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고모랑 봄맞이

사실산수유꽃은썩그리화려한꽃은아니다.

그런데도왜산수유는나를설레게하는가?

그가바로시춘목이기때문이다.

봄을시작하는나무

그와조우하지않으면봄이안온것같고

그와대면해야봄을보낼수있기때문이다.

그러나올해이천백사면의산수유그룹들은왠지초라한모습이다.

늙어서기력이없는건지송이만맺혀놓고피우지못한꽃들도많고

죽은가지도제법눈에띈다.

그러나무엇보다그들이초라해보이는이유는

비슷한때에개나리가흐드러지게피어나버렸기때문이다.

강변북로의시작에서끝까지환한햇살과반짝이는강물을배경으로

개나리는정말난숙하게피어나있었다.

개나리의그샛노란빛깔이사위를물들이기에충분한에너지를지녔다면

산수유는소소하게그저자신만을비추고있을뿐이다.

개나리가화려하게성장을한애인이라면

산수유는민낯의지처라고나할까,

개나리를흘깃거리며

엄마,개나리이쁘제…

하니울엄마말씀하신다.

“아야,저것이징한것이여야,저놈은가지가땅에닿기만하면거그서바로

뿌리를내려분단말이다.그래서저것영판정없어야.“

이런이런,

갑자기순진한울엄마말씀에서추론되는이패설은무엇인고,

아무데서나뿌리를내리는천박한생식성남성성말이다.ㅎㅎ

식물을이해하는울엄마시각은우리와는아주다르다.

엄마의식물관은<묵을수있는것>만<존것>이다.

그리고텃밭이든밭이든묵을수있는식물을방해하는식물들은모두

<징하고><독한>것이된다.

울엄마집의채송화는정말이쁜채송화다

홑겹인데도

꽃송이가크고색들도얼마나선명하며이쁜지,

그런데그채송화생명력무자게질기다.

기름진텃밭을슬금거리며넘보는마당가채송화

텃밭으로슬쩍발을들이미는순간

울엄마에게채송화는사랑스럽고이쁜꽃이아니라

처단해야할적이되어버린다.

언제가엄마집에서보니

울엄마에게뽑혀나온채송화가텃밭가에수북했다.

“오메,엄마,채송화를이라고뽑아부렀네.”

“저것이참말로징한것이여야,그라고뽑아놔도하루만지나믄

지혼자썽썽하게서불어야”

그러더니혼잣말처럼말씀하신다.

“하도살라고항께짠하기도하제만,….아야그라고서있지만말고

저바깥길뚝에갔다가흙째끔만파고다묻어놔라,그라믄좋다고살아나거시다.”

(갑자기궁금해진다내가심은길가뚝채송화올해도피어날까,)

개나리역시묵자것없는것이그렇게질기게뿌리를잘내리니

엄마에게는탐탁치않으신거다.

샛노란개나리가피어나사람들에게미치는정서적영향력을

돈으로환산할수도있다는것을,

그런정신적인더듬이가현대인들에게는꼭필요하다는것을

엄마에게설명해드릴필요는없다.

사실엄마의단순하고명쾌한생래적해석이얼마나멋지고담대한가말이다.

노를노라고할수있는위대함,

울엄마의그위대함을알량하고얄팍한추론가득한지식으로

흐트러지게할필요는없다는말이다.

산수유마을엘들어서기전신대리백송나무를보려고샛길로들어섰다.

밝은회색빛깔의얼룩도멋지지만보통소나무와는다른흰빛의가지가

아주강인해보이는멋진나무라서

산수유를보려고이천을올때마다빠트리지않고

내애인안녕!을하는나무이다.

나이가약230살정도에아주잘생겼다.

추사고택에있는백송보다훨씬더미남이다.

(백송은흔히볼수없는희귀한소나무로중국과의교류관계를알려주는

역사적자료로서의가치가높아천연기념물로지정·보호하고있다)

엄마나무잘생겼제.하니

대답하시는울엄마대답시큰둥하시다.

그러나그나무밑의쑥을보시고서는눈빛이달라진다.

엄마는열심히쑥을캐셨고나는열심히꽃다지사진을찍었다.

그리고산수유마을을지나도립리어산마을에있는

하늘에오르기전에땅에서리고있는용이라하여반룡송(蟠龍松)이라부르는

나무를찾아간다.

“엄마이나무특이하제”

“잉,좀징그랍게생겼다”

그리고다시그곳에서도쑥과냉이캐기에몰입하셨다.

산수유마을에는축제가끝났음에도불구하고사람과차가많아

힘들여실고간전동차를타고다니기에는불편해보였다.

산수유차를한잔씩사서마시고

엄마는산수유나무아래그냥앉아서사람구경이나하시겠다고하셔서

일흔한살의청년인고모와나만산수유나무를바라보며조금걸었다.

처음왔는지어느젊은아지매는약간홀린표정으로

아,너무좋다,아너무좋아를연발하는가하면

아산수유꽃이뭐볼것있어.꽃구경하려면벚꽃이나매화를보러가야지,

큰소리로말하며지나가는초로의할배들도있었다.

여전히이무렵이면나타나는무명의화가들도등장해서

자리잡고노오란산수유풍경을화폭에담아내고있었다.

돌아오는길차안에서울엄마마지막한말씀,

“아야,아까느그들없을때쪼간걸어가꼬기림기리는사람구경햇는디

그란기림은조도안갖고오겄드라.”(주:주어도안가지겠다는뜻)

으아,

사실울엄마가무슨그림을아시겠는가,

그림도모르심서전혀무람하게하시는말씀에

이딸래미는진심을담어말했다.

아따엄마,나는그란그림이라도한장그릴수있으믄참말로좋겄네.

그라디?

엄마는심상하게넘기시고

엄마도진심이고

딸래미도진심이다.

사실어디에나진심은가득하다

진심이넘쳐난다.

그러나문제는이진심이아니라

이진심들이부딪히는것,

그나저나엄마와고모랑시춘목을맞이했기에

이제내봄은완연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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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벤조

    2011년 4월 15일 at 4:15 오전

    아,산수유가시춘목이군요.
    맨마지막사진,’기림’으로안기리던가요?
    좋은데…
       

  2. 푸나무

    2011년 4월 15일 at 8:06 오전

    저집은사람이안사는집인데
    작년엔주위가어수선하더니
    올해는누군가가아주깔끔하게정리를했더군요.

    다들사진은많이찍는집인데
    기림은안기리더군요.   

  3. 풀잎사랑

    2011년 4월 22일 at 12:39 오후

    혹시요,
    저랑같은날갔지않았을까요?ㅎ
    여자화가의모습을저도찍어왓거등요.
    옷이며,머풀러며…똑같은걸입었던분의모습을보니
    우째같은날갔겠단생각이듭니다.ㅎㅎ~
    꽃씨방이다얼어버린바람에올해는꽃이많이개화를하지않앗더군요.
    3년을이맘때쯤,축제할때갔었는데
    올해가젤루안이뻤다는느낌을어쩔수가없었습니다.주차장도휑하등만입구에서장사하시는아주머님이차를두고걸어가야된다해서..
    발고생만겁나하고왔습니다.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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