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의 그대에게

생각해보니아무도몽마르트언덕이크다고말하지않았는데

내안의몽마르트는크고거대했어요.

수많은화가들이여기저기터를넓게잡고그림을그리는곳,

높낮이가다른수많은길,울창한나무들과넓은공원,

파리의제일높은곳에위치해있는언덕이니당연히커야한다고생각했을까요?

몽마르트라는낯설면서도익숙한단어,

쉬가보지못할곳이니마음속에서키다리아저씨처럼커졌을지도모르겠어요.

하기는크기처럼상대적인것있으려구요.

내가아주어렸을적에살던우산리를가보면

글쎄아래동네샘까지참길고먼길이었는데

어른이되어서가보니그저손바닥만한,몇발자국거리예요.

어린시절의<크다>가어른의<작다>로된간극속에서는

언제나<그리움>이존재해있곤하지요.

크기의변환보다는<지나감>의마술이흩뿌린판타지일지도모르겠군요.

지난가을

몽마르트언덕에서만난그대,

내그대에게관해아무것도알지못한채아주잠시스쳐지나왔건만

현악기들속에서아주서서히모습을드러내는플롯의소리처럼,

현악기가나무꽃의숲이라면플롯은요정처럼,

그렇게몇장의사진속에서잠들어있는그대를향한그리움을생각해보니말이지요.

파리의기차역에내릴때는이미어두워진다음이었어요.

목까지내려오는구불거리는머리에약간의수염을매단가이더는

말로만듣던파리지앤(?)처럼보이더군요.

로마의가이더는우스개처럼그런말을했어요.

유럽투어는일종의고려장이다.

나이드신부모님을버리고싶거들랑유럽투어를시켜라.

그만큼힘들다는이야기지요.

밤늦게호텔에여장을풀고

다시이른새벽에서늘한아침도시락을들고버스에오르는,

프랑스라고예외일리는없었어요.

서둘러버스를타고버스에서내려서서는거의달리다시피하여

루부르박물관으로향했지요.

공간지각력이라고는정말눈곱만큼도없는사람에게바라보이는것이라고는

오래되어먼지낀누우런담뿐이었어요.그런담을돌고돌아가니벌써길게늘여진

사람의행렬에,아이고!!!소리가저절로나오더군요.

줄짧은입구를찾으러가이더를따라이곳저곳을달리다보니넓디넓은궁전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내가가장싫어하는달리기하는운동장처럼여겨지더군요.

언제나그렇지만그런발자국찍는여행속에서

이게뭔가자괴감이들수밖에없지요.

그러니번다하기그지없는에펠탑을지나몽마르트언덕에이르렀을때는

새롭고낯선장소들이주는신선한매력도곰삭아서….

맛을잃어갈한계점에다다른무렵이었지요.

버스는우리를조그마한길가에내려주더군요.

우리나라조그마한소도시의길거리처럼보였어요.

그리고사람으로가득찬골목길은마치명동거리한토막처럼보이더군요.

언덕위거대한성심성당의둥근아취가보였고

계단몇개를걸어올라가면펼쳐지는비스듬한경사의푸르른풀밭,

바로거기가몽마르트언덕이라는거예요.

유럽몇나라를지나오면서하두거대한성당을보아온터라

그래도일행은다들언덕을지나성당을향하는데

가이더가우리에게할애해준삼십분을

그냥그곳에무연히앉아서보내리,마음먹었지요.

파리사람들은그곳에자리를잡고앉아서담소를즐겼고

여행객들은사진을찍거나흘러지나갔지요.

그러니나도삼십분정도는나그네가아닌파리사람이된거지요.^^*

그대는내발조금아래쯤누워있었어요.

푸른색줄무늬셔츠를입고잠을자고있더군요.

아니면자는척하며세상을향해눈을감고있었는지도…..

글쎄그런생각이들만큼그대의모습이편안해보이지않았던탓일지도모르겠어요.

그런그대곁에는아주똘망한눈초리의아이가그대와같은방향으로누워있더군요.

사실그대보다는그아이가먼저눈에띄었어요.

아무것도하지않고가만히누워있기에는아주힘든나이지요.

엄마랑대화를하는것도아니고

그저풀밭위에가만히누워있는엄마곁의아이는지루해보였어요.

그래서더욱착해보이기도했구요.

그대는,

비록딸이지루하고심심해한다할지라도

그런딸이라도곁에두지않고서는견딜수없는깊은외로움이

있었겠지요.

날이아주맑지는않았어요.

마치파리의오래된건물들처럼하늘도약간흐릿하더군요.

편안히침대위에누워있기가더쉬울텐데

그것도토요일오후에저렇게풀밭위에누워있다는것은

사람의눈초리를느끼고싶기때문이아닐까,

비록,아는,사랑하는,정겨운눈빛이설령아니더라도

아무것도담지않는무심하고지나쳐가는눈길일망정

차가운날씨의겨울햇살이미미한따스함을품고있듯이

그런작은따스함이라도느끼고싶어……

나와몇번눈이마주친그대의딸도잠속으로서서히들어가는듯했고….

그대의풀밭위의잠이

편안하라……

아마그대는꿈도꾸지못했을거예요.

동양의한여자가몽마르트언덕에서그대를보며

그대의위로를빌었다는것을……

어느순간생각없이살아가던사람도인류의미래가홀연걱정되듯이

아마도나그네의정한이었겠지요.

그도아니면아주짧은순간이지만

하늘의위로를바라는,

하늘을생각하는고독한말러를흉내냈을지도……..

일행들이내려오자옷을툭툭몇번턴후에길을따라내려왔지요.

나그네가좋아하는골목길을여기저기뒤적이면서말이지요.

자그마한골목길에유별난눈길을던지는나그네는거의가다소심증을지닌

환자라고보면될거예요.

그렇게내려오다가문득

그골목길어디쯤에나는그대를그대의딸과함께세워놓아보기도했어요.

신비한일이지요.

이제몽마르트언덕은그대와함께내안에있으니…..

2 Comments

  1. 느티나무

    2011년 1월 17일 at 9:04 오전

    가이더가할애하여준아주큰시간이었을삼십분.
    그삼십분을사크레퀘르성당으로가지않고
    그저무심히주위풍경속으로빠진것…참잘하셨네요.
    그렇지않았으면몽마르뜨언덕의그대를보지못하였을터이니까요.

    아름답거나
    장렬한것만기억이나는것은아니지요!
    (이것은전포스트에서푸나무님의말씀이지요?)
    여행길위에서만난스치듯지나간짧은풍경속에서도
    몽마르뜨…하면딸과함께누워있던그대가떠오르니까요.

    올가을쯤파리에가게되면
    이른새벽에뱅기를내려그날늦은밤기차를타고이동할때까지남는시간이있어
    에펠탑과쎄느강변,몽마르뜨도낑겨넣어둔여행계획이있답니다.
    그때…저렇게고운잔디위에나도누어있어볼까요?

       

  2. 푸나무

    2011년 1월 17일 at 12:38 오후

    지난구월과시월에걸쳐유럽여행을했습니다.
    여행이란말이무색할만큼발찍고돌아다니기였지요.
    루부르는시간이작으면아예그냥다음으로미루시고
    (기다리는시간이지나치게길거나혹은좋은작품앞에서가슴만아프니깐)

    세느강변을아주한가하게걷거나
    길가카페에서커피한잔,
    그리고몽마르트에가셔서
    푸르른잔디위에누우신다면……
    훨씬더좋을것같습니다.
    물론꼭이야기는들려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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