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보랏빛 은교 - 숲처럼 나무처럼

연보랏빛 은교

BY 푸나무 ON 4. 7, 2011

은교(양장) 저자 박범신 출판사 문학동네(2010년04월06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어느시인은

‘애인이빨리늙어꾀병같은몸사랑은그만두고마음사랑이나한껏했으면좋겠네’

라고하더라만연애는몸사랑일까,마음사랑일까?

아니면그둘을결합한요즈음유행하는프리미엄상품?

사실젊은베르테르의편지도진한연애소설이지만

돈주고연애소설사기는아깝다는생각은틀림없이나만의편견일것이다

그렇다하여연애소설에관심이없다는말은절대아니다.

여전히,나이들어갈수록오히려연애소설에대한관심은지대하다.

더군다나노시인과어린소녀의조합은괴테이후(이전은잘모르니)

늙은남자뿐아니라늙은여자한테도제법로망이다.

가욋길이야기지만

잘만하면남자는늙어갈수록제법중후한매력이생기는데

왜여자는늙어갈수록그저‘늙음’만이부각되는것인지

늙어가는내겐아쉬운미스테리다.

하여,여류노시인과젊은청년의사랑이야기는없는건지,

아마르그리트뒤라스가있구나,

노시인의은교만한애인과결혼한,

어쨌든박범신이쓴연애소설을도서관사서인딸래미한테콕찝어부탁했고

드디어어젯밤열일곱어린소녀‘은교’가내손에들어왔다.

나는읽고있던알랭드보통의‘불안’과‘히드로다이어리’를밀쳐두고

‘은교’를데리고반신욕을하기시작했다.(이부분,좀관능적이군^^*)

그리고반신욕이끝난후에도내쳐읽기시작하여세시간이좀넘을무렵

분홍빛이더강한그러나그래도여전히분홍보다는보라에속해있는

연보랏빛장정의‘은교’를독파했다.

그빛깔은묘하게매우‘은교’다웠다.

박범신은이장편소설을한달반만에써냈다고했으니

미루어짐작컨대그는이런연애를꿈꾸었음이틀림없다.

그렇지않고서야어찌한달반만에이런긴글을쓸수있다는말인가,

은교는당연히그의삶의조각들이이어진퀼트일것이다.

수준높은작가는적어도영화배우같은미모에서아름다움을찾지는않는다.

눈에띄는독특함역시저만큼밀어놓는다.

글에서작가는적고있다.

아름다움은참된진실이나완전한균형이아니라

주관적인기호에따른고혹이거나감동이라고,

하여다른사람에게는지극히평범한소녀‘은교’는노시인에게

다자이오사무의등롱같은가을로변해간다.

등롱화의시작은그녀의여린손이다.

소나무잔가지로만들어진흰그늘이고요히그네를타던상앗빛손,

수맥처럼연푸른핏줄이가로질러흐르는손,

손에서부터시작된사랑은노시인이죽기전

이삿짐트럭위에서동생을양팔에안고웃음짓던현실속의은교를바라볼때완성된다.

그순간트럭은트럭이아니라아늑한둥우리가되었다.

이제까지시인이바라본은교는자신의욕망이빚어낸허울이었고

가난하고척박한현실속에서동생들을안고미소짓는은교는

상상하지못했던아름다움을지닌‘은교’로완성된다.

아무리연애소설이라할지라도현실을떠나지않는탄탄한보수성이엿보이는대목이다..

무엇보다노시인은소나무숲그늘이성에가낀창유리를더듬고있을때

관능을본다.

이사소한관점은매우섬세하면서도거대한획처럼이책의전반을아우른다.

물론노시인은은교의여린몸짓에발기되기도하고

그녀를안고자하는열망에결국확끌어안기도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의관능은허리아래멈추지않는다.

자신의침대위에서웅크리며처녀다운향기를내뿜으며쌔근거리는은교를바라보며

그애를품안에담쑥안아홍옥같은입술과뺨입맞추고

그애의숨결속으로자맥질해가고싶은

놀라운관능을느끼면서도

당겨진욕망이며가능한몸인데도그는그저고요하다.

소유하고싶은욕망이아니라해체하여주고싶은욕망이다.

즉관능과욕망을해방시켜주는사랑이다.

오히려고요한그상태에서그는완전한관능을느낀다.

단숨에읽히게만든여러가지흥미로운소설적장치도대가답다.

단선에서복선으로복선에서다시반전으로,

증오와함께동거하는사랑법도흥미로우며그러나진부하지않다.

새로운살리에르와새로운모짤트를보는듯,

아주조금보이는‘은교’의여린사랑도소박해서좋다.

물론허리아래의관능도나타나긴한다.

그러나그역시주전이아닌후보선수정도이다.

노시인의깊은사랑이빚어낸증오어린아우라가짙은안개처럼휘덮여

살짝스쳐지나가는,

무엇보다박범신의문체는이소설에걸맞다.

이글을읽으면서

아나도이런연애소설쓰고싶어!!!!!

열망에소유욕에불타올랐으니

‘은교’가준내속의관능인가,

윗사진:등롱(펌)아랫사진:작년강화진달래음악은Nostalgia/RaimondPauls

4 Comments

Grace

2011년 4월 8일 at 3:12 오전

글을아주매력있게쓰시는군요..^^
푸나무

2011년 4월 8일 at 8:23 오전

아,감사합니다.^^*
Elliot

2011년 4월 10일 at 3:07 오전

늙어가는남자에게중후함이오기도하지만여자에겐늙음만이란말씀….
그건아마남자와여자의미적기준이다름에서오는게아닐까요?
남자보단여자가평소화장으로미를가꾸기에그런기준으론
주름살이결코옳게보일수없는거겠죠.^^
Manon

2011년 4월 10일 at 3:19 오후

자주오게될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