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연애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무를안아보았나요 저자 조안말루프(JoanMaloof) 출판사 아르고스(2005년11월07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자연과과학

가끔보이지않는내몸속의
수많은붉고가느다란핏줄을생각하면서
사람의감정을연상해본다.

초등학교사학년때던가처음으로인체모형을보았다.

정확히반은살로되어있고
반은속이보이는

간이랑허파위가덜렁거린채매달려있고
새빨간핏줄이그려져있었다.
얼마나무섭고징그럽던지
밥몇끼를못먹었던기억이있다.
밥을먹으려고만하면그인체모형이생각나면서구역질이났던것이다.

조금유별난비위라는것을처음알게된경우였다.

그때어떻게그시간들이넘어가고다시밥을정상적으로먹게되었는지는
선명하지않다.
하지만그무렵밥을먹을때마다인체모형을생각하지않기위하여
무엇인가를읽곤했다.

인체모형을생각속에서몰아내는나만의방법이었다.

내독서의줄기가혹시거기에서시작되었을까?
무엇인가를먹으려면

자연스레읽을것부터찾게되는버릇이들었다.

그때인체모형에서본사람의빠알간핏줄들은
가느다랗고징그럽고무서웠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가끔내감정의숱한갈래들앞에서면
자연스레그수많은핏줄들,

내살아래의보이지않는그것들을을떠올려본다
아마도틀림없이창조적유모어가풍부하신그분께서는
사람의핏줄수만큼사람의감정갈래를만들어놓으셨을지도몰라.
생각한다는것이다.

자아,
여기쯤서감정을사랑이라는단어로환치시켜보자.
(잘되면이다음엔감정을분노라는단어로바꿔서글을써볼수도있겠지)
논리의시작이야어지되었든

사랑역시무수한갈래가있다는거대한(?)논제가성립된다.

핏줄수만큼

감정의수

감정의수만큼

사랑의수들이서로얽히며설키며흐른다는것이다.
그사랑속에있는,
사람들이가장관심있어하며
혹은사랑안의가장주된존재라고여기는
<연애>라는
소그룹으로한번더들어가볼까,

"인간의육체적기초위에꽃피는남녀간의자연스런애정"
세상에백과사전에기록되어있는연애에대한해석좀보라.
천만에만만에말씀이다.

연애는콩깍지가씌운사람에게만일어나는매우미학적이면서도특수한물질의세례로
마치벼락맞는것과비슷하며그후유증은대상에따라매우다르다!!!.

적어도이정도는기록되어야할기이한물체이다.

나는어제오늘내내연애를했다.
그이가너무도아깝고사랑스러워서마음껏들여다보지도못했다
그이를아주조금씩조금씩훔쳐보기만했다.
가슴이떨려서

한번보고는
차를두어모금마신뒤
무연한눈빛으로창밖을바라다보아야했다.
그리고다시한번,

그이를바라보고

겨울이사라지려하는,

이미겨울엣서방보다는봄새서방과정분이나서꿈틀거리는

저바람난땅들,

그가운데서그이가시간을,인생을,나무를,그리고무엇보다
자연에대한사랑을그윽한눈빛으로이야기했다.
그이의시선은어느땐거대하고어느땐너무섬세해서
그이의눈길에의해인생을더불어바라다보니
바람조차이해할듯

하여그이와더불어
바람속에깃든압각조차저저러로받아들이게된다.

그를연애하는마음속에
안개처럼아지랑이처럼
아련한것들이내안저깊은곳에서휘몰아쳐오며
나를부웅띄워저하늘너머로올려간다..

그이는어느날아카시아나무가쓰러지는것을보았다고한다.
거대한뿌리가보였다고한다.
그뿌리에서새로운순이돋는것을보았다고한다..
과연아카시아는죽었을까?
어느날그의마당에아카시아나무순이솟아났다고한다..
커갈자리가아니라서뽑아버렸다고한다..
다시태어났다.다시뽑았다.다시태어났다.다시뽑을려다가
아정말살고싶어하는구나!.
하며그만두었다고한다.
잘자라났다고한다.
그리하여
이제그이는그아카시아나무그늘아래서쉰다고한다.

하이구,그게무슨대단한이야기라고,

아,그정도이야기야
널리고널려있는데
무슨특별한사람이라고그리연애를한다는말이우?
당신은말하고싶은가?

나무를안아보았나요?
조안말루프라는여인이쓴나무에대한사랑의기록,

글쎄나도모르겠다.

그녀를연애하는지
그녀가사랑한나무를연애하는지
아니면내가사랑한나무를생각하며
연애하는지
하여간
말루프라는여인은나무를무지무지하게사랑하는여인이다.
그녀의사랑을보니
내게있는사랑의한갈래인

나무사랑의핏줄이
저절로발현되더라는것이다.

그러니이게연애가아니고무엇인가?

*박서림이란화가의그림..
두번째그림의제목은모네의정원.
첫번째그림도어느화가(아마도모네?)의뒷모습.

2 Comments

  1. Elliot

    2011년 3월 8일 at 5:11 오후

    백과사전의정의처럼일차원적이지도단색이지도않키에
    저마다사랑을하며캔버스에자기만의그림을그리는과정을
    더욱더즐길수있는거아닐까요?그게사람이든,책이든,나무든…..^^

       

  2. 綠園

    2011년 3월 8일 at 11:14 오후

    푸나무님의연애에대한뜻이
    백과사전의것보다100배는더좋은데요.^^
    좋은글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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