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려 보아도

마음이깨어있다면
어느때어느순간이라하여
새삼스럽지않는무렵
있겠는가마는
이즈음봄빛을바라보노라면자연의섭리사무치다.
겨우내얼어있고닫혀있던그완강한대문앞에서
이리오너라어느높은분이서슬푸르게외쳤는가.
높고거대해서도무지열릴것같지않던커다란자물쇠가내려지고
권세를나타내던창대한대문이스르르열린것을본자누구인가.
어느새어느틈사이로저리도화들짝열려서
筍을내보내더니자라게하고싹을틔우더니꽃잎이열리게한다.


제한적기억상실증약이성공했다고네이쳐지가보도했다.
공포의기억과공포에떠는반응사이의연결을끊는것이아니라
무섭거나싫은기억을실제로지울수있는실험이성공한것이다.
한과학자는미래정신과치료의모델을보여주는것이라
이실험을평가했다고한다.
얼핏보면참신기한일이지도싶다.
가만보자.여기기억이라는소프트웨어가있다.
고통스럽거나기억하기싫은기억들혹은부끄러운장면들은
이미싹지워버리고없다.그저행복하고즐거운일만가득하다.
정말행복할까?더불어기억이행복하니다가오는시간들도그러할까?
미래,그삶이라는속내에깊게배인신산스러움이
곱고아름다운기억에의해물리쳐질것인가말이다.
생노병사라는삶의가장간결한캐리커쳐에도
기쁨보다는
苦가승하다는것을알고있다.
삶의에너지역시그러하지않겠는가?
기쁨이나즐거움보다는질고를이겨내는힘이
삶을이끌어가는원동력이란것을체득하며나이들어가고있지않는가?

어느시인은좋아하는화가의모작을걸어놓고
그화가의커다란손을생각한다고했다.
옛날양반임에도불구하고외출하기전빨래를개키던손,
그장엄한손에일렁거리던햇살이그를따라저세상으로갔을까?
빨래를개킬때들은뻐국새소리는다어떻게되었을까,
그시인에게는그런것들이그다지도궁금하다고했다.
화가에게는고통스러웠을기억이시인에게는천상의음악이다.

봄이되면외할머니가기억속에서비상하여내게로날아오신다.
봄꽃의절정인자목련과함께나에게로천천히걸어오신다.
치매때문에바지를모자로인식하신다.
키보다훌쩍큰대나무를지팡이로삼으신다.
그래도딸네집은잊지않으신다.
꽃이아름다워잡수신다.
꽃이너무맛있으니치마에가득따서그맛있는것을손녀딸에게도나눠주신다.
이세상에없는천진한미소와함께말씀하신다.
극진한존칭어로말씀하신다.
“이것좀잡숴보시오.참맛있단말이요.”
모든사람에게무량없이존칭어를사용하는겸손한치매증상.
아름다운기억인가?슬픈기억인가?

남쪽에서부터꽃바람이불기시작했다.
조금있으면향기를담은바람이이곳의나무들을부추겨
꽃을가득가득피워낼것이다.
한결같은꽃은젊음인가?한인가?대지의웃음인가?
여든이넘도록왕성한활동을하는마티스에게누군가가물었다.
그많은영감을당신은어디서얻으시는가요?마티스가대답했다
우리집정원에엉컹퀴를키우거든요.

벚나무의가지를부러뜨려보아도/그속엔벚꽃이없다/
그러나보라/봄이오면/얼마나많은/벚꽃이피어나는가?(이뀨)
오래된시인의우미한통찰력이아니더라도우리가겨우아는것은
‘알수없다’는것뿐이다.
벚꽃이어디에서오는가.
궁금하여벚꽃나무를부러뜨려보지만
거기벚꽃이없다는것밖에
도무지알수가없다.

사진은작년4월30일양평강하리







1 Comment

  1. 느티나무

    2011년 4월 11일 at 1:40 오전

    저도제텃밭에엉겅퀴를키울까보아요….^^

    제어머니도저한테그렇게존댓말을하시었어요.
    난그저…말끄러미어머니를쳐다보면서,
    때로는얼굴을쓰다듬어드리면서,
    그렇게…할수밖에없었던시절이있었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