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 러브’ 틸다 스윈튼과의 대담

‘아이엠러브’관람후틸다스윈튼,특별한그녀를만나고싶었다.

우리나이로오십둘인그녀는나의초청에아주흔쾌히응했다.

만난곳은고양시행신동모처,

때는고양이와개의시간즈음

그녀는가느다랗고길고우아하고나는짦고통통해서

걷고싶었지만별로그림이될것같지않아

찻집에서편안히앉아서이야기했다.

겨울해는아주짧았다.그녀는커피를소리안내고마셨다.

나무:제목이참신선합니다.아이엠러브,정말사랑이세요?

틸다:사랑이나를존재케한다는뜻두되겠지요.

나무:이제오십줄에들어셨는데도여전히가늘고우아하시더군요.

나니아연대기에서차가운겨울여왕이밀라노의대저택에서도그대로

현현한듯했어요.아,나중에당신이사랑이라는,

아니사랑을통한당신의정체성을찾은뒤ㅡ맨발에추리닝을입고

헝클어진모습을할때는조금달라보였지만말예요.

사실그대목에서위로가되던걸요.

오메,당신처럼아름다운사람도꾸밈이필요하구나싶어서요.

틸다:나도영화를찍으면서그런느낌을가졌어요.아름다움의허망함이라고나

할까,꾸며진아름다움과자연스러운나와의사이에아주커다란간극이

있다는것을요.

나무:그래요,당신을아름답게보이게하던것들을안토니오가다벗겨내지요.

처음그침대도변변치못한초라한공간에서안토니오가당신의신발부터

벗기던장면이아주인상적이었어요.하긴신발뿐아니라당신은한참

가만히있더군요.안토니오가당신의옷을다벗길때까지……

당신삶의무거움을그리표현한것인가

아니면아주단순하게당신에대한어떤존귀함을표현한것인가생각했지요.

틸다:신발이주는다양한징후가보이지요?남편이신발을신겨주고

나는맨발로그집을나서지요.

나무:그래서나도영화를보고나서오랜만에내발을한참들여다보며

발가락닦는칫솔로내발을닦아주기도한걸요.

틸다:우리감독님이좀섬세하신분이지요.가끔은보물찾기도즐겨하시구요.

나무:보물이라면,…..당신이새우를먹을때?

아,당신의그표정연기는일품이었어요.그순간,나는혹시당신이지금

안토니오를먹나생각했어요.하하,

맛이지닌탐미적교감과육체적사랑은같은등식에놓아도무방하지요.

틸다:아,그대목은,좀다르게해석해주시면어떨까요?

육체적사랑이라고단언하기에는내게찾아온자유가너무크고

희생은만만치않죠.생각처럼단순하질않다는거예요.

나이어린아들의친구라는불륜의연인,그연인과의사랑이겨우육체에만

그쳐있다면,난더현명한길을택했을거예요.나때문에아들이죽었는데

그죽음의시간속에서나를찾아떠나는일은안할거라는거지요.

그게육체만이라면전혀가능하지않다는거지요.

나무:더깊은정체성문제라는건가요?

틸다:그렇지요.당신도보셨잖아요.내가정돈된모습으로,그러나허망하게

러시아잡지를뒤적이는것,안토니오와잠을자면서러시아요리를말하는

것은내몸만그와함께하는것이아니라나의잃어버렸던혹은생각지도

못하고살아왔던나를찾아서공유하는일이기도했지요.

루카는그장면에서끊임없는자연의모습을함께교차편집했어요.

우리감독이저보다는한참젊지만무지섬세한분이거든요.

나무:인정해요,대개젊은사람은생략의묘미와여백의미를잘모르는데감독은

그두가지를아주훌륭하게구사하더군요.가령레즈비언딸을인정하면서

자신의삶을새로이투영하는것도그리고그딸이역시눈빛만으로엄마를

응원하는,잡다한설명보다생략하여느끼게하는것이오히려당신이지닌

우아함과걸맞더군요.당신이즐겨입는단순한선의원피스처럼세련됨이랄까,

틸다:그렇지요,이영화의즐길만한컨셉은우아함이지요.돈으로살수있는,

그러나그렇다고하더라도아무나또쉬가질수없는묘한딜레마의

우아함이지요.물론돈에익숙한사람들은그속에또다른것들,

가령역사랄지,격조나가치까지도구겨넣을수있어요.

그러나조금만더깊게들여다보면유리로만든세상처럼

허망하다는것을역설적으로설명해주고있지요.

나무:포스터말에요.앉아있는자세는사람이라기보다는정물의느낌이강하더군요.

다들얼굴이글자에가려있는데당신얼굴만선명했어요.

무슨특별한의도가있는건가요?

틸다:정물에얼굴조차가려버리면정말정물이되지않을까요?

나무:처음영화가시작할때약간특이한논조의음악이

밀라노의겨울과참어울린다는생각을했어요.그런데그음악이

사람들과의관계에서도미묘한긴장감과어떤파국,

혹은어떤절정을향해끝없이사람의감정을몰아가더군요.

음악이지닌색깔이그렇게다양하게변주되는모습도참인상적이더군요.

틸다:존애덤스를만나면당신의이야기를꼭전하도록하지요.

나무:영화를보면서내내궁금했는데안토니오의무엇이당신을

사랑으로내몬건가요?

틸다:아무것도…..아니전부기도하지요..영화화면에는보이지않았지만

눈내리는어두운정원을홀로걸어가는안토니오를

나는한참동안바라보았어요.

나무:아당신방창문만이보일때그때말예요?

틸다:그렇지요.

나무:그렇다면처음본순간에?

틸다:사랑은마치향수와같아요.어느순간살짝스쳐오는데사랑인가…

궁금하다가흔적도없이사라지기도하지요그런데다시그향기가느껴져오면

겉잡을수없어져요.특히나처럼나아닌어떤대상으로만

살아왔던사람이라면더욱그러하지요.

나무:사실안토니오는완벽한상류층여성인당신에비하면선명하지는않더군요.

뭐랄까,내내나무그늘에서있는것처럼여겨졌다고나할까,

당신의넋을뺏을만한매혹이적었다고나할까,

틸다:선명하고강한매력만매력이아니지요.

나무:아,말을해놓고보니……그렇군요.그를그렇게약간그늘속에세워두니

당신의길찾기가더선명해지는군요.

큰아들에두아르도가당신과의말다툼끝에죽는순간아주오래된영화

데미지생각도나더군요.아들이연인과처음본순간반하게되고,

나중에아버지와연인의사이를알게된아들이죽는,

틸다:데미지에서그아버지는평생을회한속에서살아가는데

나는어미의자격이없지요?

나무:어미가되어울고불고가슴이찢어진다한들어떻게인생을바꾸겠어요?

틸다:사랑을찾고나를찾아간다한들,허망한인생이긴마찬가지지요.

나무:‘아이엠러브’는사랑자체에대한종결어처럼보이지만

영화를보고난후에는사랑에대한간절한‘희망어’처럼보이기도하더군요.

틸다:누군가가그랬었지요.모든예술은60%정도이야기하고나머지는

보는사람의몫이라고….영화도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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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스윈튼과헤어져돌아오는데

영화의처음

밀라노그녀의저택에내리던눈발이나풀거리며몇개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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