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에서

백치 저자 사카구치안고 출판사 꿈꾸는돌(2006년02월1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오,

전당연히벚꽃은향기가없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
만약에저흐드러지게피어오르는벚꽃에향기가그득하다고생각해보세요.
그게어디

나무겠습니까?

꽃이겠습니까?
아니요,사람을홀려내고야마는사이렌이겠지요.
그러니벚꽃에는향기가없어야하구말구요.

벚꽃의고졸한미는바로그향기없음에있지않을까생각한다는거지요.
죽어있던검은나무에서눈물겨울만치저리도아름답게솟아나는것을요.
설령아무리깊은몸살을앓았다손치더라도

저렇게아름다울수있으니
향기없음이오히려당연한거아닌가요.

꽃은나무가지어내는기쁨의찬가일거예요.
눈으로보는소리.
꽃이지어내는꽃보다그윽한꽃들의소리말입니다.

음악에극진한소양을보이신공자님께서음악의완성도를논하실때
韶(소:당시연주되던음악의명칭)는

아름다움과착함을다하였다는
말씀을하셨는데
벚꽃의무향이혹착함과아름다움이아닐까생각해본다는거지요.

참으로기이한봄볕입니다.
그저부드러운바람과합일하였을뿐인데
죽어있던나무에서저리꽃,

구름처럼피어나게하니………

하기는자신도나무인양

혹은꽃인양해마다봄멀미가스멀거리며다가와
봄병을앓는다는사람도있습니다.

사실멀미는어디에서나우리에게다가오곤하지요.
이제는정말익숙해질법도한데여전히운전을하지않으면
차멀미를하곤합니다.
그렇다면운전을할때라고해서멀미를안하는걸까요?
아니요,운전을할때도멀미는할거라고생각합니다.
단지느끼지못할뿐이지요.

어쩌면우리는삶이라는배에올라있는동안
내내멀미를하며살아가는지도모릅니다.
단지어느때는심하고어느때는약하여느끼지못할뿐이지요.

나무의수피를자세히바라다보면나무가그저무연히편안하게시간을보내고
마지할거라는단순한생각은접으실수있을거예요.
그들몸에자욱한완박진주름들은

마치묵언의수행이라도하듯

수많은이야기를하고있으니깐요.
사람들의얼굴에어리는주름과는비교할수도없이깊고깊지요.
상처는또얼마나많은지요.
그상처들을다시몸으로만들었으니
거기또얼마나많은아픔이있었을까요?

언제는안그랬을까마는이봄오래오래살아온질기고질긴나무들에피어난
벚꽃을바라보며생각이많습니다.
시간의옹심이로가득찬검고강한,
그러나죽어있는것처럼보이던나무들의부활을보며
나도그들처럼!을연상하며꿈꾸며그리워하며소망을지니게된다는겁니다.

당신은어디쯤서꽃을바라보시나요?

예를들어그꽃이벚나무라면말이지요.
나무아래서서나무위를바라보시는가요?
혹은나무곁에서서옆모습을그윽히느끼시는가요?
너무눈부셔서길하나사이에두고저만큼숨두못쉬고서계시는가요?
그도아니면못본척휘적휘적걸어가버리시는가요?

서쪽으로해가저물무렵이면지상의모든색들은
어둠이주는아릿한정감을덧입습니다.
햇살아래맑기만하던색은짙어지고

속곳담단하게갖춰입은여인의치마여민모습처럼
감추어진아름다움이
빛나는시간이기도합니다.
핑크빛몽우리와열리기시작하는작은아이들의입술같은꽃잎들,
아,꽃들!꽃들!꽃들!

당연한수순이라도되듯<활짝핀벚꽃나무아래에서>를생각합니다.
사카쿠치안고.
너무아름다우면무섭다.아름다움은무서움과근수가같다.
활짝핀벚꽃나무아래에사람이없어보라.
아무도없는고요한가운데꽃만무성하게피어나있다고생각해보라.
탐미적인이작가는

벚꽃나무아래의침묵을
기이할정도로두렵고아름답게그려내고있습니다.
업고있던사랑하는아내가갑자기귀신이됩니다.
활짝핀벚꽃나무아래서말이지요.
겨우그귀신을떼어내죽여놓고보니

세상에그귀신이다시어여쁜아내입니다.
그어여쁜아내위로벚꽃의낙화가두어닢떨어져내립니다.
어여쁜,그러나이미싸늘하게식어있는아내의얼굴에내린꽃이파리를만지니
꽃사라지고….아내도사라지고……남자도사라집니다.

그저활짝핀벚꽃나무아래는고요합니다.

활짝핀벚꽃은아니지만어제이천백사면산수유동네에서

4 Comments

  1. 느티나무

    2011년 4월 13일 at 3:29 오전

    글쎄…나는어느쪽일까잠시생각해보았어요.
    나는먼저나무의수피를만져보면서빙돌것같아요.
    돌면서나무의위를쳐다보겠지요?

    (아…전,자주그렇게해요.
    나무아래에서나무위를쳐다본다든지,
    나무아래누워서나무잎사이로보이는하늘을하염없이바라본다든지…하는것이요.)

    저만큼떨어져서나무를쳐다보기도하고,
    다시가까이가서나무를껴안아보기도하고…
    글쎄요.그러고보니저는나무와별짓(?)을다하는것같습니다.ㅎㅎ

    그런데,벚꽃에향기가있나요?없나요?
    벚꽃을기억해내기가하세월이되어서….^^

       

  2. Grace

    2011년 4월 13일 at 2:51 오후

    저도사실벚꽃을실지로본적이없네요.

    그래서벚꽃에대해…이런저런말…할자격없음..ㅎ

    아름다운선율과함께곱게쓰신글…고맙게읽고갑니다.   

  3. 푸나무

    2011년 4월 14일 at 12:11 오전

    지는모습이아름다운꽃이지요.
    향기는없구요.
    하르르
    정말눈처럼낙화하는모습은
    음,
    눈보다더심하게가슴속으로쏠려들어와요.

    하동에는수많은벚곷곁에강물이흐르는데
    그강물위로벚꽃져내리면
    아름답다못해
    슬포요.

       

  4. 푸나무

    2011년 4월 14일 at 12:13 오전

    그레이스님도한국에안사신갑다.
    아니그렇다면
    아주오래전부터???

    벚꽃은일본국화라
    그들이우리나라를침략했을당시에
    의도적으로심었다는이야기도많은데

    지금은우리들이심어서
    사방데가벚꽃이예요.
    꽃이아주많은나무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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