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되어서
목표라고나할까,꿈이라고나할까,소망이라고나할까….
작년에도
올해도
아마도
<메모하기>가아닌가싶습니다.
이게매우각론적인일인데전언제나이결심을합니다.
예쁜펜은너무가늘지도너무굵지도않아야하고
스프링이튼튼한노트는우선너무크지않아야되고
얇지도않아야됩니다.
그리고그것들을항상내몸에붙이고있어야지.
생각이란부침없는나그네가
혹은느낌이란이경박한젊은친구가
앉는듯일어설때
즉시기록해야돼.
그런데,
아니요.아직시작도안했습니다.
난여전히맘에드는펜을찾지도못햇고
노트도역시그러합니다.
어느한문학자가쓴글을읽엇는데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이란
한단어를가지고무려원고지제가언뜻셈하기엔한35장내지40장정도의글을
쓰셧더군요.
파의껍질을벗겨내듯
생각의각질을걷어내라는뜻입니다.
독서도그리하라는겁니다.
겉만읽지말고
푸욱젖어서
아홉자깊이로우물을파서그시원한우물물이
우리의몸과마음에푸욱젖어들어새로운힘을소생시켜주듯
그런독서를하라는말씀이지요.
일종의논문쓰는방법일수도있고
한걸음더나가면
학문을하는방법일수도잇고
한걸음더나가면
삶의방법일수도있고
제게는
더한걸음나아가
신앙의정진으로도여겨지더군요.
다산이유배십구년동안한일은정말엄청나다고하더군요.
경집이백여권문집삽백여권,
베껴쓰기만도십년은조이걸릴그방대한량을정리를했다니
말이유배지어디그게유배겠습니까?
가족을떠나한양을떠나유배를갈때는
그도사람인데
어이슬픈마음이없었겠습니까?
그냥반강진에서멀리있는자녀들에게쓴편지를보면
참다정다감한아빠이신데요.
그분이또국화를무쟈게좋아하셨다는데
얼마나정감은풍부하셨겠어요.
근데그런유배생활을유배로끝나지않고
자신을위해서우리모두를위해서
그런지대한일을하다니
그의유배는후손들을위해서도자신을위해서도
꼭필요한수순이아니었겟나.
만약그에게승승장구의이벼슬길만주어졌다면
그에게그런학문에정진할시간이혹은마음이있었을까?
그러고보니
고통과연단을사랑하는자들에게
주신다는것이참으로참이아니런가?
다시여박총피법으로돌아가서
각질을제거하라는이야기는아주작게보면
문장에도적용이됩니다
현란한수사는문장의격을떨어트리고
중언부언그럴듯한어귀들은
사람의격까지떨어뜨립니다.
꼭필요한단어는질박해야하며
표현은소박해야합니다.
할수있는한수사는피해야하며
단순할수록좋습니다.
무엇보다좋은문장은정말깊은생각에서나와야겟지요.
삶이들어있지않는어휘들은공소한먼지와같습니다.
다산의문장에반한젊은이가다산에게찾아옵니다.
반짝거리며총명한자신이쓴글을내놓으며
문장을배우고싶다고청합니다.
다산아저씨도
예수님처럼비유를즐겨하십니다.
"어야말시술을묵으믄얼굴이안볼그족족해지지않는가말일세?
술이학문이라치믄문장은그볼그족족이란말시,
술도안묵음서볼그족족해지길원하믄되겄는가?
자네가공부를겁나게많이해불믄자네속이차고넘쳐부러서
무슨일이생길때절로나오게된단말시
그것을문장이라고한다네.
긍께가서효도하면서경전을게을리하지않으면된단말시?"’
아이고다산아저씨가
이렇게글을쓸리는없고여
그냥제가이렇게읽어지더라는거지요.
이제봄이되면
우리동네
배과수원주인이아마가지치기를할때가된것같습니다.
햇살나른하고
과수원땅에냉이쑥솟아고쑥도슬쩍솟아나면
그리고이름모를풀들도쑥쑥솟아나면
그때주인아저씨길다란전지가위들고
배나무앞에섭니다.
한해동안여기저기배나무가지자라나있습니다.
배나무는잘려지는가지가아깝기도하고
또아프기도해서
냅둬유!!!!!
속으로소리를지르고있을지도모릅니다.
아이들병원가기싫어하는것처럼요.
이가썩어들어가도
치과에안갈려고발버둥치는것처럼요.
천국도싫어,
이대로죽게내버려둬,
주인아저씨는
열매를위해서
혹은그나무를장기적으로존재하게하기위해서
과감하게가위를들이댑니다.
그리고잘라냅니다.
가지가각질이고각질이가지인거죠.
그나저나올한해메모를하긴해야할텐데……
이작은것도못하면서
생각은이리많으니….
묵고자픈것두디게많겟지요?^^*
이나경
2011년 2월 11일 at 1:45 오후
늘한마디를쓰고돌아서면왠지말을너무많이한것같은헛헛함이들때가많았는데
푸나무님의이글을읽으면서왠지부끄러워어디론가숨고싶어집니다.
그런날이있더군요.뭔가맘에찜찜한것들쌓아놓고주일미사를보러가면
신부님께서제속에들어갔다나오신듯한강론을하실때…아무도몰래부끄러워숨고싶은마음이들던것처럼지금좀그렇습니다…..저도예쁜필기도구,필통좋아하는데이젠시력이점점가서욕심이줄어드네요.어서구입하세요.굵지도가늘지도않은펜을요!
푸나무
2011년 2월 11일 at 1:52 오후
앗,이나경님방에가서
새싹과
노오란보름달두개보고왔는데……
굵지도가늘지도않은펜,얼른구입해야겟지요.
사실연필을좋아해서열자루정도는제책상위에깍아놓고
있답니다.
쥴리아스
2011년 2월 12일 at 12:56 오전
글쓴다는것이매우어려운작업일것같습니다.
‘현란한수사는문장의격을떨어트리고
중언부언그럴듯한어귀들은
사람의격까지떨어뜨립니다.
꼭필요한단어는질박해야하며
표현은소박해야합니다.
할수있는한수사는피해야하며
단순할수록좋습니다.’
이게절대로쉽지않거든요..
기실쓰고나서도많은교정을거쳐야되고요.
흙둔지
2011년 2월 13일 at 9:01 오후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이라…
흠~요즈음엔나이가들어서인지
새로구입하게되는장비나기계들의각종메뉴얼도
한번대충훑어보는것도쉽지가않던데요…
심지어새로바꾼자동차메뉴얼도안읽어지더라니까요…
그런데독서를그리하라구요?
저는쉽지않을듯싶습니다.
작금엔글행간에숨겨진뜻을찾기보다는
그림뒤에감추어진이야기거리찾는즐거움이낫던데요?
그러나저러나약장수가귀뜸하나해드릴까요?
잇몸치료에복용하는인사돌같은약들이
의외로효과가좋더라구요…
특히치과가기싫은사람들에게추천할만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