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아와레 ㅡ비애

도연초호조키 저자 가모노조메이,요시다겐코 출판사 을유문화사(2004년09월30일) 카테고리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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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소담스럽게내린아침에
어떤사람에게용무가있어
편지를전하며
눈내린것에대하여전혀언급하지않았더니,
오늘아침의눈은어떻게보셨는지등의인사한마디도없는

멋없는사람의말씀은

유감스럽지만받아들일수가없습니다

정말실망스럽군요.라는답장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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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책인들
좋지않으랴만
요즈음들어가만생각해보니
좋아하는책들중의상당부분이
오래전사람들의글을읽은사람들의
사념을적은글들임을
새삼생각해보았습니다.
왤까?
서너가지이유가유추가되더군요.

우선은
내자신책에대해눈이밝지못함을들수있습니다.
혹여아주우연하게눈밝은순간있어
글이손에잡힌다한들그내밀한선까지다다를힘이없기두하구요.
내가바라보는방향이동쪽붉은해떠오를무렵이었다면
그는서쪽일몰의숲을바라보고있어
그다름의차이가주는기이한묘미가날행복하게하기도하죠.

닦여진길을가는손쉬움이있기도합니다.
내앞서가는이는전문조경사입니다.
가지치기도잘하고나무를가꾸어내는힘이놀라울정도이기도합니다.
난길을헤치노라혹은만드노라소비될힘을정경속에녹여내리니
그녹아지는힘이사람,흐뭇하게한다는거지요.

나무위에솟아나느여린순들의힘을
생각하는이즈음입니다.
그처연함과가벼움,
적멸속에서보여주는삶의간극.

글을읽다가드문드문창밖을봅니다.
찻잔은이미싸늘하게식어있고
식은차한모금을입에담고굴리면서
봄길,
걸어가는사람들
저사람

세워진외투깃이날카로워보입니다.

목에넘어갈마지막즈음에쟈스민차는
입안의따뜻함이고마웠던지
내게아주조금,
오랫동안앓고있는이의창백한미소처럼
단맛을주는군요.

어쩌면차의가장소중한맛이이맛이아닐지….
다기나물이나,

혹은차종이문제가아니라
내안에서체화되어진茶말입니다.

읽어진글에대한사념도혹이비슷한것아닐까?
다시식은차한모금마시면서생각해봅니다.

예전에신석정시인도그랬다는군요.
"갓핀청매(靑梅)일렁이는향기에도
자칫혈압이오른다"

제일위에적은글은요시다겐쿠의도연초에나오는글입니다.

1330년전후이니무려700여년전의사람이지요?

700여년전의그가함초롬이걸어나와내앞에섭니다.

그사람의얼굴도생김새도몸도모르지만,

이제이미흙이된사람이지만,

그사람이느꼈던그단순한서정이

내앞에이렇게선연히도자리잡다니…..
인생이란게참놀랍지않습니까?

미시마유키오의금각사를읽으면서
혼절나게다가오던그미묘한그림자를

*모노노아와레*

라더군요.

탐미적이면서니힐한
우리나라한의정서와는약간다른,
즉비애를주된정조로하는일본인의미의식이라구요.

비애.

가까이다가온봄스런단어는아니지만

아니그래서
쟈스민
입안에서굴리듯
이단어
아무도없는빈거실에세워놓고이리저리굴려봅니다.


향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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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모랫바람

    2011년 3월 31일 at 5:12 오전

    이틀전에친구를만나내가빌려준책돌려받고(재미작가이창래소설:NativeSpeaker)
    그친구는KhaledHosseini의"AThousandSplendedSuns"빌려주어
    얼마나기뻤는지!!!!
    그리곤그녀가그녀의친구에게빌려읽고있다는사우디왕가에대해서쓴책,
    넘댕겨서남의책이라빌려달라는소린못하고
    게다가한참걸려읽어야될것같아서거금투자해서샀는데
    이또한얼마나기쁘던지집에돌아와책들을만져보고만져보고ㅎㅎㅎ

    난,감상적이기보담사실을기반으로한다큐멘타리같은책에만필이꽃히니
    내가누군가에편지를보내도실망스럽다는답장을받을것을보장ㅎ
       

  2. Elliot

    2011년 3월 31일 at 2:20 오후

    그럼"넝담도다큐로받아들이는너같은챵오완상대몬하겠다."는답장을해주시지….^^

    아주어릴때한10급정도의실력으로바둑을두었는데
    어느날느낀바있어바둑의철학을바꾸었더니
    정말하루아침에5~6급실력이팍늘었던경험이있는데
    따지고보니매사가다그런것같더군요.

    책을읽어도저자의명성,필력등등에지나치게주눅이들어읽으면(특히고전)
    책내용도있는그대로이해하지못하고끝내계룡산에서하산하지못한다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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