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삼월 가득하신가?

삼월이가는발자국소리가선연하다.
이상하게봄가운데있으면서도
마냥봄을그리워하는정처없는心情이다.
힘센자석에이끌리듯자꾸땅을들여다는데
청결하고(?)살기좋은도시(?)일수록땅은이미없다.
우리가밟고사는땅은이미땅이아니다.
콘크리트로숨통을완전히막아버린생명이없는땅,
죽어버린땅을우리는땅이려니하며딛고살아가는게다.
살아있는땅이라고는자그마한화단가나나무심어있는공원뿐,
마치사랑하는아이와눈맞춤하듯고개를숙이고허리를구부려바라보곤한다.

잘있니,오늘은누가솟았니.누가더자랐니,
누우렇게말라가던잔디속에서연푸른잎들이솟아나고
먹을수도없는냉이도솟은듯,
이자리쯤눈곱만한별꽃들이무성하게피어났었는데ㅡ
차암,그아이들…..

그렇게나작은것들이가장먼저단단한땅에
길을낸다는생각을해보라

참으로눈물겹지않은가,

골리앗을이겨낸소년장사다윗처럼
저여린것들은혹한의겨울을이겨내는준비된전사라니,
어쩌면저여린것들은

땅이토해내는양심의소리거나
진실의토로일지도모르겠다.
적어도이런인내와슬픔과고통정도는지녀야존재아니니?
혹시햇살아래눈부신여린풀들이
당신과나의삶을투명하게비추어내는

잘닦여진맑은창문일수도있겠다.

동양에서수선은`물위를걷는선녀`라고해서
`능파선자(凌波仙子)라고했다..
그냥선녀만도아름다울진대그선녀가물위를걷는다는상상을해보면
생각속에서향기가뿜어져나올듯도,

초록줄기사이에서한두송이피어오르는

꽃대궁솟아나는수선을보며
잠시눈을감고선녀와의조우를상상해본다.

작년이무렵이었던가,

산수유가가득핀마을엘들렸다.
동네어귀에서잠깐빗방울이내렸다.
바람보다더작은몸짓으로산수유꽃잎들이빗방울에의해흔들렸다.
마치그모습은

정교하고섬세한떨잠위의떨새처럼

아니그보다도더훨신우미하고가느다랗게

흔들리는듯그렇지않은듯흔들리며나를흔들리게했다.

산수유꽃잎을자세히들여다보면가지위에솟아나있는모양이
우아한왕관처럼보인다.
산수유는시춘화라고부른다.

봄을마지하는꽃이라는뜻이다.
봄을환영하는꽃인영춘화도있고

산속깊은곳에서는산수유보다더먼저
노오란생강나무가피어나기도하지만

마을주위를자그마한병풍처럼두르고
서있는노오란빛의산수유는

삼월의기적이다.

가만산수유노오란빛에취해있으면눈빛이노랗게변하는지
보이는모든것들이노란빛으로물들어버린다.
삼월속에서나일어날수있는신비로운일이다.

어지러운산옛절을감추었네,(亂山藏古寺).

그림을좋아하던송나라휘종이畵題를내자
화가들은무수한산과절을그려댔다.
그러나정작일등으로뽑힌그림속에서절은어디에도없었다.
산속에난아주작은길과물길어가는중의모습이있었을뿐,

동양화의화법가운데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은수묵으로달을그리려할때
희디흰달을색칠할수없으므로

달만남겨둔채그나머지부분을채색하는방법이라고한다.

이것을드러내기위해저것을감추는법,

이런짧은대목속에서

삶이라는시간의목적지는결국죽음일진대
그죽음에이르기위한살아가는방법이하나쯤떠오르지않는가?
절을그리지않고도절을그려내듯이,
봄가운데있으면서봄을그리워하는것,

그대와내삶속에서도
가능한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月法)

그대삼월가득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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