셨던기억이난다.ㅋ
책상세개,캐비넷옷장하나로세명이공부도하고옷도갈아입고이불꺼내잠도자고
이렇게동생들과북새통을치루며시집갈때까지있었다.
결혼을하고아이들어릴때에야내방이있은들,,,?
아이들양옆에끼고자면서잠한번아침까지내쳐자봤으면하던때인데!
큰애가자라중학교에들어가니내방이필요하게되었다.
시험공부하는애놔두고거실에서TV를볼수는없으니
집안빈방에들어가조그마한포터블TV로이것저것보기시작해서
책이며바느질통이며내가필요한것들을그방에다두니
자연스럽게그방이내방이되었다.
그방의공식명칭은’고용인방’즉식모방이었다.
주방옆에붙은어둡고길고쓰레기투입구옆에있어냄새나는방이었는데
식구들모두아무거리낌없이그방을엄마방이라고불렀다.
그곳,내방에서나는행복했다.
리치맨푸어맨(야망의계절),가시나무새등미국드라마를좁은방에서TV소리죽이고
땀비질비질흘려가며보았고
거기출연하는피터스트라우스,닉놀테,리처드체임벌린등에홀려서그당시한국드라마에
나오는배우는누구였는지기억에도없다.
그방에서책도많이보았다.
박경리의토지를읽으며월선이와용이의사랑이안타까워몸살을앓기도하고….
책꽂이하나,그옆에바느질바구니,그옆에A4용지만한화면의TV.
그리고내가누우면꽉차는방.
거기에누워이생각저생각하며지내는시간이참좋았다.
이아파트를이사하고나서대여섯번집을옮겼는데,아파트의구조가훨씬좋아져서
주방옆의방이라해도밝고넓었지만,그래도이방에서처럼내취미에몰두한적은없었다.
그후에도내방은언제나주방에붙어있는방이다.
주방에붙어있는방이다보니
국이나찌개를끓일때잠깐숨돌돌릴틈이나면고새를못참고컴에들어와놀곤한다.
그래서음식을졸이거나태우는적도많다
2003년,처음컴퓨터를들여놨을때는너무재미있어서새벽3,4시까지컴에붙어있었는데
내좁은방에서미국대저택에살고있는40년전헤어진고교동창과채팅하며
세상에뒤지지않았다는자부심으로어찌나뿌듯했던지!
지금생각하면별것도아니었는데!ㅎㅎ
그리고…
요즘조블에빠져서쉴새없이들락날락하다보니여기가바로내방이되었다.
錦里에서나는또세상을만난다.
여러블로거님들.
새로운세상을보여주시는이웃분들.
이제내방은주방옆방이아니라여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