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에 대한 小考

가령친구가동행이라는뜻을함축하고있다면
먼지는아마우리의가장절친한벗이아닐까,
술을참좋아하는지인은
절교선언만하지않으면평생을마주할수있는벗으로
술을이야기하더라만,

그술보다훨씬더친근하고자연스러운모습으로
내가원하건원하지않건
가장가까이서숨을쉬고있는벗을이야기하자면
바로이먼지가아닐까,

아이들학교가고
남편도없는빈집에서음악을듣거나책을읽노라면
혹은이렇게자판을두들길때도
그이인지그녀인지성이모호한
그벗은언제나내곁에있다.
그고요한성품과살풋한자락을보면
그녀인듯,

변함없이한결같이꾸준한인내를지닌채
내곁을지키고있는양을생각하면
듬직한그이일듯도,

아,
벗이라면우선정이있어얄텐데
먼지와우정이라니,

인생상당부분을할애하여

남이야머라던
깔끔이란단어추구를하고살아왔는데
그단어를추구하는이면에는언제나그친구의도륙과학살이숨어있는데…

이제대략겨우십여년정도

나이들어갔다는표시이기도한너그러움으로

그친구와의동거를겨우겨우허락했는데
정이라니,
당치않기도하다.

하긴나와그친구와의큰차이가있긴하다.
벗이건벗이지않던간에

그친구는변함없이내곁을지켰고
나홀로하는그친구와의무수한싸움ㅡ

이기지도못하는,

언제나패배하고야마는싸움을줄기차게해온것,

하긴그역시내가볼때싸움이지
아마그친구는즐거운게임이었을게다..
그친구가장좋아하는게임이기도할숨바꼭질.
나는찾아내고
내눈길을피하여그친구는숨고

평생이기지못할게임이란것을,
설령이긴다하여도또별볼일없다는것을
몸무거워지면서깨달았다.
말해보자면
저절로지피지기가된거라고나할까,
내가아무리표독한모습으로박멸!을외쳐도
그친구는언제나부드럽게한결같은모습으로존재한다는것을.

문뒤,
장롱뒤
책상뒤싱크대보이지않는귀퉁이,
아그친구,
위두좋아한다.
텔레비젼위,오디오위,책상위,스피커위,하다못해거울위에도얼마나사뿐이내려앉는지….
그뿐인가,

그친구의날렵한몸매는
마치공중곡예를하는것처럼
원세상에
컴퓨러전기선위에도가볍게자리하고앉아서
나를하염없이바라보고있다.

차암,
그런그친구를무연히바라다보니
먼지라는단순한단어로폄훼해버리긴엔아까운
미묘한색채가보이기도한다..

먼지,
이친구처럼적막한존재가또어디있을까,
온세상의고요를다가져다부은것처럼

이친구적요하다.
언제나존재하면서도언제나침묵하는,

또얼마나서로를아끼고사랑하는지
그엉키는품이연리목은저리가라이다..
부부보다더
부모와자식보다
만나는순간한몸이되어버린다.

다가오는모든존재들을껴안는것,

어디서왔는지어디로가는지
그러면서도존재치않는곳이없으니,
옷에서머리에서몸에서가구에서음식에서…..

아마도사람처럼

그가온곳은틀림없이흙일것이다.

먼지에대해공부를많이한성생님이쓴글을읽었는데
먼지가없으면
눈이있어도볼수가없다고했다.
사물을볼수있는것은빛이투영체에반사해
수많은굴절을통해우리의시야에닿기때문인데
그런역할을하는것이바로공기중에떠있는수많은먼지라는것이다.
그뿐이아니라
먼지이친구가방사능이나생화학테러를잡아주는형사역할도한다고한다.
얼음이얼게하는촉매의역할도이먼지가해대고,
빗방울이나눈이오게하는것도
이먼지가핵이되어줄때만이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만약먼지가없다면
비도내리시지못하고
눈도오시지못하며
붉으스레한빛으로우리를환장하게하는황혼도없다는거아닌가,
.
/

살아있는한나와평생을동행할,
내가장가장가까운지기,
먼지에게
오늘
새삼손을한번들어본다.

1 Comment

  1. equus

    2011년 5월 22일 at 1:09 오후

    그렇죠.이친구가없다면그현란한색채로우리들을미치게만드는낙조도없는것이죠.
    대단히중요한소고입니다.피나투보화산이그좀큰먼지로하늘을뒤덮고있을때이남쪽아시아의태평양구석에서는말할수없이아름다운낙조를감상할수가있었었죠.(저의글;블루-라피스라줄리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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