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 그루 늙은 나무 아니신가

날씨가은근히쌀쌀하다..

며칠전바람끝에는훈훈한기가묻어있었는데

언제그랬냐는듯차갑고냉정하다.

봄이살짝밀렸을까?

그래봤자

아랫녘에서는벌써산수유매화강림하시고

우리집앞단풍나무여린가지는붉은빛으로입술단장을하고있다.

아무리추워도하르르한봄옷입은젊은아이들처럼

소나무도이파리바르르열고

밝은햇살은찬바람을살짝놀리는듯환하기그지없다.

엄마는오늘헛개나무거름준다고보성에가셨다.

아부지살아계실제마구잡이로심어놓은

헛개나무가늙은울엄마에게효자아들처럼용돈을주기때문이다.

‘아야,심어놓고인자까지암것도안했는디그것이이라고내용돈줄지를누가알았겄냐,

올해는멋이라도좀해줘야제’

울엄마

거름으로그헛개나무에게보답을하시겠다는것이다.

문득오래전에읽었던목월의시‘나무’가생각났다.

/////////////////……

유성에서조치원으로가는어느들판에우두커니서있는한그루늙은나무를만났다.

수도승일까.묵중하게서있었다.

다음날은조치원에서공주로가는어느가난한마을어구에그들은떼를져몰려있었다.

멍청하게몰려있는그들은어설픈過客일까.몹시추워보였다

공주에서온양으로우회하는뒷길어느산마루에그들은멀리서있었다.

하늘門을지키는파수병일까.외로워보였다.

온양에서서울로돌아오자,놀랍게도그들은이미내안에뿌리를펴고있었다.

묵중한그들의.침울한그들의.아아,고독한모습.

그후로나는뽑아낼수없는몇그루의나무를기르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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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중한수도승같은나무,

추워보이는과객같은나무,

하늘문을지키는파수병같은외로운나무,

그래서시인의눈에띄게되고

시인의가슴에뿌리내린나무

존재에대한무거운사유를하게하거나

고독해서더욱고독한삶을돌아보게하는

그런나무만나무일까.

그런사유깊은나무는아닐지라도

자그마한남도의야산에서사람의눈에뜨이지않고자라다가

그에게살터를마련해준

쥔의

아주아주늙은아내에게

이파리와여린가지그리고검은열매를내어주는

지극히평범한헛개나무,

그나무들

뜨거운불에오래오래다려진다.

그리고작게나누어져비닐팩에담겨지고

사람의몸으로수욱들어가니

어찌보면

시인의나무보다더든든하게

사람속에뿌리를내리고있는것아닐까?

수사가필요없는관계,

엄마는평생열심히일을하고살으셔선지

헛개나무가벌어준돈을

아들들이주는용돈과

다른의미로여기시는것같다.

‘아야,맨날이라고묵고놀고묵고놀고해서으짠다냐,’

‘엄마86년동안열심히일했는디인자푹놀아도된당께…..자연스러운것이여.’

86살이되셔서도

일을해야먹을수있다는생각을접지못하시니

엄마는얼마나근면성실한삶을살아오신건가,.

그런엄마에게

헛개나무가벌어주는돈은아주근명성실한돈이다.

불편함이없는,

놀고먹는돈이아닌,

아주당당하고멋진돈,

작은종이쪽지를소중하게가방에담으시기에펴봤더니

이것저것보성에서가져올것을적혀져있다.

그중나팔꽃씨가있다.

‘엄마나팔꽃씨는왜요?’

‘잉,살랑가죽을랑가몰라도쩌그느그집앞화단에심어볼라고야,

그것이여름아침에피믄징하게이쁘단말이다.’

작년에받아놓은나팔꽃씨앗을가져와서심으시겠다는거다.

문득그순간

실타래처럼구구절절이도엉켜가기만하는

인생살이의길이

설핏보이는듯했다.

나팔꽃

시골우리집마당가에피어났다가남겨놓은자식

울엄마손에걷어졌다가

다시먼뎃길을돌고돌아서

아파트마당에와서핀다는것,

그참인생길버금가는유장한여행아닌가.

작은땅이야기뿐이랴.

까만씨앗속에숨어있는생명에대한본질이랄지,

그들이묻히는땅이랄지,

땅속에서의삶이랄지,

겹이겹아닌가.

잘하면우리엄마심으신나팔꽃이

혹내글속에피어나

어느환한여름날

당신과만날지도,

헛개나무에거름을주기위해버스를타시는엄마굽은등을보며

울엄마

목월시인이만난

유성에서조치원가는들판의

한그루늙은나무아니신가……

내안에든든하게심어진뽑아낼수없는나무.

<사진은2008년10월울엄마헛개나무들이고
글은작년이무렵쓴글이다.>

3 Comments

  1. 4me

    2011년 3월 22일 at 3:31 오후

    어머님께서연세가그렇게되시는군요.
    나무사진과파란하늘이환상적인느낌으로다가옵니다.
    마음이짠합니다.
    작년사진이올해사진처럼파랗습니다.ㅎㅎㅎ(이런생각이정말드네요)
    사진도세월이가면왠지빛이바래어야할것같아서요.
    즐감했습니다.   

  2. 흙둔지

    2011년 3월 22일 at 8:42 오후

    莫種樹(막종수)나무를심지말자/李賀(이하)/唐

    園中莫種樹(원중막종수)뜰에나무를심지말자
    種樹四時愁(종수사시수)나무를심으면사시사철근심하게되느니
    獨睡南床月(독수남상수)홀로잠들면남쪽침상으로스며드는달
    今秋似去秋(금추사거추)올가을이나지난가을이나한결같다

    내일지구에종말이올지라도
    한그루의사과나무를심겠다고설파한
    스피노자가이시를접한다면울고갈일이지라~
    아마푸나무님노모님께서더노하실지도…^_^
       

  3. 모랫바람

    2011년 3월 23일 at 5:42 오전

    우우,언제나가슴에울림을주는단어,엄마!……
    참으로부지런하신풀나무어머님,
    그냥하시는말씀마다인생의교훈이들어있고.
    나팔꽃기다립니다.ㅋ

    영화관에가자고대리운전친구가기다리고있어서그냥나갈려다
    한자적고나갑니다요~~~~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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