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척 해 그래야 살 수 있어

잔혹한연쇄살인범이야기가식상하게되었으니

얼마나강하고담대하며드라이해진것일까,

사이코패스라는낯선단어가정다운이웃처럼익숙하게들리고

살인재현장면이여기저기에서

어서오세요,즐감하세요,하며다가오니,

참저렴한(?)삶이되었구나싶다.

이런독해진마음속에그무엇이다가온들감흥이나생기랴,

슬퍼하기나하랴,

같이기뻐할수나있으랴,

봄이온다한들어디봄이나느낄수있으랴,

무엇을해도손에잡히지않는시간

아프카니스탄에사는어린소녀의하루를그린

‘학교가는길’을다시한번더찬찬히보았다.

마치그어린소녀가사막의빗줄기라도되듯이,

어쩌면그아이마른가슴적셔주기에충분한단비라도되는것처럼,

아무도없는거실에혼자멍히앉아서그아이와함께하는시간,

나는미소지으며,

그아이를향한불타는사랑에설레이며,

그아이때문에가슴아파하며,

그아이의달걀이땅에떨어질때여전히내가슴이깨지는것같은충격을느끼며,

그아이의고저없는목소리가주는깊은위로속에서,

그아이와함께하는육십여분동안깊은기갈속에서서서히벗어난다.

“학교가는길”은

글을모르는어린소녀가글을배우기위해학교를찾아가는중에일어난

어찌보면아주단순한스토리이다.

그러나그단순한줄거리속에서얼마나다층적인삶의갈래가켜켜이,

그것도매우역동적으로살아서움직이는지,

글을아는이웃집소년과의자존심대결,

학교갈노트를사기위해엄마를찾으러가고엄마가없어다시돌아오는길,

감자나달걀을팔아서노트를사라는소년의말대로

달걀을들고노트파는상점으로가나달걀을팔아서노트를사러오라고한다.

속지말고5루피라며,

소녀는달걀장사가되어시장가를헤맨다.

자기일외에는하물며자신의일에조차무심해보이는어른들속을

아이의가냘프디가냘픈달걀사세요소리가허우적거리고다닌다.

시장바닥의소란함,아이의목소리가들려오지만

화면속은우리네신산스런인생처럼고적하기이를데없다.

스쳐지나가는사람때문에달걀하나아이의손에서떨어져깨져버린다.

물어내세요.

어쩌면이즈음에서지칠법도한데아이는오히려전진한다.

달걀파세요라는단어에그녀만의어귀를넣는데,

사서점심으로드세요,알이굵어요.

-어찌그리도사랑스러운지….,

겨우장만한노트를가지고연필대신엄마의립스틱을가지고학교로간다.

노트를장만해서학교로출발했지만학교는여전히아득하다.

남자들만배우는곳이라고저어기저쪽으로가라고……

아이는다시여자들만의학교를찾아가다가매복한사나운군대(?)를만난다.

남자아이들여러명이한여자아이를위협하는것은

놀이가이닌실제전쟁처럼공포스럽기그지없다.

그렇게힘들여산노트는찢어져종이비행기가되어여기저기날리고…..

겨우탈출을하여다시학교가는길,

시냇물가에서학교가어디냐고묻는아이에게태양을따라가면나온다고말한아저씨는

몇장남지않는아이의노트를주라고하더니다시주욱한장찢어내

종이배를만들어물에띄워보낸다.

겨우찾아간학교도아이를쉬받아주지않는다.

미리자리를잡은아이에게뇌물로(?)다시또노트한장을찢어주고

아이는그제서야자리를잡고앉는데연필대신가져간엄마의립스틱때문에

선생님께결국쫓겨나고만다.

돌아오는길,다시또그험한어린이군대를만나게된다.

나의어린여신박타이는어린군대를피해어른들일하는곳까지도망하지만

어른들에게는아이들놀이였을뿐,아무도박타이를도와주지않는다.

박타이는끝까지이런전쟁놀이싫어!외치지만

‘죽은척해,그래야살수있어’,

라는친구의말대로죽은척,쓰러지며영화는끝난다.

발칸산맥에서피어난새벽두시장미의향기만향기로운것은아니다.

씻지않아서시커먼손,튼볼,코도닦고침을묻혀립스틱도닦는

연두색히잡속에서살아숨쉬는박타이,

이어린여섯살소녀의연약하면서도굴하지않는품위는

인간이지니고있는존엄성을여실히도보여준다.

럭셔리하지도일부러꾸미지도않는,

어린여신이지닌순수한본연의자세는우아함과품위에대한새로운인식을하게한다는것이다.

박타이가입었을마음의상처를대변한듯한찢겨진노트는결국조랑말에의해밟히게된다.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박타이는너무아름답고너무순수해서

마치맑은물처럼내안을소쇄시키더라는말이다.

“아무도아니다.”

학교가는길의감독인‘하나마흐발마프’는

주인공이누구냐는질문에이렇게대답했다.

아무도아니다라는말은모두가다이다라는말일것이다.

그녀는아이들놀이와별로다르지않는전쟁에대해서이야기하는듯했다.

이세상모두가다주인공인귀한생명들을죽이는전쟁에대한항거를

박타이를통해그려보고싶었던것일게다.

88년생젊은여자속에도대체무슨통찰력이저리도한아름깊게들어있어서

과장하지않는,소박한,절제된시선으로삶의한단면을저렇게나섬세하게

그려낸다는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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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11월12일아침아프간남부도시칸다하르.

미르와이스여학교학생인샴시아후세이니(17)는여느때처럼등굣길에올랐다.

여동생(14)과함께학교에가던샴시아에게오토바이를탄한남자가말을걸어왔다.

"학교에가는길이니?"라고물으며다가온그남자는갑자기샴시아의부르카(이슬람여성들이쓰는베일)를잡아당기더니그녀의얼굴에뜨거운산성물질을뿌렸다.

산성물질의성분이무엇인지정확하게밝혀지지않았으나염산일가능성이큰것으로현지경찰은보고있다.이날’염산테러’를당한이는샴시아를비롯해여학생들과교사등15명.특히샴시아는화상정도가너무심해외국에서치료를받아야했으며눈꺼풀주변과왼쪽뺨대부분에흉터가남았다.최근에는시력마저나빠져글을읽는것조차힘든상태다.(신문기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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