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순간에 드리워진 삶의 비의

쉰넘은나이를표현해놓은글에서

약한자의슬픔을돌아보는때라고적은글을읽었다.
오십을지칭하는지천명이아주오랫동안시간이다져놓은고전이라면
약한자의슬픔을돌아보는나이라는문장은
반짝이지만순간적인광고멘트라고나할까,

그럼에도불구하고그여향은꽤나오래가서

이봄나이를생각할때마다
산수유꽃대궁처럼

약함이,슬픔이,돌아봄이,

흔들거리며다가오곤한다.
나보다는나아닌것을바라보라는뜻인게지.
앞만보고걷는걸음을잠시멈추면서
뒤도옆도땅도하늘도돌아보라는말이겠지.
드라마틱한인생만이삶이아니라아주사소한것들에의해서도
인생이극명하게달라질수있다는것을헤아려보라는뜻이기도하겠구나.

사실거의모든비극은격렬한드라마를품고있다.

아니품고있어야한다.
그리하여비극적인요소는더욱비극적이되며더불어필연적이되고
장중한위치를차지하게된다.
비극의극적인상황은사람들은매혹시킨다.
그래서모든비극은필수적으로치명적인복선을장치하게되는것이다.

정말비극적인한남자가여기있다.

무려이십육년이란긴세월을
침대위에서만보내야하는전신마비자이다.
그가움직일수있는거라고는얼굴한곳이다.

라몬삼페드로.그는존엄하게죽기를원한다.
법에의해안락사는금지되어있어서
그는죽음을얻기위해투쟁한다.
그를돕기위해오는퇴행성질환을가지고있는
여자변호사,

시인사이드(TheSeaInside)
영화의곳곳에서깊은산속의맑은옹달샘처럼퐁퐁솟아나는
생동적인유모어와사랑,

삶에대해성찰하게하는가족의사랑과생명의식
혹은세대간의갈등등다양한문제의식이영화속으로깊게몰입하게한다.

그러나실화에의해이영화를만든72년생인젊은감독알레한드로아메나바르는
비극속에감추어져있는아니감추어야하는격렬한드라마를버리고대신
아주사소한,어찌보면젊음의치기어린자아도취의한장면으로
그거대한비밀의복선을대치해버린다.

라몬삼페드로그는다이빙포즈를취하고있다.
저쪽에서는아주늘씬한여자가비스듬히그를바라보고있다.
그의웨이브진뒷머리가몇번스멀거린다.
그렇게아주짧은시간에그에게스쳐지나간것은무엇이었을까?
여자에게잘보이고싶다는젊은남자의치기?
도대체언제내밀어질지알수없는
운명의거대하고질긴오랏줄?

그리고이미허공을향해질주하고있는몸이거기보인다.

그리고

그찰라의순간에빚어진전신마비.

이젊은감독은아무것도아닌전혀과장되지않는그저바라봄으로

그사소한순간을그려낸다.

마치허공을향하여한숨한번훠이뿜어내는것처럼.
순간전율이인다.

실제가슴으로통증이다가온다.

사소한순간에드리워진삶의비의………
오,그렇구나.

수많은인생의길은아주아주하찮은감정의갈래속에서도

우주같은커다란팔을벌리고있구나.
인생의길이저렇게달라질수있는것이

저렇게도먼지같은감정에몰입된찰라에의해서구나.

선함에대한의지못지않게사람속에깊이감추어져있는본능중의하나가
아마과장이아닐까,

도서관에서책을빌려가지고나오는데들어갈때는
눈에띄지않았던명자꽃이보였다.
어젯밤봄비에씻겨선지

이제금방피어나려고한아름머금고있는
탱글탱글한꽃망울

그선명한꽃분홍이얼마나이쁜지,
어머명자아가씨,너무이쁘다.
나도모르게소리나게중얼거리고말았으니,
마침곁을지나가던젊은아이가이상한아줌마라는듯한눈빛으로흘깃거린다.

그냥혼자맘속으로이쁘구나했으면될일을꽃에게말을거는과장법을
사용했으니순간적으로이상한아줌마가되고만것이다.

알레한드로아메나바르
그젊은감독에게배워야할일이다.

과장하지않고순순하게사는법.
사소한것들속에배인거대한우주,

찰라속의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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