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친구가동행이랄지동거랄지,은밀한관계등을함축하고있다면 그친구처럼절친한벗은없지않을까싶습니다. 술을좋아하는어느지인은절교선언만하지않으면평생을마주할수있는벗으로 술을이야기했지만그술보다훨씬더친근하고자연스러운모습으로 무엇보다내가원하건원하지않건가장가까이서숨을쉬고있는벗을이야기한다면 나는서슴없이그를가리키겠습니다. 아이들학교가고남편도없는빈집에서음악을듣거나책을읽노라면 혹은이렇게자판을두들길때도그이인지그녀인지성이모호한 그벗은언제나내곁에있습니다. 그고요한성품과살풋한자락을보면그녀인듯싶기도하구요 변함없는한결같음으로,꾸준한인내를지닌채내곁을지키고있는모습을보면 듬직한그이일듯도합니다. 아, 벗이라면우선정이있어얄텐데우정이깊냐구요? 정이있을턱이있나요?사십여년을줄잡아남이야어떻게생각하던 깔끔이란단어를대단한목표라도되는양추구하고살아온저인데, 그목표를추구하는이면에는언제나그친구에대한도륙과학살이숨어있는데, 그에게는내가.나에게는그가원수인걸요. 하기는미운정도정이라고우긴다면아주깊은정들었을법도합니다만, 벗이건벗이지않던간에그친구는변함없이내곁을지켰고 저는그친구와무수한싸움ㅡ이기지못하는,언제나패배하고야마는 혼자만의싸움을끊임없이자행했다는거지요. 미혹되지않아야된다는나이에이르니 그제야미혹하는것들이조금보이기시작했다고나할까요. 미혹하는것들이조금씩보이니불혹에대한미약한센서가생김과동시에 그센서가여러가지상황에대한재해석까지두루영향이미치더군요. 그친구와공존하게된것도그센서탓일겝니다. 약간의실패와약간의체념이섞인동거일수두있구요. 하긴내가볼때싸움이지아마그친구는즐거운게임을하고있었을거예요. 그리고그친구가가장좋아하는게임이라면틀림없이숨바꼭질일거구요. 내눈길이나손길닿지않는곳어디든지절묘하고날렵한자태로 소리소문도없이잘도자리하곤있지요. 느긋하고천연덕스런그모습을증오에가득찬눈으로바라보다가 나역시마음과몸이날렵한날을잡아소탕작전을개시하곤하지요. 그친구가갈만한곳,자리하고있는것을찾아우선도망가지못하게 물이라는체포조를가볍게부려놓은뒤깡그리샅샅이닦아내는거지요. 그친구가사라진구석구석을바라보며하루이틀장렬한승리의쾌감에젖어 명랑한날을살구요. 평생이기지못할게임이란것을,
설령이긴다하여도별볼일없다는것을. 사십넘어몸무거워지면서깨달았다는거지요. 굳이표현해보자면저절로지피지기가된겁니다. 내가아무리표독한모습으로박멸!을외쳐도 그친구는언제나부드럽고한결같은모습으로존재한다는것을. 문뒤,장롱뒤,책상뒤,싱크대보이지않는귀퉁이,벽의틈새,돌출부분이 아무리작아도그위에사뿐사뿐내려앉는겁니다. 아그친구,뒤만좋아한게아니예요.위두좋아하지요. 텔레비젼위,오디오위,책상위,스피커위,하다못해거울위에도얼마나 고요한자태로내려앉는지.... 그뿐인가요그친구의날렵한몸매는마치공중곡예라도하는것처럼 컴퓨러전기선위에도가볍게자리하고앉아서나를하염없이바라보고있는겁니다. 어느순간그런그친구를무연히바라다보니<먼지>라는단순한단어로폄훼해버리기엔 간단치않은미묘한아우라가보이기도하더군요. <먼지> 이친구처럼적막한존재도없습니다. 언제나존재하면서도언제나침묵하는이친구의고요함말입니다. 설령세상의적막을다가져다쌓은다하더라도이만할까요. 또얼마나서로를아끼고사랑하는지그엉키는품이연리목은저리가라입니다. 부부보다더부모와자식보다더강한흡인력으로그들은만나는순간 한몸이되어버리는겁니다. 홀로있으면혹길다랗게살수있을지도모르는데 뭉치면서혹은하나가되면서커지는몸처럼저절로커지는위험을의식도하지않는지 내려앉는,자신의몸위에혹은옆에염치도없이자리는모든존재들을껴안는겁니다. 약간은신비롭기조차하지요.어디서왔는지어디로가는지 그러면서도존재치않는곳이없으니, 옷에서머리에서몸에서가구에서음식에서..... 사람처럼혹흙에서생겨났을까요?그렇다면우리는동류일까요? 먼지에대해공부를많이한분의글을읽었는데 먼지가없으면눈이있어도볼수가없다고하더군요. 즉사물을볼수있는것은빛이투영체에반사해 수많은굴절을통해우리의시야에닿기때문인데 그런역할을하는것이바로공기중에떠있는수많은먼지라는거지요. 그뿐이아니라먼지이친구가방사능이나생화학테러를잡아주는형사역할도한다네요. 얼음이얼게하는촉매의역할도이먼지가하구요 빗방울이나눈이오게하는것도이먼지가핵이되어줄때만이가능하다구요. 그렇다면 만약먼지가없다면 비도내리시지못하고 눈도오시지못하며 붉으스레한빛으로우리를환장하게하는황혼도없다는것아닌가요? 설령그렇지않다고하더라도 살아있는한나와평생을동행할, 내가장가까운벗이<먼지>일거라는....... 오늘,
사월이기도하니
사방데꽃난분분피어오르니
나도
내맘에
꽃피는
마음으로 그친구에게손한번들어봅니다.
하이!
벤조
2011년 4월 15일 at 4:22 오전
먼지를닦지않아도될이유가충분히생겼습니다.ㅎㅎ
쳐다보고가만히눈물만흘리면되겠죠?
푸나무
2011년 4월 15일 at 8:03 오전
조위의만화는백과사전에서퍼온것이예요.
눈에먼지와내가쓴먼지는전혀다른것인데
그래그차이를혼자넓고깊게잡았는데
벤조님그거리를한순간에넘어와서
잼있게만드시는군요.하하.
제가허락해드릴께요.
먼지안닦아도된다구요.^^*
Elliot
2011년 4월 15일 at 2:28 오후
오늘…..눈에든먼지에눈을깜박거린이유는…..
눈물에녹아내린사랑을그니와함께떠나보내기위해서였다.-_-
푸나무
2011년 4월 15일 at 2:47 오후
오학년꽈대표님,
(모래님이이리부르시더군요^^*)
정말오늘우신거예요.
아니정말로그러셨다면
색다르게
여길려구요.ㅋ~
Elliot
2011년 4월 16일 at 5:33 오후
그러탐회색에서병아리색쯤으로달라지는건가요?
아~싸@!^^
무
2011년 8월 9일 at 9:45 오전
마치고전문학에서부러진바늘을애도하는글만큼이나
먼지에대한깊은정을표현하신듯하여……….
먼지라면옛말로는드트레라고하던데…..