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보기전새로생긴식당에들렀다.
‘가보니괜찮던데,같이식사한번하시죠.’
‘그러면영화하나보실래요?썩그리재미있는영화는아닐수도있는데,’
‘덕택에재미없는영화도한번보죠.’
하여우리는이른저녁을먹고영화를보기로했다.
이젠밖에서먹는모든음식들은
생존의욕구에의해발생된현상처리는까마득한옛날이야기고
맛을찾아다니는것은근대의것이되었으며
현대의음식은새로운맛과새로운장소로구별된다.
한상가득차려놓고먹던한식이코스요리로납시고
그맛도중국식일본식서양식이합해질뿐아니라
요리사의독특한감각조차더해진퓨전요리이다.
그럴듯한퓨전요리도한계에다다랐는지
이즈음은요리들을함께묶는추세도있는듯하다.
가령월남쌈에샤브샤브요리를함께한다거나
한정식집이나고깃집에샐러드바가함께한다.
어제식당도아주깔끔한인테리어에샤브샤브를메인디쉬로하고샐러드바가있다.
연어샐러드도맛있었고마쉬멜로우를쵸코렛에듬뿍찍어먹는맛도괜찮았다.
금방갈아내린커피의풍부한거품도마음에흡족했다.
아주긍정적인톤으로좋게이야기해본다면
나이가들어간탓인지관찰력이섬세해진듯하다.
가령전에는그냥맛있는음식을먹으면맛있다!!!!에서그쳤다.
그러나지금은맛있다를넘어선어떤만족감,행복감이내안에스멀거린다.
사실그것이꼭섬세해진탓이랴?
이전부터조잘거리던몸의언어를이제야읽기시작한것일수도있고
혹은몸과정신의세력판도가달라지는지점에도달한것인지도모른다.
이제까지정신이무시하고함부로여겨왔던몸이라는물체가
인생의종결자(?)로서서히정체를드러냈을수도,ㅎㅎ
모든음악영화는절대밑지는장사가아니다.
스토리와구성,혹은감독의감각이조금떨어진다할지라도
영화속내내흐르는음악만으로도충분히보상되고남음이있다.
근자의영화음악으로는가난한연인들의음악을그린<원스>,
거리의악사와칼럼니스트,음악을통한영혼의교감을그린<솔로이스트>
그리고가장최근의영화
<바흐이전의침묵>도깊고우아하며더불어색다르기그지없었다.
하여간그런맛있는마음으로영화관에들어선다.
온공간에가득차며울리고퍼지는피아노소리……
그것도아주조그마한꼬맹이,
겨우여섯살에,리틀모차르트로불렸던꼬마천재의피아노소리이다.
작곡을어떻게하니?
교수가물으니눈을감으세요~~~
아이의말과피아노속에서솟아나오는세상들
벌떼가지나가고새들이날아가고인디언들이모여잔치를하고……
그순간,
아이의목소리와아이의음악은천상의소리처럼사랑스럽다못해오금이저린다.
영화속의엄마아빠는연주회를앞둔천재에게말한다.
“우리미래가네게달려있다.”
아,가족이라는버릴수없는,평생을가는그딜레마,
레비스트로스는인류학자이다.
그는문명에서인류를찾는것이아니고미개사회에서인류를찾아간다.
일반론적으로가족은내재적인생래적감정ㅡ사랑의감정이있기에
가족으로이루어진다고여기지만그는이점을단호히부인한다.
즉인간이사회구조를만들어왔다고생각하지만실제는
사회구조가인간을만들어간다고그는생각했다.
“습관은내발적인감정이생기기전외재적규범으로부여된것이다”
이해되기어려운구조주의근저가되는학설이
앙드레마티유가속한가족들을보며이해되었다고나할까,
음악영화였지만<가족>이란울타리에대해내내생각하게만드는영화였다.
뛰어난자질을지니고태어난아들을보는기쁨,
그아들을자랑하고싶어하는엄마의마음,
세계적인인물로키워내고야말겠다는결심으로
아들의작은어리광도용납하지못하는단호한엄마,
그리고그런바램대로파리뉴욕영국을다니면서앙드레마티유는
가는곳마다스타가된다.
그러나그는연주가가아니라작곡가가되는것이꿈이었다.
그는어른이되었고부모의꿈과자신의꿈이부딪히면서
알코올에의존하게된다.
사랑도슬며시다가오고
결혼도하나결국그는39살의아주젊은나이에요절하고만다.
물론생의마지막까지앙드레에대한엄마의사랑은가얼차게타오르는데
그사랑의모습은그를연주가로세우는데있었다.
사랑의변주곡이라고나할까,
그를내내지켜보던마에스트로는그가술집에서
24시간이넘는긴시간을자신의곡만으로연주할때
마에스트로는앙드레가그때죽었다고말했지만
담배를피워물면서연주를시작할때내눈에는그가자유로워보였다.
그래서나는그의너무나허망하고너무나젊은죽음앞에서생각했다.
<그냥평범하게살면서자신의음악도하고남의음악도들으며평범하게살지>
그러나그런평범한생각은평범한사람들의것이다.
누가그랬더라,
생각이사람을만든다고
인생의최고정점에서본천재는
아마도평범함자체가고통이고고독이고슬픔일지도모른다.
앙드레마티유의검은선글라스가주는이미지가슬펐다.
비록감독의연출이라할지라도,
자신의곡을인정해주지않는세상에대한눈감고싶은의식의표출이었을까?
처음듣는작곡가이고영화속곡들도낯설었다.
하지만알아야맛인가?
새롭고낯설어서더맛있는영화였다.
Share the post "맛있는 영화 ㅡ 앙드레 마티유"
느티나무
2011년 1월 26일 at 5:14 오전
천재는평범하게살아간다는것자체를모르니까천재아닐까요?
천재가아니더라도…평범하게,그냥오랫동안살아갔으면좋겠어요.
제아이들은.
그래도영화가좋았나보아요.
맛있다고하셨으니.
원스는영화를보는동안좋은음악이많이나왔고,
아일랜드특유의느낌들이많이묻어나와서
영화를보는내내마음이편안했지만,
솔로이스트는그반대였어요.
푸나무
2011년 1월 26일 at 9:26 오전
그러니참사람도웃기지요.
슬프고가슴아픈영화일수록좋다~~~여기니말입니다.^^*
이유야어찌됐든설흔아홉은제나이에비해너무젊구요.
근데그런생각두들어요.
혹시이래저래죽음은일종의마침표아닌가?
인생에대한어떤완성이랄까,
아쉬운죽음은
표현키어려운아우라를그려주기도하구말예요.
늙어서편안히죽어가는죽음이고요하다면
그렇지요젊은죽음은
아름다운충격을안고있다고나할까요.
솔로이스트는볼때는좀산만하다고여겼는데
나중에생각할수록
감독의그런표현이
흑인예술가의정신과맞물려어울리는구나,
그런생각두들더군요.
그곳에서는우리나라에서접하기어려운다른영화두많이보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