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여, 굿 바이 Good Bye


내가난생처음바라본시신은외할머니였다.겨우발이긴했지만,
내나이스물세살,차마돌아가신할머니계신방으로들어갈수가없었다.
마당에서오락가락하다가누군가가나오면서문이열리는순간,
내눈길은방안을스쳤고
그때외할머니의맨발이보였다.
오,할머니발이구나,오,죽은사람의발이구나,
순간,다가오던무서움,두려움,낯섬,
고개를휙돌리며아니야,난안보았어,속으로중얼거린기억도있지만
그러나이미할머니의발은내뇌리에찍혀있었다.
워낙체구가작고왜소한분이시긴했지만
할머니의발은형체만지닌앙상한뼈자체였다.
허연듯,누르스름한듯,

새댁이었을때,같은교회에다니던사람이앓아누웠다.
소문으로는그녀가아주낮은직종에종사하던
여인이라그런병에걸렸을거라고도했다.
일주일에두번씩나이드신집사님들과가서청소와먹을음식을해주곤했는데
젊은나에게는쉬운일을하라며이불을널거나빨게했는데도
워낙비위가약해선지,
옷가지나이불을들고나오면토악질이저절로나오곤했다.
몸이시키는생래적작용에
의지는아무런힘도없었고환자나같이일을하신분들이볼까봐더힘들었다.
그분이세상을떠날때아주잠깐마당에서옆얼굴을보았다.
코가크고턱이단단해보이는,
그래서내내보아왔던분이아닌것같은,
난데없고생경하기조차한위엄이서려있었다고나할까,
그분을산에묻는날
동네산이지만제법깊은골짜기로경운기를타고가는데온통진달래천지였다.
아직채잎이돋지않은나무들사이에서피어나는그선명한분홍빛이라니,
신산한삶의그늘을저꽃빛으로덮고떠나는구나,

그리고울아부지,
효녀도아니면서효녀라도되는척아부지임종시바로곁에있었다.
고르던숨소리가약간달라지는듯해서의사선생님을불렀더니준비를하라고했다.
아,그때부터쏟아지기시작한눈물이라니,
집에있던식구들다돌아오고,목사님오셔서임종예배드리는어느지점까지,
아마채두시간도되지않았을것이다.
그동안평생흘릴눈물을다흘려버릴것처럼
울었는데,그래선지이상하게아버지장례식내내별로눈물을흘리지않았다.

가족들다모인자리에서돌아가신아버지습과염을했는데
아버지라선지,아니면나이가들어선지,시신을보아도그저담담했다.
아버지의몸,그몸을떠난영혼이어디선가우리를바라보고있으리.....
컬럼비아대학올리버색스교수가말한것처럼영혼은언제나2m50cm높이에서
자기육체를들여다본다는기이한분석을생각하기도했었던가,

그리고염습ㅡ영화에서는‘납관'‘납관사’라고번역되어있다.ㅡ
의상황이그득하게펼쳐지는일본영화<굿‘바이>를보았다.

"굿바이표한장주세요."했더니표를팔던젊은아이가전화를한다.
“굿바이손님한분드셨습니다.”
이런이런,영화관을나혼자통째전세내었던것이다.

첼리스트인다이고는일억이넘는첼로를빚을내어사지만
오케스트라가해체된다.
고향으로귀환하지만백수신세를면치못하다가
‘연령무관!고수익보장!’이라는파격적인조건의여행가이드구인광고를
발견하고찾아간다.그리고즉시채용된다.
여행은여행인데그여행이영원한여행이라는것만다를뿐,

납관사라는직업에친구는멸시하고아내는떠나지만
그는차츰사람의시신을만지는일에익숙해진다.
얼굴생김새만큼이나다양한죽음들,
그죽음앞에서펼쳐지는산자들의삶의모습이
가끔은슬프게가끔은코믹하게가끔은유쾌하게
결국사랑하던아내도돌아오고상처만주고떠났던아버지와의
관계도아버지를염습하는과정에서치유된다.

스토리도탄탄하고과장하지않는연출도좋다.
자그마한일본소도시에사는등장인물들도정겹고따뜻하다.
요즈음트랜드를잊지않은듯,
양성애자의애환도그려지고
죽음앞에서야화해하는어리석음도제법맑게그려진다.

야마자키츠토무가분한세련된납관사이쿠에이는
강하고담대한전쟁터의위엄있는장군처럼보인다.

무엇보다그가시신을앞에두고하는습의과정은
우리가단순하게편하게살기위하여형식이라며무시하고살아가는
“예의”에대해
그아름다움에대하여새로운인식을하게한다.

단정한옷차림으로무릎꿇고시신에게하는인사.
사랑하는이,익숙한이를만지는듯,
맨손으로시신을만지는모습은죽은자에대한각별한예우이다.
하다못해시신인그를극진히존중하여귀를닦을때도
앞에앉아있는식구들이보지못하게한손으로가리고닦는다.
죽음앞에분노하던어느남편은평소아내가즐겨쓰던립스틱을칠한
마지막모습이너무아름다워납관사앞에무릎을꿇기도한다.

옷속으로손을넣어몸을깨끗이닦고
입었던옷을우아하고세련되게벗겨내고다시입히는과정은
참으로멋진설치예술을보는것처럼감동적이다.
평생누리는호화로운삶을살아왔건,누추한삶을살아왔건,
죽음앞에서삶은아무것도아니다.그저,빈손빈마음빈몸일뿐,

이세상어떤존재보다더극명하게공평한죽음,
그마지막길에서만난이남자의극진한존중과예의바름,존경의태도는
설령틀에박힌직업적인형식에그치는존경이라할지라도
지극히아름답다.
홀로떠나야하는영원한여행이시작되는플랫폼에서
마지막으로김이모락거리는이승의차한잔마시는것과같지않을까,
이제껏살아온인생을생각하며
다가오는새로운세상에대한두려움이나낯섬을깊게생각하게하는,
온기가있는찻잔을양손에쥐고
가볍게한모금마실때목울대를넘어가는소리를들으며.....











4 Comments

  1. 모랫바람

    2011년 3월 28일 at 8:57 오전

    Departure!!!!

    난이영화아직은못볼것같애요.
    제가아버지에게드릴려고가져간올리브를드리기도전에
    급히이세상을뜨신지가
    그리오래되지않아서울음이가슴을,아니온몸을채울것같아서지요.
    내생애처음으로돌아가신분의몸을어루만져보았다는,
    그게바로나의아버지……
    내가서울서볼일을보고내려가기로한날아침에
    조그만텃밭에가셨다오셔서피곤하시다고방에누우시고는
    그대로일어나지않으신나의아버지,
    그렇게모든것에호기심이많으셔서일부러두가지의올리브를가져가서
    보여드리고맛좀보시라고가져갔는데그냥그렇게서둘러가셨지요.

    삶은그저숨을들이마시고내뱉지않는차이…

    쏘오리,좀어둡지요?departure라는단어에고만~   

  2. 푸나무

    2011년 3월 29일 at 1:13 오전

    그대아부지도편안하게귀향하셨네요.
    물아부지는암이셨는데그다지아파하시지않고
    내내주무시다가가셨어요.

    나는아직올리브맛을모르겠어요.
    요즈음샐러드바에가면올리브가종류별로있던데……

    그리고우리나라도요즈음양고기를먹기시작하던데
    양고기와올리브를함께먹더군요.
    둘이어울리나요?

    그나저나그대는착하고어여쁜딸이요.
    아부지께올리브맛을보여드릴려고했으니
    그게참소소하면서도
    마음가는일처럼보이니말이요.   

  3. 지니

    2011년 3월 29일 at 9:54 오전

    가족의죽음을아직은격어보지못해때때로다가울시간이두렵게느껴지기도합니다.영화’굿바이’를보면마음이좀편안해질까요?   

  4. 리나아

    2011년 3월 30일 at 5:49 오후

    두번봤네요..
    한번은극장에서..그후얼마전한달전쯤에티브이에서도해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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