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그대를만나동거동락하기를
반백년이넘어가는데
그런긴세월을보내면서도한번도그대에게
고맙다는이야기도
감사의표현도없었으니,
차라리
그대의무심함이오히려무심해보이는것을,,,.
몸움직이기싫어하는나의성향에의해
혹은책을좋아하는그몹쓸버르장머리로인해
항시나에게혹사당하면서도
도대체불평한마디없었던그대/
그저
너무도피곤해라는몸짓으로하는반역이라고는
사물이흐릿한아련한몸짓,
그몸짓에연민을갖기는커녕
냉큼유리알두개를그대앞에설치해놓고
희희낙락하던나.
단순한유리알두개의동그라미가조금씩많아져가도
색깔이달라져도
어느때는그대앞에서쭈그러지고깨어지기조차해도
그저묵묵히순응하고적응해가던그대.
나도이제늙었어!
언제쯤이던가
그대가늙었다는고백을하는순간,
아,
나는내몸의늙어가는어떤기능보다도
섧었어.
차라리눈주위에미세하게잡히기시작하는주름이랄지
탄력을잃어가는손등이랄지
목의선들에게는여여로울수있었는데
그대의늙음은
내게조금충격이었다고나할까,
이제아부지처럼
안경알밑에돋보기알네모를넣어야되는거라는말이지/
그리하여콧등에안경을걸치고신문을보아야한다는말이지/
아버지의돋보기는참으로자연스러웠는데
그대앞에걸쳐질돋보기는참으로낯설어…..
그래서
다촛점렌즈를그대에게선물하려구마음먹었었지.
그대에게
미안한마음도들고해서
안경테도이제까지했던것중
가장비싼것으로떠억하나잡고
그대앞에두기위해서는
두번의압축을해야가볍고날렵하다하여
하여간
그리하여
내깐에는정성들인그대의새친구를그대앞에세워두었는데……
오가엾은그대여!
그대의어질거림이
그대의역겨움이내게그대로전해오네.
그대는그어질거림속에서
내게침묵의언어를표하네
이제까지그리도혹사한것만으로도부족하여
그냥내가늙어서
작은글씨는좀곤란해
조그맣게중얼거렸더니
이런괴물을나에게벗이라고데려다주었다는게지.
몸을아주잠시옆으로움직이기만해도
적응할시간이필요한
이런괴물
몸을움직일때마다
내가이괴물에게맞추어야된다는게지
이괴물은데데한모습으로사방에자기만의현란한각도를채려놓고앉아서
날더러
그각도마다머리숙이며인사하면서
적응을하라는건데
아주조금만옆으로돌려도
용서하지않겠다는엄포까지놓는다네.
이게사랑인가?
이게배려인가?
피곤하고지친그대의몸을빌려
오늘도여전히나는글을읽네.
그대없이
그대가보여주지않는세계는내게없다는것을절감하면서말이지.
그책은우리가아주좋다고쓰는
원자력전기가
결국인류의미래를전쟁보다더황페하게해칠거라는
일종의예언서였다네.
석유로돌악는원자력전기
겨우사십여년남은우라늄.
지구의온난화,등등….
그러나그모든문제거리에도불구하고해결책은있었지.
탄소가네개인혹은세개인식물인갈대를이용한열병합
혹은풍력
혹은태양,
남을파괴하지않고오히려도우면서
열도주고전기도주는
생태의기적.
그화해와공존의법칙이라니….
다촛점랜즈를벗었다썼다하면서
여전히책을읽는것,
이것도그대와의
화해이며공존일까?
이제까지
그대있어푸르른하늘바라볼수있었고
계절이지나가는별자리의흐름이내속으로들어왔었나니
무엇보다그대있어
사랑할수있었던것이참으로많았거늘….
오,가엾은그대여.
삼가이못난주인
무릎끓어글한쪽
그대에게바치네.
벤조
2011년 4월 11일 at 9:46 오전
이런’그대’도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