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와 김수현

못가본길이더아름답다(양장) 저자 박완서 출판사 현대문학(2010년09월2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요며칠박완서작가의‘못가본길이더아름답다’산문집을읽고있다.

책서문에그이는이렇게적고있다.

‘책을낼수있게되어기쁘다,내자식들과손자들에게도뽐내고싶다.

그애들도나를자랑스러워했으면참좋겠다.’

대가의소박한표현에저절로미소가지어졌다.

아들이라는거대한기둥에비하면태어난지얼마안되는콩꼬투리만한손녀,

생전위로받을수없을수없을것같은참척의슬픔이그작은아이에게위로받고있다는사실을,그리하여생명의무게가동등하다는그이의글은어떤웅변보다크다.

자신의앞마당에서솟아나는풀들을바라보며

삶을이해하고전쟁을완상하며생명에대한외경과자신이믿는신앙의경도까지도

솔직하면서도담박하게그러면서도따뜻하게,무엇보다자연스럽게적고있다.

나이들어가는것에대한매혹을느끼게하는그이의<늙음>이

선선한가을밤저물어가는내게도아주심심한위로가된다.

그런부드러운마음이오늘아침에는아주날카롭게변한다.

동성애전도사김수현작가탓이다.

그이를내가동성애전도사로부른다해도아마그이는그리기분나빠하지는않으리라,

소수자인동성애에대해그는민감하게반응할뿐더러동성애를다른눈빛으로이야기하거나바라보는일에대해그는팔을걷어부치고나설,마치장정된총같은사람이니깐,

그는자신이이시대소수자,특히동성애자에대한쟌다르크적!사명을지니고태어난사람이라여기는듯하다.그이가거침없이칼을휘두르는그의궁전인드라마에서

동성애자를이해못하는사람들은

이기적이고편협하여마치인간이기를포기한사람으로그려내고있다.

반대로동성애자에대해호의적인사람은아름답고너그러우며교양이풍부하고매우지적인사람이다.평생을소원한관계에있던새엄마와아들의관계가동성애에대한이해심으로말미암아순식간에세상에둘도없는모자지간으로변해버린다.

이단순무식(?)한변화는작가의동성애에대한인식의근간을여실히보여준다.

그는질문한다.“이성애는고상하고동성애는추한가"

그리고또말한다."이사회는나와다름을그저바라봐주는것조차안된다.”

그는남자와남자가하는사랑을텔레비전화면에아주세세한모습으로등장시켰다.

얼키는손가락을보면서연상해야하는남자와남자의성애장면은

아주솔직해보자면아무리동성애가태어날때부터그러한모습으로태어났기에인정해야한다고,논리적으로이해해야지,무엇보다소수자에대해관용해야지,아암,그렇고말고,

하면서보더라도그들의모습은소름이돋았다.특히자라나는아이들이

저런장면을보면서어떤생각을할까싶으면정말그녀가말한것처럼

‘더러운젖은걸레로얼굴닦인기분이들었다.’

이나이가되니인생에대해어찌할수없는부분이더많다는것을알게된다.

가령거대한아파트를바라보면서화장실을한번생각해자.

어두컴컴한통로를따라서어딘가로떠나는우리들의X.

그X는우리곁을떠나는것일뿐사라져가는것은아니다.

일종의격리라고나할까,

이런격리에의해위생적이고청결한집안이유지되는것이다.

그게무슨청결이고위생인가?

날카로운어조로물으면할말이없다.

그것역시작가가이야기한대로눈가리고아웅일수도있으니까,

그러나그렇다고해서그X를우리곁에한가득이고안고두고살수는없지않는가?

적어도분명한것은

동성애가성적소수자집단이라해서

정당할수는없다는것이다.

인류의역사에아주오래전부터있어온사실이긴하지만

인류를이어갈역사에반하는일이기때문이다.

조장하거나부채질하면서이것은소수자에대한배려이기때문에모두가그래야한다는것,

그렇지않으면안된다는절대적핏대(?)는작가가할일은아니다.

다수라하여소수에의해모욕당해도싸다는것은논리가아니다.

하기는그이도동성애자의성당언약식촬영을거부한성당에대해

“성당이라는곳은살인범이숨어들어도내치지않는곳으로알고있었다.

소설을,영화를너무많이본모양이다,카톨릭이품이넓다생각했던건오해였나보다”

라고밝힌것을보면동성애자가살인범보다더한종족일수도있다는

잠재의식이표출된것이아닌가,싶기도하니,.

뱀꼬리하나,

드라마는쓰는족족대박을터트리는김수현작가가

사실은소설쓰기에는손을든사람이다.

문득너그럽게삶을관조하는할머니박완서와

측천무후같은드라마의제왕김수현할머니를엮어서생각하다보니

부드러움과날카로움의명암은혹밀도높은문학성에의해좌우되는것이아닌가,

생각되기도하더라는것이다.

*이글은지난해시월에썼던글이다.

오늘아침박완서선생님이별세하셨다는부고를인터넷에서보았다.

본향으로가셨으니…….

일면식도없는분이지만아주친했던분처럼놀랍고

서운하기그지없다.

하나님께복을빕니다.

9 Comments

  1. 느티나무

    2011년 1월 22일 at 3:43 오전

    저도조금전에서야컴을열어보고알았습니다.
    먼저박완서님의명복을빌고
    하늘나라에서평화의안식을누리시기를기도드립니다.

    여고때’나목’을몇번이나읽었던지…
    아무튼그때부터박완서님의열렬한팬이되었습니다.
    그분의책은빠짐없이구해서읽을려고노력했었지만,
    <못가본길이더아름답다>는아직읽어보지못했네요.
       

  2. moon뭉치

    2011년 1월 22일 at 2:38 오후

    명복을빕니다..

    진심으로..   

  3. YIMAN

    2011년 1월 22일 at 4:40 오후

    감사합니다.문학이생면부지의영혼을이어주네요..잘읽고갑니다.   

  4. 모래바람

    2011년 1월 23일 at 5:08 오전

    저는이분이암과투병하시는줄도몰랐기에이세상을뜨셨다는소리에
    놀랐읍니다.
    기분이그렇더이다.

    이곳에집을새로지운줄몰랐읍니다.
    가끔놀러올께요ㅎㅎ
    누구냐구요?띠갑장으로가끔저쪽집에얼굴을디민사람입니다.ㅋㅋㅋ   

  5. 푸나무

    2011년 1월 23일 at 10:53 오전

    못가본………아마가장최근작같습니다.
    소설이아닌수상록,

    아직도수많은좋은글들이가득고여있으실분인데
    아쉽기그지없습니다.
       

  6. 푸나무

    2011년 1월 23일 at 10:56 오전

    뭉치님의글도읽었습니다.

    조블에도그분에대한많은글들이올라왔더군요.
    평안한곳으로귀환하셨으리라믿습니다.   

  7. 푸나무

    2011년 1월 23일 at 10:57 오전

    YIMAN님
    그렇지요.
    문학은모든관계속의길일지도몰라요.
    반갑습니다.   

  8. 푸나무

    2011년 1월 23일 at 11:01 오전

    아,모래언덕님,바람님도괜찮네요.
    언제나사막에대한장면이나이야기혹은글을읽으면
    자연스럽게
    모래언덕님생각이스쳐지나갑니다.

    언제사막투어하실때같이한번했으면~~~~~~^^*
    꿈이너무야무지지요,하하,

    이곳은
    한적하고오붓하니
    더친해집시다.   

  9. 태양상인

    2011년 1월 24일 at 4:10 오후

    똥을물에말아서버리고는개끗한삶을사는줄아는괴이한시청자들이,너무자극적인걸원하다보니,그걸간파한김수현기술자가이거다싶어내놓았는데와글와글~사실음양이조화이지음음이나양양은별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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