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바람자락에눈이떠돌아다니는날입니다.
아이,
아직어려두발을구르며달리기에는서투릅니다.
그래도언니처럼하기위해
애를씁니다.
한발은되는데왜연이어두발이함께굴러지지않는것일까?껌에서나는또독소리도왜나는안되는것일까?
엄마는머리에수건을쓰고
챙이(키)에쌀을펼쳐놓고뉘를고르고
아이는대문을열고밖으로나갑니다.
여전히한발은되는데
연이어한발이마음대로되질않아약간속이상합니다.
내리는눈을한번잡아채봅니다.
단감나무집벽에검은옷을입은여자가기우뚱하게서있습니다.사람들두어사람있구요.
흙속에돌이드문드문박힌벽으로
가을이면단감가지가손에잡힐듯내려와있는집입니다.
아이의집에도감나무는있었지만단감나무는아닙니다.
아이는온통검은천으로쌓여있는여인을보며
죽은것처럼보이는나무가지에서단감을생각해보려고했지만
굴러뛰기처럼잘되지않습니다.
마당으로엄마가구르듯달려나옵니다.
머리에수건을쓴엄마
기억의착시가여기에서약갼시작합니다.
좀전의엄마는쌀에서뉘를고르는엄마였는데
이장면의엄마는
동지죽을쓰려고새알을만들다가뛰어나오는엄마입니다.
눈은여전히쌀가루처럼내리고있습니다.
낯선남자가부엌에우두커니서있습니다.
엄마는검은솥에서뜨거운국인가혹은물인가를끓이시구요.
하얀김이보입니다.
낯익은부엌이낯선남자로인해
아이에게서먹합니다.
낯선남자의길다란그림자가부엌에어두운그늘을드리우고있는듯합니다.
엄마도약간낯설어보입니다.
피냄새가나.
큰오빠가자기의방엘들어가기싫어합니다.
부엌과큰방옆으로있는그리고문도따로있는그런방인데….
아이는그방의다른문을좋아했습니다.
그문을열면
아주작은마루가있고
뒤뜰의낯선풍경들이다른집처럼여겨지곤합니다.
아마
아이는그때부터
낯선것에대한동경이있었나봅니다.
닭장풀ㅡ닭의장풀을그렇게불렀습니다ㅡ과며느리밑씻개같은풀들이어우러져있는…..
익숙한것들에서다가오는낯섬을
아이사랑했으니…..
이렇게눈이내리면
그마루의반쯤눈이이불처럼덮여있기도햇습니다.
길에있는눈과마루위의눈은조금달라보입니다.
그미세한차이를
아이는눈을만지면서생각합니다.
아이의손이달락말락한곳에벽장이있습니다
그안에길다랗고크게만들어진
콩가루묻은떡이꽤많이있습니다.
아이는그떡을슬몃만지다가그냥놓아버립니다.
음식이그리흔한시절은아니었는데도
그떡은며칠전부터그렇게벽장에들어가있습니다.
피냄새를풍겼던부부가해가지고온떡입니다.
여기서또기억의편린들이새로운작용을합니다.
그들부부는섣달그믐,즉대목장사를하러나온김이나미역을팔러온부부입니다.
시차가있죠?
동지와그믐이면
그리고그떡은대보름이지난후인것같기도하구요.
하여간장사를하러나온그부인에게갑자기산기가닥쳤고
단감나무벽에기대어산통을하고있었던것입니다.
여섯살혹은일곱살인아이는엄마에게가전합니다.
으뜬사람이길에서아기를낳으려고한데…
엄마는고무신도제대로신지않고달려나오고….
새로운생명이오빠의방에서태어나고…
그러나기억속에는아이가없습니다.
그들부부의떠나는모습도없습니다.
그부부가고마운마음에해가지고온찰떡
몇번떡을깨물으니잘골라지지않는돌때문에
지금지금거립니다.
그떡은곰팡이가약간생긴뒤결국돼지가먹었습니다.
혹시모릅니다.
아이의낯선집음식에대한거부감이그때부터생겨났는지…..
소녀시절극한점을달리던약한비위때문에
점심시간이끝날무렵도시락에코를박고혼자먹어야했던
그곱지못한모습들의
시작점이
그낯선사람이가져온노오란떡에기인해있는지….
그러고보니모든기억들이
명암차이뿐인흑백인데
눈과
노오란떡만칼라군요.
엄마에게그시차를한번물어볼까요?
엄마에게도
아이처럼그아무사건도아닌기억들이
선연히존재해있을까요?
이렇게오늘처럼
바람속에눈이섞여내리는날이면
그눈언제나
두발을연이어구르며뛰지못하는아이에게로
나아데려가는데…..
아름답거나
장렬한것만기억이라구요?
moon뭉치
2011년 1월 16일 at 3:55 오전
너무나도추운겨울설한풍을겪어가며거동하기어려우니..
방콕이최고인가합니다ㅎㅎ
푸나무
2011년 1월 17일 at 4:36 오전
정말추운겨울입니다.
정신이뻔적나는것같아요.
하지만그대신
맑고청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