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님.
시치미그만떼세요.
당신이무슨사냥매에붙여있는이름표라고
그렇게시침을떠시는거죠?
하긴길잃은사냥매를내것으로하기위해
시치미슬쩍바꿔치기하여
아닌척모르는척하는사람의심리ㅡ
그안에서두근거리며서근거리며당글거리는
사람의마음과
당신
지금여기우리곁에서
모르는척,아닌척,안온척,아직멀리있는척하며
작은발길로사근거리는것
아,그럼요,
무엇보다먼저봄님
당신의선배인
겨울에대한배려가있어야겠지요.
그를서운치않게섭섭치않게
자존심상하지않게뒤돌아서서가게해야하는숙제가
요즘당신에게부여된과제인지도모르겠어요.
당신을향하여두팔벌리고반기던복수초위에
하얀눈이불이덮여질수도있고
눈과친근한복수초는그래도괜찮지요.
우리나라유일한재스민인영춘화에게도
매정한채칙이떨어질지도
혹은초록사이에서살며시떠오르는노오란별ㅡ수선에게
겨울의심술이혹시흩뿌려진다면봄님당신가슴이저리겠지요.
그래요,
가만궁구해보니
당신이미우리곁에와있으면서도
시치미떼는마음
그마음이일종의겸손이고
예우라고여겨지기도합니다.
그러고보니
은퇴하신,남편선배님의아내가병원에
입원하셨다는소식을오늘아침들었습니다.
은퇴한후의적요한삶도관건인데
그분이평생일구신어떤부분을
후임자가쉽게팔어버린사실을전해듣고나서
쓰러지고실어증에걸리셨다는겁니다.
어차피자신의것도아니었지만
전임자가심혈을기울여쌓아올린건물ㅡ본인들에게는건물이아닌인생일수도있고,
그사이에서건물은건물인것을…..이란생각도해보고
역지사지를조금더깊게하여
지금봄님이
이럭작은발걸음으로
겨울을배려하듯
전임자를배려했다면
시간도좀드리고,설명도좀차근이하면서,
접근을했더라면
저렇게충격을받지는않았을텐데…라는생각이들어왔습니다.
그러니봄님
이아침당신이더싱그러울수밖에요.
그順함에매혹당할수밖에요.
얼마든지당당할수있는데도
뒤굼치살짝든겸손한발걸음이라니요.
차가움바람속에스며들어있는순.
맑은공기속에내재하는순.
얼어있는땅을아주조금여는그부드러움의순.
못생긴소나무가지위에도여전히아주조금옅은생기를주는순,
그러고보니
순이,순금이,순옥이,순희,
순영이,순자,순덕이,순심이,순남이,순복이,…..
아아
‘順’字,그부드러움을좋아하는우리의부모님들이
아마도틀림없이
봄님
당신이지닌이순함을아셨을거예요.
그순함이미치는타인에대한좋은파고를이미체득한후의이름짓기이겠지요.
봄이,봄옥이,봄영이,봄희…..
그러기에는당신에미안한듯하여
당신의이미지가가득한
순으로
사랑하는자녀들의이름을지으신거지요.
무엇보다당신
내맘을여네요.
당신이있는데
마음상한일
당신,바라보니공기처럼가벼운일일수있고
설령기도제목이응답되지않더래도
여전히그분이날사랑한다는것을
당신이이럭
계절의환희라는새롭고정겨운그림으로이해시켜주니아름답고
우리들모두의숙제인
욕망도
나를지배하는우상의자리에모셔놓고
그아래서쩔쩔매는것이아니라
욕망조차도객관화시킬수있는깊고강한
내적인에너지가
오,
봄님당신을느끼고알고사랑하는내게
당신이지닌순함처럼순하게다가와
날감싸준다는거지요.
조금있으면
한강을가로질러
건대병원으로병문안을가야겠습니다.
한강물은틀림없이
당신빛살속에서반짝이는그결을따라
물빛역시금실은실처럼반짝일것이고
물아래깊은곳에서도
아마허리를조금씩움직거릴겁니다.
봄님당신이
스며들지않는곳이있을라구요.
물론
나의벗에게도깊게깊게스며들어
당신으로인해
그녀가이봄더욱화사해지고행복해질수있기를기원해봅니다.
하긴이미그녀에게는
나보담더당신가득히들어차있겠습니다.
그러하니
순이
2011년 3월 1일 at 2:57 오전
나!순이!^^
눈이엄청오는듯했지만금방녹았네요.
봄눈녹듯한다더니.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