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라는별호를지니고있는텔레비전ㅡ그를편의상T로칭하자ㅡ은
사실별호와는매우다르게명민한부분이많은친구이다.
실제T가펼쳐내는세상은무한하다.
우주공간을자유자재로넘나들며
손에잡혀주듯별들의세계를펼쳐내는가하면
절대들여다볼수없는마이크로의세계를거대하게그려낸다.
뿐이랴.
물에뜨지도못하는나를깊은바다속으로거침없이데려간다.
마음은원이로되바라만보아도고산증이올것같은높은산의세계
그깊고하염없는세상으로데려가기도한다.
쉬갈수도없고보지도듣지도못한숱한다큐의세상을
T가내앞에펼쳐낼때마다
나는참으로T가고맙고고맙다.
그럴때의T는내게T가아닌아주오래된도서관이나
읽기아까워한장씩아껴읽는사랑하는책처럼여겨지기도한다.
얼마전에도깊은밤T는나에게친근하고다정한목소리를통해
야고보길을걷게해주었다.
아름다워서더멀리있는길,
지루해서더욱고요한길,
그래서더욱깊이자신을들여다보게만드는길,
그아름다운스페인의길로나를데려가주었던것이다.
T가지닌명민함은이렇듯실로다양하지만무엇보다
순간적으로투과해내는T만이지닌통찰력을마주할때면
가끔섬찟놀라기도한다.
사실T상자안으로들어가기위하여
선택된사람들은무수한연습을한다.
그들은‘보이고싶은면만을보여주기위해서’
옷을입고미소를지으며목소리의톤과피부빛깔을정돈한다.
이정도면…….
스스로만족스런미소를지으며보무당당하게T속으로
들어가지만결과는참람하다.
T는언제나매우공평하다.
T는구별이나차별이없는매우공평한존재이다.
상자안의시간이아주짧다하더라도그짧은시간동안에
T는순식간에사람의내부를찍어대는MRI광선을거침없이발한다.
아무리고급한단어를쓰며그럴듯한언어로포장을한다하더라도
T의광선아래숨기고싶은것이오히려더적나라하게들어나는생경한경험.
(물론MRI에대한판독력을아무나가질수없듯이
T에대한판독역시아무나하는것은아니지만,)
혹시말이다.
T를바보상자라고부르는이면에는
T를향한일말의두려움이숨어있는지도모른다.
말하자면T는아름다운여인으로변할수있는간교한여우이고
우리는깊은산길을홀로걸어가는고적한선비라고나할까,
아무도없어외로워죽겠는,미래는아득하기만한산길에서만난여인,
그여인의입에서고혹적인구슬이나와선비에게키스하고자할때
거절할수있는담대한선비가과연있을것인가?
그렇게매력적인홀림앞에서당당할수있는자누구인가.
그러니엄밀하게이야기해본다면T를바보상자라고부르는것은
T가바보라는이야기가아니라
욕망덩어리T에게홀려서정기를빼주는
선비같은우리를차마직시할수없어만들어진
에두른이야기가아닐까,
아니면혹시
이길에는사람을홀리는여우가나타납니다.라고적힌이정표같은것?
며칠전T를켜자양희은의긴밤지새우고……가흘러나오고있었다.
아주오래된사진처럼흑백화면의……
맑고고운목소리……..그러나얼굴은시방인데?
나는T앞에앉았다.
나를홀린것이노래인지흑백화면인지,
기타인지그도아니면
나와비슷한아지매인그평범한얼굴과평범한옷차림인지…….
단순한기타반주에맞추어부르는노래는여전히아름답다.
그노래에는내이십대빛나는청춘이들어있어더욱그윽한지도모른다.
노래의여운이가시기도전젊은남자셋과양희은의수다가펼쳐진다.
등치못지않게웃음이커다란강호동은그커다란웃음으로
민망함도이겨내고무의미한질문도이겨내며웃음을이어가고있었는데
(아,웃음으로모든것을덮어내는,그것도실력이라면커다란실력이겠다.)
이름을모르는아마도개그맨일것같은두남자.
무릎팍도사라는그프로그램에는
T를책이라고생각하는내생각에확신이라도주듯
수시로자막의글이등장했다.
사람들이웃기지못하면자막의글로라도기필코웃기고야말겠다는
결연한의지의표현이라고나할까,
자막의글은소설속의지문처럼상황을설명할뿐아니라
오히려자신들이원하는방향으로상황을읽어주는일종의전기수였다.
틀림없이추임새를넣기위하여옆에있는젊은친구는민망할정도로
양희은의얼굴을쏘아보고있었는데카메라공포증이있다는이나이든아줌마는
실제땀을뻘뻘흘려대고있었다.
그러나여러가지질곡의삶을겪어온가수는
자신의일상을자연스럽게이야기하면서
어린세남자를거침없이누르는무시무시한카리스마를뿜어내기시작했다.
삼십이되어살만하니암이다가오더군요.하늘에삿대질많이했어요.내가왜?
어릴때소아마비를앓아서얼굴이완전불균형이잖아요.
입이많이도삐틀어져있고,잘웃어도비웃는다고생각해요.난아닌데
휴우,노인데려다놓고젊은것들이…….
(우와방송에익숙한아줌마의전혀방송어답지않는이문장의통쾌함이라니)
내평생에가장후회할짓을한거죠.
그러다결국사회자강호동은양희은에게꿀밤을먹고야만다.
호오,사회자를거침없이꿀밤먹이는게스트.
그미묘한상황을숨기에넉넉한엄마의커다란치마폭같은웃음으로
덮어가는강호동.
T앞에한참동안바보가된듯멍하게앉아서양희은과강호동을바라본다.
내가집에서입는옷과비슷한옷을입고화장도별로안하고
그러면서도전혀주눅들지않는나이들어가는통키타가수.
그거침없는당당함은쉽지않는삶이준면류관이었다.
이뻐야한다는센테멘탈리즘에서벗어난자유로운사고의덕분이었다.
그녀에게서흘러나오는깊은울림과맑고청아한노래가주는힘이었다.
무엇보다세월이입혀준연륜이라는멋진옷이었다.
젊음,
니들이인생을알아?
T도가끔생각없이앉아있는
T의볼모에게
이렇게멋진질문을하게도한다.
혹,
바보상자라는별호속에서
커다랗게웃고있는것은
T가아닐까,
(080215)
*******
작곡:이병우,작사:양희은
기타연주:이병우
]
권대감
2011년 3월 27일 at 8:11 오전
문제는"T"가아니라이를관리운용하는
방송관계자들의인품자질이아닐까요?ㅡ沙
모랫바람
2011년 3월 27일 at 1:31 오후
이몸은어디를가나그T를붙들고즐긴다는것ㅎㅎ
내게도바보상자이기보담,
정보의습득작용이더많아서~~
그런데
여행가서언어를전혀이해못하는곳에서도본다우ㅎㅎㅎ
내셔날지오그라픽,디스커버리,여행뉴스채널등을좋아하는데
이곳에선추가로내셔날지오그라픽채녈등을신청하면돈이훨씬올라가
가장싼요금에볼수있는뉴스3사에영화채널하나나오는것을선택해서보고있지요.
그뉴스3사에서내가제일루좋아하는방송사는
알자지라!
그다음은비비씨
그리고꼴찌가씨엔엔.^^
그런요즘3사가중동이야기에촛점을많이두고있어
가끔은이나라도울렁이면어쩌나하는생각이들지만
그럴확률은적지요.
양희은씨도언제부터가화장을해서내가좀실망한적이있는데
이제안하는모양이요?
근데나도당당할수있는사람이여유~
화장안하지,안생겼지,나이먹었지그런데도
내삶을내가꾸려나가니까ㅎㅎㅎㅎㅎ
4me
2011년 3월 27일 at 2:16 오후
T님을예전에는가까이하면안된다고아이들에게엄포를놓고뉴스나다큐만봤었던과거의죄를고백합니다.제생활속의T님은이제안계시면낙이없을정도로귀한연인이지요.드라마도두어개봐야하고특히요즘같은날은로얄페밀리도봐야하고…세계의소식도들어야하구요.그래서지금은혼자보기가심심해서아들놈에게사정을합니다.같이보자고…근데,교육발이너무잘먹혀서아들놈이T님을너무멀리합니다.모두다내가지은업보라여기면서도온갖방법을다동원해꼬드긴답니다.푸나무님의재미있는이야기덕분에지나간무릎팍도사찾아내어다시봐야합니다.이래서하나T님도제겐소중한분이랍니다.
Elliot
2011년 3월 27일 at 4:58 오후
핫-내가갖고있던양희은LP표지사진이닷@!^^
T가바보상자인게아니라바보같은프로그램만골라보는사람이바보인거겠죠?
하긴T뿐만아니라매사가다자기능력에달린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