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꽃잎 강물 위로 지고 있을까

<전기.국립박물관소장실제그림은조금다르다.포토샵영향이센듯>


그가스물아홉이란푸르른나이에요절했을때그를그린지인들의생각은
그의才와그보다더勝한德을유감없이나타내준다.
“재주는봄꽃처럼빼어나고성품은가을국화처럼맑았다”
“나이설흔에얻은것이오백년을당해낸다.”
“아무리흙이정없는물건이라지만과연이런사람의열손가락도썩게하는가.“


매화를찾다가찾지못하고대신전기(田琦)의그림<매화초옥도>를읽는다.
“전기를알고부터막대끌고산구경다시가지않는다.전기의열손가락끝에서
산봉우리가무더기로나와구름안개를한없이피워주니......“
같은길을가는설흔여섯살위인화가조희룡도그랬다고하니
이삭막한도시에서매화를찾지못하고
쓸쓸한마음과쓸쓸한눈으로매화초옥도를멍히바라보는나도
그들사이에살포시끼어든것이니이아니좋을손가.

언제부터그림을읽기시작했을까?그림이하는이야기가읽혀지게된것이,
가만히깊게그리고오래들여다볼수록그림이하는이야기가많아지니
그림이하는이야기를들으려면우선은고요해야하리.
누군가와같이도좋지만홀로가만히그앞에서있어야하리.
아들딸일도잊어버리고스쳐지나가버린사람이나세월에대한그리움도
접을수있어야하리.어느순간마음도고요해지고세상일도잊히고인생
참별것아니라는생각이들어오는그때,
가벼워진몸으로그림속으로들어갈수있으리.
그림한귀퉁이에가만히서는나를바라볼수있으리.

종이에그린수묵담채화다.
수묵담채화는수묵이주이고채는아주옅게들어앉아있는그림을말함인데
산뜻한호분으로그려낸저하얗게보이는산은눈일까?휘영한달빛일까?
눈이라도괜찮고달빛이라도무람한것을....
둥글둥글한산을보라.크고작은모습이
함께어우러져산과하나되고싶어하는작가의마음을보여주는듯하다.
깊은산속임에도불구하고그깊은산은위엄을나타내거나위협적이질않고
그저친숙한이웃처럼달빛아래다정도하다.
가끔은그런산이지닌외로움도함께
방문을들어서곤한다.그럴때마다산속은거자에게한번씩배멀미도지듯
도져오는아,외로움의산기는고통스럽기까지하다.
더군다나고적한깊은겨울임에랴.
가을에찾아온고적이란벗은겨울내내겨울과함께머물러오히려겨울보다더
단단해져간다.홀로기다란겨울밤을지새워보라.
거기처마밑고드름처럼고적이자라나는것이보이기도한다.
겨울만깊어가는게아니라고적도익어간다.
이제금지병인양외로움에길들여져가는그에게벗이다니러오겠다는기별이왔다.
인생을논할수있는벗이다.
산을이야기하면강이흐르고강물을이야기하면산봉우리가보이는친구이다.
무엇보다그친구는음악을사랑하여거문고를어깨에메고올것이다.
친구가타는음들을산이들었다가그가떠나고난후에되새김질해줄것이다.
문을활짝열어야지.그가오는발걸음소리가들리는가?
아,시간은어이이다지도더디흐르는가,
그를위해,그에게잘보이기위해오랜만에채색옷도꺼내입었다.
그에대한내사랑의빛깔이초옥의지붕도물들일수있으리.

눈때문인지달빛때문인지길이화안하네.아무리멀고멀어도벗을향하여가는걸음은
흥취만그득하구나.발걸음은가볍구나.아,이그윽한향기는어디에서오는고?
저검은나무위의솟아난하얀꽃은눈인가?꽃인가?달빛인가?
어이이다지도아름답다는말인고,
벗에게서뿜어져나오는향기가저나무를물들이고꽃을지나
내게로다가오지않는가.
눈처럼핀매화가벗처럼나를반기네.
달빛처럼환한꽃이벗처럼웃네.
죽은가지에서피어난것도대견한데이냉엄한추위속에서도거침없는저모습
희디흰꽃은벗처럼아름답네.
꽃만향기로운게아니라이풀잎의향기도기운차네.
눈가운데서달빛아래서싱싱하게피어나는저생명의기원들.
여린듯강하고강한듯부드러움이마치내친구의기상과같지아니한가.
산이있고매향있어더불어그와나의만남이있으니더무엇을바라랴.

그림한모퉁이에적힌
'역매인형초옥적중(亦梅仁兄草屋笛中,역매오경석이초옥에서피리를불고있다)'
이라는글귀로미루어보아초옥에앉아있는인물은
역매오경석이란인물이고,홍의(紅衣)의인물은전기자신임을짐작하게한다.
“목을길게배고기다리노니원컨대전기의그림속사람이고싶어라.”
까마득한선배조희룡은이런멋진문으로전기를칭찬했다고하니
그의매화초옥도를보며나도설핏매화가된듯하다하여발칙할까,

전기의그림매화초옥도속에서매화를듣는다

1 Comment

  1. 소리울

    2012년 2월 17일 at 12:24 오후

    전기의그림이야기가너무나매력적입니다.
    그림이야기더들려주세요.매일매일말입니다.
    숙제인가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