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길어 올리기

꼭봐야한다는예의와봐줘야겠다는의무감으로본영화이다.

물론당연히기대도있었고호기심도있었지만,

영화의정석을알고있는감독의새영화가궁금하기도했고

나이들어가니타인의늙음에도두리번거려지더라.하여,

나이든감독의정서는어떤가라는호기심도있었다는말이다.

영화가시작될때임권택각본감독이란자막이나왔다.

오호,각본까지쓰셨단말이지?

실제1934년생이라니가만,올해로77세아니신가?

메가폰도힘들텐데글까지?

속으로원고지생각을천장?천오백장?하다가말았다.

영화의시작은시시하고지리했다.

거기다주입해야할스토리탓인지툭툭치고나가는모습이

마치서툰사람의뜨개질처럼성겨보였다.

사차원별명을지니고있는예지원은풍맞은(?)여인의연기를

제법절제있게해내는듯보였다.

박중훈은아직도젊고잘생겼는데(물론오십대아줌마의시각이지만)

라디오스타에서보였던매력은ㅡ

그때의매력도혹비와나란노래때문이었을지도ㅡ없어보였다.

하긴승진이나노리는평범한공무원이니

튀는매력이있다면오히려이상할지도모르겠다.

그러나지극히평범한그가세숫대야에물을떠오며

“달떠왔다”고시인스럽게(?)말한다.

당연히그런대목은주인공의심리와맞물리지않아생경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장면은참으로아름다웠다.

격자창,푸르른빛이가득한어두운밤,그리고휘영한달,

그달이세숫대야물속에두둥실떠올라있었는데,

그래저장면하나로도이미쌤쌤이다이제부터는덤이다.

하며영화속으로들어갔다,

스토리는스포일러라할것도없이한마디로요약할수있다.

<한지이야기>

견오백지천년(絹五百紙千年·비단오백년,종이천년)’

즉천년을견디는한지에대한이야기다.

한지의제조과정중전혀몰랐던단어들이툭툭튀어나와서바짝긴장하며들어야한다.

화선지는첩이며한지는조강지처라는비유도그럴싸하다.

실제화선지와한지에글을써보이며

화선지가말잘듣고입에잘맞는첩같아서글자가멋있게보이게하는데

한지는말도잘안들으며그저사철맨발의무뚝뚝한조강지처라는것을보여준다.

(그러나이런비유도이즈음의것은아니다.)

영화는한지를알리기위한다큐멘터리처럼진행된다.

영화를보면서저사람들은배우가아니겠구나,생각했는데

영화속의전문인들은실제거의가생활인이었다고한다.

설마임감독이시지를썼을까?

했는데썼다고한다.

그리고디지털촬영,

내심속으로는달밤,세숫대야에비친달,

영화의마지막장면이던깊은산속의폭포와달밤도

임권택감독과함께하는

정일성촬영감독의작품이라저렇게아름다울거야

했는데

아이구혼자북치고장구치고다했다.^^*

대목대목가슴속으로저며드는대사

대목대목눈부신장면.

대목대목인생을사유하게하는도저함도많았지만

아쉬움역시있었다.

아마도거장만이지닐수있는자연스러운회귀정신이그리했었으리라,

오히려기교를천시하는자연스러움에대한자연스러움이리라싶으면서도

영화속생활인의어색한호흡일지,

지나친다큐멘터리적인성향들은영화로의몰입을오히려방해하는듯했다.

강수연이분한다큐멘터리감독의역할도그다지깊어보이지않았고

오히려다큐멘터리가개봉한후영화가끝나는가,싶었는데다시이어지고

평범한7급공무원이던박중훈이점점한지에매료되어가는모습에서도

고개가끄덕여지지않았다.

무엇인가진득한연결고리를원하는내마음이오히려지나치게도식적인가?

주인공세남녀의감정들은자연스러우면서도자극적이지않아내심

노련한감독의절제된격과세련된정취를엿볼수있었다.

한지공예를하던효경의

불편한몸과잃어버린고향이은유하는한지를알아챈다면제법눈이밝은이겠다.

천년을견디는한지를만들기위해뭉친사람들과

깊은산속의푸르른밤

사랑스러운별빛들

기대고싶은달빛아래의커다란나무들

무엇보다푸르른기운속에서희디흰폭포의여운은그윽하기그지없다.

3 Comments

  1. 에투바스

    2011년 3월 19일 at 1:36 오전

    달빛~~궁금했던차에글을잘보았습니다,
    영화가결국그렇군요,

    저는한때영화라면사족을못쓰던시절이있긴했지만,,어느날극장에서졸음이오는그순간부터손을끊었답니다,

    다부숴버린제블로그,,지금은일기장대용이지만어딘가제추억의영화관이많이있긴했는데..

    최근에얼핏대형(그래봐야54인치지만)으로다시본.몽고메리크리프트,버드란가스터,데보라카,도나리드,어내스트버그나인,,이나온지상에서영혼으로와,
    그레고리펙이아카데미상을탄,,알라바마에서생긴일(앵무새죽이기)를보니역시옛것이좋더군요,요즘은너무철학을억지로심던지아니면씨지에의존도가영화를잡쳐놓으니,

    임권택,,저는그를그다지평가하지는않습니다,씨받이(88올림픽영향)이후그를평가함이지나치지않나하는,,오히려정우성찰영감독이더낫다하기도했는데.

    그분초창기작품은평가자체가무의미하고,,제가그분을평가하기시작한것은그래도역시깃발없는기수가아닌가생각합니다,하명중의연기도일품이었고,

    길소뜸도나름대로,,거기서한소룡의변신이나요즘연기제일잘하는김지영(복길이가아닙니다)씨를보는즐거움도있고,(한소룡의무식한부인으로나오는)

    100번째작품인천년학은내가서편제를보는가하는,,단지전주한옥마을구경이나하자하는,,

    달빛은ㅡㅡ아마에지원의연기가가장나을듯합니다,창경원안가보고간놈보다더아는체하는듯하지만,에지원은연기참잘합니다,

    그에비해박중훈은,,연기,,정말못하지요,,해운대를보거나,,언젠가에스비에스특집,박영환의머나먼쏭바강을보면정말연기못하더군요,

    강우석이몰래베낀마이ㅡ뉴파트너의,,투캅스는누구나할수있는연기이고,,

    저는아마김윤석이이시대최과아닌가생각합니다,
    송강호도너무거품이고,,

    만추이야기도읽었습니다,팅웨이,,성형안한얼굴이참좋지요,,,,
    그래도옛날이만ㅎ희(이혜영아버지)감독이만들고문정숙씨연기가가장돋보이지않았나하는,,후에김혜자와ㅣ정동환도잘했지만김헤자는좀매력이떨어졋지요,

    만추는의외로여배우가매력이있있어야하는작품이거든요,섹시함이있는(제생각)   

  2. 에투바스

    2011년 3월 19일 at 1:46 오전

    오랜만에좋은포스트보고갑니다,
    블로그를잠시재미붙였던2005년도이후,,블로그다부수고지금개인일기장으로쓰지만,비록9분의이웃과오손도손삽니다,,

    정말오랜만에글다운글보고갑니다,

    임감독님,,부인채령씨..참이쁘지요,,
    오린씨에나오고,,윤석화가노래부르고,,

    임감독은,,영화로대어낚았습니다,

    인생에가장큰것은역시아내잘만나는건데..
    저도그런면에서는대어를낚은사람입니다^&^

    그러고보니임감독의국책영화중그런대로평가하고싶은,,증언이있군요,,
    나라에서만들라고한반공영화중에는제일잘만들었습니다,

    김창숙이너무이쁘게나오고,,당시국도극장에서(72년)총각선생님으로줏가를올린신일룔이나온영화인데..저는재미있게봤답니다,,,
    그래도임감독님최고는깃발없는기수(물론선우휘씨원작이워낙좋았지만,,선우휘씨는조선일보논설위원이엇지만노다지같은명작ㅇ을만드신건아시죠(

    참그노다지,.드라마로할때.한국적배우를써라해서,,기용된분이,.김진태.
    그리고웃간네로명연기를한하희라,,,지서방,,..제가지금뭔이야기를하는지,
    제가원래그래요,,

    퇴고없이불이나게쓰고갑니다,,죄송합니다   

  3. 푸나무

    2011년 3월 19일 at 2:44 오전

    불이나게쓰신글치곤^^*
    너무나많은정보가들어있군요.

    달빛…..에서도채령씨가잠간보이는데
    정말한복이어울리고우아하더군요.
    좋은아내
    평생의축복이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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