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다 남은 쓱떡

묵다는먹다의전라도사투리입니다.
그러니다시적어보면
<먹다남은쑥떡>이란뜻이지요.
정확한가아닌가는모르겠습니다만
내고향보성에서는
이<묵다남은쑥떡>이란말을
생김새와연해서사용했습니다.

묵다남은쑥떡처럼생겨가지고,원,
생긴것은묵다남은쑥떡같어같고….등

벌써그뉘앙스가
예쁘고사랑스럽다기보다는
균형없이거칠고산만스럽게생긴사람을일컫는거지요.

일종의동류의식이라고나할까,^^*
제가제일좋아하는떡이바로이쑥떡입니다.
한겨울,설날에해먹는쑥떡말입니다.

물론쑥을넣은인절미는언제먹어도맛있지요.
특히나이른봄
햇쑥을캐서인절미를하면
아주환상적인연둣빛떡이됩니다.
쑥을많이넣고적게넣고의차이에따라
빛깔이조금달라지긴합니다만
하여간갓캔쑥을넣은인절미의연둣빛은
식욕과는상관없이우아하기조차합니다.
거기다거피한하얀팥고물에
연두빛쑥떡을살짝살짝묻히면
그맛은거의환상적입니다.

그러나정말깊은맛이있는쑥떡은겨울쑥떡입니다.
물론
쑥떡처럼…이란
생김새와같이쓰는쑥떡도
바로이겨울쑥떡입니다.

울엄마
굽은허리로여전히봄이면쑥을캐십니다.
그리고매연없는우리동네양지쪽에다몇날며칠말립니다.
쑥은말리면
맑은회색빛이됩니다.
다아말라서바스락거리면울엄마

쑥을봉투에담아서
여름가을겨울삼계절을보내게합니다.
아마담으실제
‘잘있어야한다.헛짓하지말고……’
하마중얼거리실지도모릅니다
그헛짓이란게곰팡이든지습기든지그런거겠지요?

그리고설이다가오면
울엄마그쑥담아진봉투를열고
조물조물만지십니다.그리고얼개미에칩니다.
그러면
쑥에남아있던조금거친줄기가걸러집니다.

그쑥을살짝물에삶아서
티하나없이잘건사한다음체에건집니다.
그리고씻어놓은찹쌀과콩을가지고방앗간에가십니다.
큰아들작은아들막내딸주소도호주머니에넣습니다.

妙는참으로묘해서
길에묘령의처녀

무연히서있기만해도눈에묘하게띄는데
老인은老처럼흙화되어가서
바루곁에서있어도흙처럼눈에가잘안띈다구요.
그래서운전할때특히나노인을조심해야한다는
이야기를제남편이하더군요..

몸늙으신것은차치하고라도
노인,
무심한눈길로바라보는사람들의시선
이게아마겨울바람보다더차겁게
노인들의가슴을파헤집을것같습니다.

옛날엔그래도안그랬는데
이제늙은팔십넘은할매가되셔서
방앗간집젊은주인은별로친절하지않습니다.

어디나그렇습니다.
아부지출입하시고
엄마젊으실때는모두다아는사람이었고
친절하며다정했지요.

교회에서도멀좀도울까하고
부엌엘들어가시면
"아이고,권사님은가만히앉아계시기나하세요."
하며등을떠밀리신답니다.

"아야,나도놈으집가서늙은이가묵을것을해주믄더러운생각이들드란말이다.
그라니나도그라겄제….."

하면서도
서운하신것을요.

"아야,그방앗간집젊은주인이되게데데하더란말이다.
세시까지충분히할것같은디못한다고함시롱
요리조리빼서내가좀속이상하드란말이다…..
그래도결국은해각고바로그자리에서택배를불렀다."

하여간그쑥떡이제게로왔습니다.
말랑거리고부드럽고
깊은쑥의향기가어리운채….
여섯덩이중
한덩이만빼고냉동실로넣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남편에게그랬습니다.
아무리내가나눠주기좋아하는사람이래도
이떡은아무도안주고나만묵어야지당신도쪼끔만줄께…..^^*

그리고쑥떡한덩어리.
포크를넣어한입떼내니…
남은쑥떡
정말
<묵다남은쑥떡>이됩니다.
차진결대로쭈욱늘어났다가오므라들고싶은만큼오므라드는….
그러니참볼만한생김새가되는거지요.

물론
먹기좋게잘라서콩고물에묻혀가며
한입크기로모양을만들어서먹으면
괜찮겠지요.
근데지가사실은콩을싫어하거든요.
물론그래서콩가루도싫어하구요.

하여간

묵다남은쑥떡은
볼품없습니다.
그러나

그대신
그맛은깊고향기롭기이를데없습니다.

달고보기좋은어느떡하고견준다한들,
아니

이른봄햇쑥을넣어만든빛깔고운

우아한인절미보다더깊으니

시간의맛아닌가싶기도합니다.

가만
쑥떡을떼먹으며
볼품없어도
깊은맛있는
쑥떡만큼이라도되어얄텐데…..
생각해봅니다.

3 Comments

  1. 모랫바람

    2011년 2월 23일 at 7:46 오전

    그묵다남은쑥떡,이리로택배로좀ㅋㅋㅋ

    우리고향(충청도)에서묵다남은쑥떡은
    맘이엄청여린사람을일컬었든기억이..

    그나저나이겨울에그진품인쑥떡을드신다니부럽기짝이없읍니다.
    에고,푸나무님의노모의정성과사랑이잔뜩들어간떡이라고
    같이사는분께는쬐끔만드린다니
    저같은사람이야당근국물도없겠지라우?ㅎㅎㅎ

    전쑥떡에콩고물무친것을굉장히좋아하는데
    이쁜것보다는
    그냥아무렇게나만든떡을더좋하는것은
    저도동류의식을가져서인가봅니다.ㅎㅎㅎㅎ
       

  2. 4me

    2011년 2월 23일 at 8:32 오전

    부럽기만합니다.
    경상도지방에선쑥을캔다는말보다는
    쑥뜯는다는말을하는데지방에따라차이가있네요.
    푸나무님의쑥떡한입이저를약간울게하네요.   

  3. 하자스라

    2011년 3월 2일 at 8:41 오전

    참이상한일이네요~조금전에아파트장이섯길래지내오다인절미쑥떡이눈에띄어1개를입에넣어봤습니다.
    아이고,이런이런쑥떡은쑥떡인데쑥떡이아니었습니다.
    쑥떡은쑥본래의맛인쌉쓰름해야하는데너무달았습니다.아줌마이야기론팥이들어
    있어서달대는데영쑥떡맛이아니어서한개값만치루고돌아섰지요.
    "볼품없어도깊은맛"이있어야지요.요즘은달면맛있어하는모양이지요?
    어차피에헴~하고먹는점잔과는먼서민음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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