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로 비롯된 난리가 온 나라를 뒤집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더니
드디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 되었다.
그동안 나의 생각은
” 박근혜가 잘못하기는 했다.
그러나 세상의 온갖 확인 되지 않은 소문과 조롱거리로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건 말이 안된다.” 였다.
탄핵안이 결정된 날 울화가 치미는 것과 동시에 이 나라가 어찌 될려는가 하는 마음에
한자리에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친구들과의 톡에 동아일보사 앞에서 탄핵반대하는 태극기집회를 안내하는 글이 뜨자,
잠시 생각끝에 나가겠다고 답글을 썼다.
언제나 뒷전에서, 궁시렁거리기나하고 생각은 있어도 한번도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했던
나로서는 엄청난 결정이었다.
9일 아침, 식구들에게는 친구 만난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5호선 명일역에서 탄 전철안에는 이미 나이먹은 사람들이 꽤 있었고
그 후로도 꾸역꾸역 들어왔다.
광화문역에 내려서 출구로 나갈때는 계단에 사람들이 꽉 차서 전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앞으로! 앞으로!”하는 구호에 따라 조금씩 길이 트였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친구들을 만나 밖으로 나가니 세상은 온통 태극기의 물결이었다.
순서에 따라 애국가 4절, 국기의 대한 맹세,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할때,
내 나라에 대한 사랑과 걱정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애국가를 부르려니 그동안 너무도 불러본 적이 없어서 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니
이러고도 나라를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시간에 내 뒷 자리에서 나라를 위하여 절절하게 기도하는 소리에
그만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동아일보사 앞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길에 사람들이 한없이 꽉 차있었다.
추운 날씨에 한마음으로 모였다는것이,
아직도 혈기가 남아있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자 나온 사람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동원한것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에 나온것일 뿐이다.
서로 눈 마주치면 스스럼없이 자신의 소신을 말하며 공감할 뿐이다.
젊은애들과 부딪치기 싫어서, 나와 다른 남과 충돌하기 싫어서 ,
또 자기 표현을 할 줄 몰라 입 다물고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미 군중은 동아일보 앞을 꽉 채우고 코리아나 호텔까지 넘쳐
지하철에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가득하니
그 열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집행부에서 무교동쪽에서 거리 행진을 시작하여 마로니에 공원까지 가기로 한다고 한다.
행진대열을 따라가며 쉼없이 애국가, 탄핵무효, 국회해산을 연호해가며 걸었다.
차만 다니던 종로길을 수 많은 늙은 군중이 걸어간다.
중학교 1학년때 일어났던 4.19 혁명을 생각하며 걸었다.
나의 이 길이 역사를 바로 세울수 있을까?
나는 바른 판단으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인가?
옳다고 생각하여 걷는 이 길이 부디 옳은 선택이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걸었다.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 반.
여섯명의 70노녀들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칼국수 한그릇씩 사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내가 참가한 집회의 뉴스를 찾아보니 신문마다 마지못해 겨우 한 두 줄,
박사모회원이 5000명 참석하여 탄핵반대를 외쳤다느니,
어느곳은 앞뒤 하나도 없이 박사모회원 몇명이 촛불집회에 나와
훼방을 놓았다는 식의 기사도 있었고
더구나 동아일보 앞에서 벌어진 그 시위가
등잔밑이 어두워 그랬는지 동아일보에는 한줄도 안 보인다.
편파 보도라는 말의 실체를 제대로 본 셈이다.
그나마 조선일보가 가장 정확하고 자세하게 보도해 주어 조선일보,
그대는 아직도 내 사랑임을 확인하였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수많은 태극기의 물결,
힘없어 짜랑거리지는 못하지만 힘껏 소리치던 노인들의 구호소리.
동질감으로 스스럼 없이 주고 받던 시국에 대한 토론.
참으로 소중한 하루였다.
데레사
2016년 12월 11일 at 9:29 오후
연담님
반가워요.
수고 하셨어요. 대통령의 잘잘못은 특검ㅈ이
시작되었으니 법에서 심판하면 됩니다.
조사도 받기전에 뜬소문만으로 탄핵을 하다니
말도 안돼지요.
언론도 본질 보다는 가십성 기사만 쏟아내고
나라가 미쳐가는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바른 판단을 해서 만민앞에 평등한
법 정신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 하셨어요.
참나무.
2016년 12월 11일 at 9:49 오후
제가 여태껏 접해본 어떤 소식보다
가장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어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담
2016년 12월 11일 at 9:54 오후
데레사언니!
오랫만이지요? 미안합니다.
작년 이맘때 그렇게 많은 마음 고생하시며 위블 잡아놓으셨는데
글도 못 올리고, 수술하셨을때 찾아 뵙지도 못하고…
정말 죄송해요.
예전에는 우리 민족이 순박하다고 들었는데
요새 보면 정말 무섭게 변한것 같아요.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는 없겠지요?
참 앞이 캄캄합니다.
연담
2016년 12월 11일 at 10:09 오후
참나무님!
참나무님에게도 미안해요.
그 좋은 글들 보면서도 답글 한번 못 드렸어요.
이제 위블과 좀 정을 들일수 있을라나요?
일년이나 지났으니요.
참나무님, 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