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길에는 안개 가득하네
BY 푸나무 ON 1. 21, 2011
세설신어(상)
저자
유의경
출판사
명문당(2006년05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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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마음호젓하여
호젓하지않으면찾아갈수없는길에들어서보네.
국화차한잔옆에두고
드문드문마셔가며
느린걸음으로걷기엔더없이좋은길이라네
이름하여세설신어(世說新語)
세상의참신한이야기라고하지만아득한옛날글이라네.
마음만큼적막한길이네
분분이날리던꽃잎은아득하고
더군다나아주오래된길이라세상의번다함없으니
아는사람마주칠일없네.
만나는이들이아주없지는않으나
그들의눈빛안온하니그저스쳐지나가도마음편하네.
“왕미지는환이라는사람이피리를잘분다는소식을들었을뿐,
만난적은없었다.길을가던왕미지는우연히환이의수레를만나자
아랫사람을보내어한곡불어줄것을청했다.
환이역시벼슬이꽤높았음에도불구하고왕미지의명성을들어서잘아는지라
그앞에가서내리세곡을불었다.그리고는그자리를떠났다.
주객사이에한마디말도오고간것이없었다.“
오이고상한침묵(沈黙)이여
난삽한세상살이에부유하는몸짓으로는
도무지알아챌길없는신비로운교류여,
소리와귀로만이루어지는광년속의교감이여,
벗은나무처럼자유롭고사위어진억새풀처럼겸손함이여.
흰이슬에
이슬에
무서리에
서리에
된서리에짓물러있는국화한송이만나네
문득미소가나오니
국화의그모습이기품있는노인네의유모어처럼
느껴져서이네.
미소를짓고나서
미소짓는나도이윽히바라보니
나도늙었네.
시들어가는국화앞에서
기품있는노인네의유모어를읽어내니
이아니늙었다는말인가?
그래도사람의발자욱으로만만들어진길이라선지
늙음이
그다지슬프지도처연하지도않네.
저억새잎처럼가볍게도보이네
저억새잎시들은눈빛으로날바라보듯
나역시시들은눈빛으로나를반추할수있다네.
오,바램이여.
오,시듬이여.
유공이지닌말이흉마였다네
어떤사람이그에게팔아버리라고하자
판다면살사람이있겠지만반드시그주인을헤칠터이니
손숙오를본받겠네.
손숙오가어느날그의어머니를보고울었네.
머리둘달린뱀을보았는데그뱀을보면죽는다고하여서웁니다.
그뱀은으쨌느냐?
뒷사람이볼까봐죽어묻었습니다.
대저남모르게베푼복이있으면남이다알게복을받는다했다.
그리하여손숙오는잘살았다네.
해피엔드네.
내가사랑하는해피앤드와권선징악.
만약내게흉마가있으면나는슬쩍팔아넘기지않았을까?
그래도그를이리호젓한산책길에서만났으니적어도흉내는내볼일이네.
교훈은안개처럼가득하네.
감미롭고고독한습기에잠시젖어보네.
바람오는길알수없듯이
인생흐르는길나모르니
이작은젖음이내인생에
무슨권리를발하랴만
....
그래도이산책길의소요를
내마음이라는디스켓에구버(?)저장하네
여전히
길에는안개가득하네.
*눈오는날눈사진을찍으며과하게노출을해보았더니
나무가빛가운데로휘적휘적걸어갔다.
벌거숭이임금曰-아,마음나쁜사람에게는
나무의걸음걸이가안보일지도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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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뭉치
2011년 1월 22일 at 1:02 오전
사진이멋집니다.
마치중국고전속에설경같다고나할까요.
세설신어에어울리는..
푸나무
2011년 1월 22일 at 2:25 오전
요즈음보니조블에서제일인기높으신분이시더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