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챵에 청복이 가득하리
BY 푸나무 ON 1. 10, 2011
선비답게산다는것
저자
안대회
출판사
푸른역사(2007년02월12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인문
서울은깊다
저자
전우용
출판사
돌베개(2008년05월0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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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되면변함없이하는일중의하나가신춘문예소설읽기다.
이십대초반부터시작한나만의세시통과의례라고나할까,
허니아마살아있는한밥상위의밥과된장국처럼반복되어질일이기도할게다.
굳이오십대가된후달라진것을눈부비며찾는다면
하루만에다읽어치우질않는다는정도랄까,예전같으면신문을손에든즉시
마치아귀병들린사람처럼마파람에게눈감추듯읽어버렸는데
어느때부턴지한두줄읽은뒤특별한당김이없다면
반접고또반접고또반접어일단모으는것이다.
지금도신춘문예만쏙뽑아놓은구문들이프린터위에수북하게놓여있으니
아마도당분간은반신욕벗이랄지화장실친구가풍성할터이다.
편지글에서는팔천여편이넘는글중에서일등을먹기도했고
수필字에서는신춘이란단어옆에내이름자가함께쓰이기도했으며
여기저기쓴글로타먹은상금도제법이다.
특수지신문에서는소설로신인당선이란타이틀도획득을했으나
중앙지신춘문예소설의벽은높고높아서삼십대후반무렵동아일보최종심세편에
내이름자가오른것이지금까지나의최대실력이었다.
시도있고시조도있고희곡도있으며평론에수필등다양한장르가있으나
여전히신춘문예당선작중가장집중해서읽는분야는소설이다.
왜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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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여기까지글을써놓고한참노닥거렸다.
e-북에서사천원을주고산안대회의‘선비답게사는법’이란책으로들어가
오래된선비아저씨들노시는양을묵묵히바라다보았으며
새콤한맛보다는달콤한맛이강한약간굵은귤을두개까먹었으며
찬밥으로만든놀미얌한깜밥에설탕살짝뿌려
고소하고달콤한고것을오도독소리를내며먹었다.
뿐이랴,서울에대한인문학적탐사서,
전우용이쓴‘서울은깊다’에서187쪽덕수궁돌담길을한챕터읽어냈다.
아시다싶이‘졌다’와‘냈다’의차이는쉽고어렵고의차이다.
이책을읽으면서서울에이런것이?는부지기수이고이런부분이?는더욱부지기수이고?
이런뜻이?는더더욱부지기수이다.가령제목은덕수궁돌담기를붙여놓고
몽골인들은시력이매우좋으며그리하야근시는도시풍토병이며(발랄한묘사다)
근시안적은단순공간적관계표현이아니라시간대와관련된말로
서울깍정이의속성뿐아니라권력으로까지전진한다.
여기에정조의만천명원주인옹이란자호가등장하면,
음그때부터글은읽어지는것이아니고읽어내야만한다.발랄한묘사를흉내내본다면
오호라,그때부터글은독서가아닌침노의대상이되는것이다.
거기에비하면신춘의젊은새내기들이쓴
글들은
얼마나쉽고선선하며우아한가,더불어외로운가,
인상좋은살인자의고독한시간을읽는동안
그명료하고아름다운문체는투명한한폭의수채화를독자앞에선명하게그려준다.
북극의오로라앞에앉아있는것은그만이아니라나도함께이다.
얼마전사진첩에서보았던초록빛으로일렁이던오로라의사진을
아마이젊은작가도보았을지도……
왜소설인가?
모든‘글’이가는길의마지막종점은‘사람’이라고믿는다.
어떤인문학적서사를띈건축가의글이라할지라도
설령,미학에대한운용을그리는글이라할지라도
식물에대한보고서라할지라도
결국그글의지향점은‘사람’이다는것이다.
소설은사람을가장솔직하게그려낼수있는장르이다.
헤이,Mr.차페크!에서의소년의길을따라가노라면순하고말없던형의죽음이가져다준
다양한삶의변주곡을그소년과함께듣고있는나자신을바라보게된다.
언제나순종족이던형의입에서터져나오는아버지를향한‘개새끼’라는단어에서
멈추는폭력의여림을보게되며
그리하여그순간모든인생들을긍휼하게여기게되는<순간의神性>을획득하게된다는것이다.
이런작은경험은시작은참으로미약하나창대하게되는겨자씨와같아서,
누구나쉴수있는풍성한그늘을만드는바
내삶은물론타인의인생까지도긍정하게한다는것이다.
선비思齎김정국은정치소용돌이속에서벼슬을떠나아이들을가르치며생활하게된다.
그이는아예호를팔여거사로바꿨다.
의미를묻는친구에게그는대답한다.
**토란국과보리밥을넉넉하게먹고부들자리온돌에서넉넉하게잠자고
맑은샘물넉넉하게마시고책이있어넉넉하게보고봄꽃가을달빛넉넉하게즐기고
새들의지저귐솔바람소리넉넉하게듣고
눈속에핀매화서리맞은국화를넉넉하게감상할수있으니…**
복이라하여다같을손가,
우리의선비아저씨들은淸福과濁福으로나누셨다.
세속적인재물이나권력욕망을채워주는것은탁복이고
자연에서얻는행복,청빈한삶에서다가오는행복이청복이라고여겼다.
새해가밝았다.
우리모두복을무한정빌어주는넉넉한시절이다.
이글을읽는당신,
연창에청복이넉넉한해가되시길빈다.
*윗사진은초록이정말고프던날동네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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