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열두시가넘은시간에
(그리하면오늘인가?)
당신은무얼하고있었을까?
차가움은하늘위로날마다비상하며
겨울의소리를내지르고
나는의자위에앉아서
식은커피와
다치바나다가시의’나는이런책을읽어왔다’를읽었다.
다치바나.
뭉클한식욕과탐욕이느껴지는어감이풍기는이름이지않는가?
知慾이라하여慾이아닐까.
언젠가티브이에서그사람의서재를본적이있다.
크지않는건물이었지만그안은온통책이었다.
책들은계단까지가득가득쌓여서…
그수많은책들이내게는아나콘다처럼거대한구렁이들이얽혀있는것같은…
그때의,
순간적인,
착시현상의여파였을까?
그의글을읽으며
그넘치는지적욕구를,
무시무시할정도의독서량을,
어느한방향이아닌다방향을아우르는절묘한반죽솜씨에…
술에취한것처럼홀리는사이사이
깊은밤의
소리가희미하게들려오기시작했다.
작은아이외숙따라스키장가고
큰아이느지막한샤워끝내고자기방문잠그는소리다닥.
남편의고른숨소리….
거실에홀로앉아책을읽었다.
침묵의소리가들려오는시간.
빛과사람들의소요속에서사라졌던정령들의소리
시계의초침소리.
냉장고소리.
형광등의소리.
벽들,
천정들,
의자들,
책이꽃혀있는책꽃이들도책들과의마찰,혹은경락의소리.
그모든것들의하모니…..
그것들이어두운밤의침묵속에서현란스레살아나고있었다.
의학용어로所在識이란게있다한다.
병원에서환자의의식수준이낮아질때
이소재식검사를하는데
아주단순한질문으로이루어진검사.
여기는어디입니까?
당신은누구입니까?
지금은언제입니까?
그는
다치바나는
이대답을찾기위하여그많은독서와연구와….
그러면서도그는아직길위에있었다.
그에게는너무도많은길이있어오히려긿잃은양처럼도보였다.
단하나의방법인
*지적욕구*
그무한대의담론을깃발처럼내세우고…..
마시지도않는커피를끓이기위해
개스렌지에물을얹는동안
부엌창으로바라다보이는비어있는길…
새벽한시반의길.
그길위로한여인이나타나아주천천히걸어가고있었다.
깊고도늦은시간에어울리지않는
아주느린걸음의여인….
느림에배어있는쓸쓸함….
그녀가길위에서사라지고
커피물은끓기시작했다.
아,
침묵의소리중에서아주큰소리
물이
끓는소리.
침묵이소리라는옷을입는그시간
당신은
무엇을하고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